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조첩화(陶造 貼畵)>의 새로운 개척자 – 김상대
김종근 | 미술평론가
새로운 장르의 작가를 발견하는 것은 비평가로서나 미술계를 위해서 매우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아뮤도예의 김상대 작가가 그랬다.
2023년 '제2회 아트코리아 미술대전' 공모전 공예 부분에서 심사위원이었던 나는 이 작품을 전원일치로 우수상 작가로 선정했다.
당시 그의 수상작품은 '기마범호장군'의 초상으로 의인화한 호랑이 장군이 말을 타고 있는 용맹한 기상을 표현한 작품이었는데 재료에서도 도자조형으로 새롭고 신선했고 흙을 다루는 기술이나 기법에서 예사롭지가 않았다.
특히 그의 작업은 전통 흙 가래 쌓기와 코일링 수작업으로 완성했는데 세련된 기술은 물론 표현에서나 특징도 이채로웠다.
이후 의정부 작업실에서 만난 백여 점의 작품들은 흙에 대한 작가의 집요함과 애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그의 작업량과 흙에 대한 그 열정은 깊은 경외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김상대 작가는 "흙은 나의 정신과 육체를 깨우고 또 다른 혼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며 "흙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 행복하다"라고 밝힌 수상 소감에서 충분히 읽혀졌다.
무엇보다 김상대 작가 작품의 특징은 다음 세 가지로 특징이 정리된다.
먼저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도조 첩화(陶造 貼畵)> 라고 정의했고 그렇게 불리길 희망했다.
흙으로 만든 입체적인 조형이라는 의미이다. 작가 김상대가 만들어가는 이 <도조 첩화>란 흙으로 빚어 만든 조형의 도자기를 평면상의 캔버스에 덧붙여서 마치 조각처럼 3차원의 공간적 입체 조형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장르가 궁극적으로 회화처럼 평면 회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장르로서 확장성을 펼쳐가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보이는 작업이었다.
이러한 표현양식은 흥미로웠다. 그러기 위해 작가는 이 평면 캔버스 위에 무수한 오브제를 덧붙였다.
그 오브제는 모두가 수만 마리 오리였는데 이 모두를 흙으로 만든 것이다. 그 오리의 크기도 2㎝ 내외의 것이었다. 그는 이 영혼이 살아 숨 쉰다는 흙으로 꿈틀거리는 열망을 직접 손으로 2㎝ 내외의 수만 마리 오리를 직접 손으로 하나씩 빚어내는 가마에 구워서 만들어 냈다.
그 과정은 여러 단계의 번거로운 소성과 작업 과정을 거친다. 먼저 1차로 소오리를 만들어 850도 불 속에 구워내어 다시 다듬고, 그 위에 채색하고 마지막으로 눈동자의 점을 찍어내며 다시 유약을 입혀 1차 마무리를 한다.
그리고는 다시 용광로처럼 펄펄 끓어오르는 1250도 불길 속 이차 소성의 시간을 거쳐 비로 하나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생명체로 탄생 된다.
그것이 오리이다. 작가는 이 오랜 시간의 힘들고 고난 겪은 공정이 따르지만 나는 이 작품이 만들어지는 시간 속에 정신적인 모든 내면의 세상사의 복잡한 욕망과 욕심을 비워내며 작가의 영혼과 생명을 오리에다 불어넣는다.
당연히 이 넒은 평면의 공간 캔버스에 하나하나 오리를 붙이면서 작가는 한 마리 한 마리의 오리에
작가의 뜨거운 영혼과 생명의 온기를 부여한다. 그는 이 작업을 수십여 점의 화폭 위에 수없이 풀어낸다.
그리고 그러한 배경에는 가장 자연스러운 오리 떼의 풍경들이 자연과 함께 등장한다. 그 풍경은 강이고 바다이고 자연과 만나 장관을 연출하는 매력을 멋진 실제 풍경처럼 빚어낸다.
수없이 그리고 수백 마리, 수천 마리를 만들어진 오브제가 아니라 하나씩 깎고 만들고 색칠하고 일일이 화폭에 붙이는 그 지극한 정성 자체가 예술이 되는 순간들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과정 자체를 그동안 살아온 그의 “삶을 녹여내는 무의식과 의식이 교차하는 시간의 행위이며 오늘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 인내의 모습이자 정체성을 찾아가는 수행”이라고 고백했다.
물론 여기에는 예로부터 오리는 선비 화가나 화원들이 그린 감상용 그림뿐만 아니라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조류라는 점이다. 잘 알다시피 오리는 부부의 사랑과 화목을 상징하며 암컷과 수컷의 사이가 좋아 부부간 금실을 기원하는 오브제이기도 하다.
또한, 선조들은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선비 방에 오리 그림을 여러 점 붙여 합격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드러내기도 한 상징성도 작가는 오리를 택하기도 한 것이다.
김상대의 작업에 또 하나 아름다운 비밀은 이 무수히 많은 오리들이 빛의 각도에 따라 밝고 어둠의 변화는 물론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효과를 연출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영롱함에 반해서 흙을 가지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오리를 빚어내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것은 인간을 만드는 생명과도 같은 존재로 작가는 인지하고 있다는 것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 특히 그 무수한 오리들의 행진곡을 보고 있노라면 모양이나 형태에서 자유롭고 분방함이 노래처럼 들려오고 펼쳐진다. 그 질서 있는 오리 떼와 그들이 연출해 내는 흐름과 하나하나의 입체적인 하모니는 이 오리들이 그냥 태어난 것이 아니라 작가가 표현한 작품의 본질을 뛰어넘는 “수많은 오리들이 행진 묵시록” 빚어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작가의 끊임없이 샘 솟는 창작 의지와 새로운 미술작품의 장르를 개척하겠다는 열망이 없으면 모두 다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이 김상대 작가의 도조첩화(陶造 貼畵) 작품의 완성이다. 도자에 그림을 덧붙인 한첩의 그림이다. 그런 그의 열정과 야망에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