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옻칠 회화에 여인- 김미숙


김종근 | 미술평론가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여류 화가 천경자를 우리는 불행하게 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내 온몸 구석구석 거부할 수 없는 숙명적인 여인의 한이 서려 있나 봐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는 지워지지 않아요.”라고 하소연하며 우리 곁을 떠났다. 
김미숙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천경자 화백의 한에 서린 여인의 표정을 떠올리는 것은 결코,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나에게 여인에 관한 탐구는 어떤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 인류에게 인간을 주어로 설정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것으로도 용인될 수 없듯이 나에게 여인이란 예술의 시발이자 종착이다.”라는 이 김미숙 작가의 발언이 천경자 화백이 받아들였던 여인의 운명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수백 번의 붓질로 평생 여인의 슬픔과 한을 풀어냈던 천경자 화백처럼 김미숙 작가는 “손의 수고로움으로 빚어낸 천 년의 아름다움, 옻칠 화가”라고 스스로 자신을 명명한다.
그만큼 김미숙 작가의 작품은 세 가지 측면에서 특별하며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과 독창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첫째는 거의 작품 대다수가 여인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인 자체가 예술가들에게 아주 특별한 주제는 아니지만, 그녀의 작품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많은 작품을 보듯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강렬하다. 아니 어쩌면 여인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과 아름다움을 매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그녀의 얼굴 표정과 몸짓에 주목해야 한다.
결코, 예사스럽지 않은 유혹적인 눈빛과 립스틱 짙게 바른 입술, 이국적인 마치 램피카의 눈빛과 표정은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음을 누구든지 직감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고 이채로운데 작가는 그 눈빛으로 뜨거움과 모든 감정을 발언하며 뿜어낸다.
세 번째로 그녀의 작품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미감으로 충만 해있다.
그것은 이 작가가 사용하고 있는 옻칠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하면 한국의 아름다운 미를 진부하지 않고, 참신하고 모던한 감성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뇌했음이 직감적으로 읽혀진다. 
김미숙 작가는 그 번거롭고 힘든 전통적인 옻칠의 기법을 옻칠이 주는 강점과 독창적인 매력을 위해 마다하지 않았다. 
어쩌면 작가는 공예에 한정되어 있던 그 까다롭고 번거로운 재료를 회화에 접목해서 일어나는 미감에 희열을 예감하거나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전통적인 전문가들에게 사사를 받는 어려움과 귀찮음을 피하지 않았다. (정광복 작가에게 옻칠을, 한호규 박사에게 재료 연 구학을, 칠예연구소 전용복씨에게 옻칠기술) 
그리하여 작가는 식기나 가구에만 쓰는 공예에 한정된 옻칠을 현대회화에 화해시키며 작품의 기법과 독특한 색채와 내구성을 꽃과 여인에 화려하게 옻칠 화로 전환 시켰다. 마침내 작가가 표현하려는 옻칠 회화는 분명하게 한국의 전통적인 미를 김미숙 작가만의 스타일로 변형하는데 성공했다.
표현에서도 이것에 만족하지 않고 옻칠 화에서 가능한 금박, 은박, 자개 등으로 다양한 공예기법을 곁들여서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감성에도 충족감을 더했다.
그뿐만 아니라 감정 전달에서도 몽환적이면서 여성의 관능적인 몸매와 에로틱한 표정을 곁들이면서 그 
꽃과 여인의 아름다움에 옻칠 화에 매력을 한층 더 부가했다.
특별히 구성적 측면에서 작가는 ‘여인’이라는 주제를 지키면서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을 과감하게 변형했다. 그것은 동양에서 천국, 이상향으로 상징되는 ‘무릉도원’을 산수화 패션으로 절묘하게 버무리는 가교로 여인의 마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래서 여인들은 더욱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며 팜므 파탈 같은 동양적인 유혹을 풍기며 그 여인의 눈빛과매력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장식하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들의 이상향이고, 가보고 싶은 우리 그리움의 목적지이다.
그러기에 작가는 “이천 년 이상 보존되고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빛나는 옻칠 화를 통해 여인의 본질과 표면 너머의 포착된 찰나의 아름다움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영원으로 붙잡는다”라고 했음이 명료해진다. 
이 아름다운 봄날에 김미숙 작가의 환상적인 여인을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행복하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그녀가 우리를 향해 손짓하고 그 염원으로 손짓한다는 사실만으로 감상자들은 무한한 미술작품이 주는 카타르시스와 힐링을 체험한다..
물론 그 배경에는 옻칠 회화와 자개가 주는 색채의 몽환적인 컬러, 여인의 매혹적인 표정과 제스처, 그리고 그 문양과 무릉도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모습들이기에 모두 가능한 것이다.
김미숙 작품에 등장하는 이 치명적인 한국의 미를 품은 여인들의 그림을 보노라면 이것이 Kㅡ아트의 중독성이 있는 몽환적 이상향에 미술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감정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