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근혜 아르코미술관 관장


아르코미술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올해 초 《2024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시: 모든 섬은 산이다》를 총괄 기획했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들을 재조명하면서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았다. 베네치아와 한국이 맺어온 인연을 통하여 냉전체제 이후 미술문화의 전지구화를 첨예하게 드러낸 사건들을 아카이빙 하면서 임근혜는 ‘예술과 제도’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한층 더 깊게 가다듬었다. 백남준의 안목과 맞물린 한국의 큐레이터십을 재조명한 계기였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예술의 대응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댔다. 그것은 제도로서의 예술이 인류의 공동선을 향하여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안 모색과 연대의 길을 찾는 일이다. 

큐레이터/디렉터 임근혜의 지적인 성찰은 그의 저서 『창조의 제국_영국현대미술의 센세이션』과 바짝 붙어있다. 1990년대 중반과 2010년대 초반의 두 차례 영국 유학을 경험한 그는 영국현대미술을 분석하면서 그것의 외형과 내면을 깊이 들여다봤다. 1990년대 이후 주류가 아니었던 영국현대미술이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전지구화의 첨단으로 급부상하는 과정을 교육과 시장, 미술관, 대중문화, 정책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석한 것. 이 모든 것들이 ‘시계태엽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는지를 그는 작가나 작품 위주가 아니라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생생하게 다뤘다. ‘제국의 미술’을 들여다본 넓은 눈으로 새로운 예술공론장을 열어간 그의 눈과 발은 한반도에서 전지구로 환하게 열려있다. 20년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프리즈의 한반도 상륙과 한국미술의 해외 진출을 보며 영어 출판으로 『창조의 제국: 한국미술의 센세이션』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미술박물관 종사자로서, 현대미술 연구자로서 임근혜정신의 핵심은 ‘제도와 예술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공립미술관 큐레이터로 시작해서 디렉터에 이른 그의 활동이력이 말해주듯 그는 ‘예술과 제도 사이에 선 공공의 큐레이터’로서의 기본자체를 취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미술생태계의 건강함과 종다양성을 위하여 시장과 공공의 적절한 균형과 아름다운 조화를 지향한다. 최근 한국미술시장의 괄목할만한 성장세에 걸맞게 공공의 지위와 역할 또한 새로운 전환의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시장과 공공이 경계 없이 만나되 상호 이질적인 가치정향이 시너지를 발산하는 길. 그가 찾는 새로운 창조의 제국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종료 이후, 그는 ‘본격적인 탈근대’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그것은 일상과 제도를 나누는 영역간의 위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나갈 예술의 시공간을 열어내는 일이다. 에코페미니즘, 생태학, 기후정의, 모빌리티정의, 지역학 등의 담론을 예술적 실천과 접목하면서 새로운 지식생산으로서의 예술적 실천을 펼치면서 예술과 제도를 넘나드는 것이 그의 새로운 목표이다. 임근혜발(發) ‘뮤지움 이노베이션’은 근대 패러다임의 미술관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미술관을 향해 열려있는 길이다. 아르코미술관 관장으로서의 문이 닫히는 날 그는 넥스트뮤지움의 새 창을 열 것이다. 

예술은 공론자이다. 그것의 성립사로 보거나 진화 과정을 돌이켜보면, 나아가 동시대에서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살펴보면, 예술은 확연하게 근대사회를 직조하고 작동시키는 공공영역으로서 맹렬히 진화하고 있다. 이렇듯 예술공론장으로서 확고부동하게 작동하는 미술장은 그러나 시장영역과 맞물려 가면서 고유의 공론장역할과는 달리 퇴행적 사사성으로 뒤집어지도 한다. 지난 20여 년 간 연구와 기획, 기관운영을 통하여 임근혜는 공립미술관 큐레이터/디렉터로서 인정투쟁과 존재증명을 지속해왔다. 그것은 제도로서의 예술을 공공영역에 튼튼하게 뿌리내리는 과정이자, 결과이며, 미래의 길이다.


- 임근혜(1971- ) 홍익대 예술학과, 런던대 골드스미스대 큐레이터십 석사, 레스터대학 박물관학 박사과정 수료. 서울시립미술관 및 경기도미술관 큐레이터(2003-08),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2013-17), 국립현대미술관 전시2팀장(2018-19) 역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관장(2020- ) 재직. 『창조의 제국: 영국현대미술의 센세이션과 그 이후』(2019, 바다출판사) 등 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