
‘골든 서클’ : 미술시장의 각 구성 요소별 조사분석 상관성
전 세계 미술계에서는 해마다 영향력 있는 미술가 및 관련 종사자의 순위를 발표한다. 이 순위는 언급된 이들을 비롯하여 세계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 미술 관련 국제 예술행사의 영향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작동하며, 동시에 미술시장의 동향과 추세를 확인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를 만들어내는 근거는 2차 시장이나 경매 매출 결과를 기준으로 삼아 상당히 제한적이고, 고액 자산가의 수집 경향과 블루칩 미술가의 희소성 있는 작품을 구매하려는 과열 경쟁으로 연결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 미술시장은 2022년 개최된 《프리즈 서울(Frize Seoul)》을 통해 세계 미술시장의 메인 리그에 진입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사실 한국 미술시장은 경매시장의 변화와 최근 급부상한 아트페어 등이 만들어내는 편승효과(Band wagon effect)에 영향을 받으며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게다가 내부적으로 단단하게 응집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방을 맞이하여 외부로부터 유입된 구매 수요가 요구하는 역량과 한국 미술계 내부 사이에 많은 면에서 편차가 있다. 미술품 감정평가 전문가인 김기리, 미술시장분석가이자 투자전문가인 이호숙, 독립큐레이터이자 미술품 가치평가 연구자-KAAAI 연구원인 정연진은 국내외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거시적인 흐름을 미술계의 기본 구조와 그 구성 요인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종합하여, 일종의 ‘게임의 법칙’을 찾아내고자 한다. 이 배경에는 한국 미술시장의 구조를 글로벌 스탠다드화하기 위해 필요한 내적인 성장 동력의 확보 및 전략과 전술에 대한 절실한 요구가 자리한다.
세 연구자를 따르면 미술시장 법칙의 핵심은 세 개의 단계로 나눌 수 있다. ①미술가들이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국제무대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이를 통해 세계 다수 예술 매체의 비평으로 연결된다. ②미술가들이 세계 주요 미술관 및 갤러리와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창작과 성장 활동을 도모한다. ③1, 2의 방식은 궁극적으로 미술시장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이 과정에는 미술가, 미술관, 갤러리, 큐레이터, 비평가 등이 관계되고, 이들이 형성한 미술품의 가치는 미술품의 가격으로 연결된다.
너무나 전통적이고 정석인 이 핵심 단계를 연구자들은 통틀어 ‘골든 서클(Golden Circle)’이라 부르는데, 이들은 이러한 정의를 그동안 경매 결과를 중심으로 분석해 왔던 기존 연구와는 확연하게 차별되는 관점으로 보며, 이를 통해 경매 결과가 곧 미술품의 가격이라는 고정관념의 탈피와 미술시장을 입체적인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근거로 삼았다.
미술가와 갤러리의 파트너십이 미술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기 위하여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지표는 아트팩트(Artfacts.net)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알고리즘 지표를 목록, 통계, 수치화해 보는 것이다. 아트팩트는 2001년부터 전세계 1차 미술시장 자료를 수집해 왔으며, 베를린에 본사를 둔 서비스이다. 이는 세계 주요 컬렉터의 수집 경향이 현재 미술시장 트렌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살필 수 있는 실질적이고 유효한 지표이다.
미술품의 가치 기준은 시장성 이전에 예술적, 미학적인 가치를 우선으로 한다. 미술계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인은 저마다의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고 그것이 모여 가치가 형성되면 비로소 그에 대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어쩌면 아주 기본적인, 그러나 잊기 쉬운 이 법칙에 따라 한국 미술시장을 해외 미술시장의 현황, 동시대 이슈와 트렌드, 규모와 전망의 관점에서 분석하여 미술시장에 대한 대중의 오해와 착시 현상을 거둬줄 수 있는 정확하고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KAAAI)가 세계 미술의 지형도 안에서 한국 미술시장의 동향을 분석하는 시장보고서를 발행해 온 전문성을 토대로 출간한 『아트마켓 트렌드(Art Market Trend)』(2024)를 통해 김기리, 이호숙, 정연진의 분석을 자세히 살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