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케이크 위에 흔들리는 풍경들 -김아름


김종근 | 미술평론가

미국의 유명한 팝 아티스트 웨인 티보(Wayne Thiebaud )는 앤디 워홀만큼은 아니지만 101살까지 살았던 중요한 미국 팝아트 화가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작업에 특징은 케이크를 상징적인 아이콘처럼 달콤하게 그리고 먹음직스럽게 그려내는 것에 있다.
젊은 시절 카툰 아티스트로 시작하여, 1950~60년대 캘리포니아에 대학교수였던 그의 작업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먹음직스러운 케이크들을 화폭에 담아 더욱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김아름 작가의 작품에도 마치 웨인 티보처럼 달콤한 케이크를 모티브로 삼고 있어 그와는 흔치 않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김아름의 케이크는 언제나 빨간 딸기가 올라가 있어 먹음직스럽게 보이지만, 케이크 위의 분위기는 전혀 땡기는 풍경의 케이크는 아니다.
출렁이는 파도 위에 울퉁불퉁하게 놓인 케이크, 고립된 섬처럼 일그러진 케이크, 케이크 위에 흔들리듯 흩어지는 소녀들의 모습이 어쩐지 불안하고 위태롭게 더 눈에 다가온다. 
그녀의 케이크는 이렇게 가끔 바다 위에 떠 있거나, 그 케이크 위에 두 세 명의 소녀들이 흔들리듯 비틀거린다. 모던 보이들도 등장한다.
그 풍경들은 충분히 불안하다. 어디로 가야 하나, 다소 우왕좌왕하는 모습에서 케이크 위에 소녀들의 동작에서 상처와 불안,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상상이 된다. 
이런 컴포지션은 일단 부드러운 케이크 위에 이야깃거리나 설정이 매우 흥미롭다. 얼마든지 이야기와 상황 설정 등에서 작가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그려 낼 수 있다.
물론 작가는 그것을 불안이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강아지 닥스훈트를 만나며,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순수한 여성의 활동에 불안과 힘겨움이 느껴진다.
빨간색이 주조가 되는 감정 표현을 구체적이지 않고 포괄적인 인간 삶이 갖는 내면의 생채기를 이런 케이크와 형상으로 아우른다.
붉은색의 탐닉과 달콤한 케이크 그리고 맛나게 보이는 생크림 위에 딸기. 그 위에 흔들리는 여자들. 작가는 이것을 불안으로 흔들림이 아니라 그것을 희망의 시작이라고 정의했다.
즉 소녀가, 작가가 흔들리는 것은, 작가의 영혼이 더욱 밝게 빛나기 위한 준비라는 것이다.
그 흔들리는 일상의 삶속 에서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서 있고자 하는 뜨거운 마음, 그것이 김아름의 단호한 삶의 투지이자 그림 그리기의 의미이자 목적이다.
그녀의 작품 속에 펼쳐진 매우 다양한 사건이나 상황은 꼭 그녀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인간에게 부닥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다만 이 특별한 상황들은 그 무대 위의 몸짓에서 충분히 감지되는 여성만의 사연이기도 하다. 다만 작가는 그런 상황을 케이크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케이크 위에 사연이나 상황을 눈치채고 싶어한다. 도대체 작가의 욕망은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또 무엇인가 되물으며.
작가는 특별한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직설적으로 던지지 않는 수사학으로 그림을 그린다.
작가는 이런 그림들을 그리면서 눈으로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에 기분이 좋아지는 카타르시스를 누리는 것 같다.
그 흔들리는 케이크 위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여자들의 모습. 그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마음을 흔들리지 않고 균형을 잡으려는 소녀의 모습이야말로 작가의 초상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김아름의 작업과 표현방식은 팝아트적이면서 동시에 표현주의적인 화풍으로 시각적 효과와 메시지의 의미를 진지하게 담아내는 작가이다.
그런 점에서 팝아트 작가들과는 좀 달리 김아름의 그림 속에 생각하게 하는 그물망을 여럿 펼쳐 놓고 있다.
마치 진짜 케이크 위에 생크림들이 잔뜩 올라간 것처럼 흘러내리는 듯한 볼 수 있는 즐거움과 생각할 거리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인간 고뇌의 표정을 케이크 위에서 흔들리고 인간에게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달콤한 생크림 달달한 색감 뒤에 여운을 슬쩍 내려놓는 테크닉은 우리를 궁금하게 하고 있다.
무언가 하고 싶은 표정을 잃은 듯한 혹은 감춘듯한 모습들이 표정 없이 멍하니 뒷모습만 드러낸다. 
고독한 인간의 모습을 아주 함축적이고 생략을 통해서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김아름의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궁금하고 흥미롭다
그림을 보면서 더 생각하게 하는 김아름의 테크닉과 수사학은 개성 넘치는 독창성의 그림으로 존재의 가치를 지닌다.  
단연 김아름의 작품은 딸기 케이크 위에 올려진 소녀들의 불안한 제스츄어와 몸짓이 메시지임은 틀림없다. 이러한 언어를 통해 여성의 감성을 한바탕 뒤흔들어 놓고 그리하여 보는 이의 시선을 낚아채며 우리들의 마음과 시선을 매력적으로 훔쳐간다.
그래서 김아름의 작품은 모두 유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