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AL] (2)국립근대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 한국근대미술60년전과 예술원회원전
서울 종로구 열린 송현부지에 서울광장 2배 크기의 녹지공원이 조성되고 광장 동편에 이건희미술관(가칭)이 2028년 완공될 예정이라고 서울시는 9월 27일 계획을 발표했다. 이건희미술관은 광장 동편 1만m2 부에 들어서며 2025년 착공해 2028년 개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술계는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
글, 사진.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좌. 이마동 <남자> 1931년 우. 심형구 <포즈> 1939년

하. 이인성 <가을 어느날> 1934년
2024년 예술원회원전
근대미술은 한국미술사와 동시대미술의 연결고리이다. 10월 8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을 방문했다. 덕수궁은 필자가 1981년부터 86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근무 시절 정들었던 아련한 공간이라 개인적으로 특별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1층에서 열리고 있던 《대한민국예술원 개원 70주년 : 지금 잇다》전의 1전시실 주제는 '우리 시대의 예술가들'로 예술원 현 회원 17명의 34점을 전시했다. 어려운 예술원 문턱을 올해 통과한 신입회원 한국화 홍석창(84세), 이철주(83), 서양화 김형대(88), 도예 조정현(84) 작품도 볼 수 있었다. 2전시실 《역사가 된 예술가들》에서는 타계한 회원 53인의 작품을 선보였다. 1952년 문화보호법을 근거로 1954년 투표를 거쳐 예술원을 개원할 때 창립회원 25인 중 미술 분과는 고희동, 이상범, 장발, 손재형, 김환기, 윤효중, 배렴 7인으로 시작되었으며 현재 미술 분과는 17명이다. 이번 전시 예술원 개원 70주년 기념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원 공동주최로 미술관, 예술원, 작가 소장품으로 이루어졌다. 일부 비판도 있었지만 예술원 기관에 대한 연유이며, 문체부 산하 공립기관이라는 위상에 비추어 봐도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과 좁은 전시 공간이 아쉽게 느껴졌다.
덕수궁관 2층에서는 《MMCA소장품전 : 작품의 이력서》가 전시 중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작품 이력이라는 관점에서 관리 전환된 작품을 살핀 전시이다. 관리 전환은 정부 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소장하다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관된 작품을 의미하며 1부 구상에서 추상으로, 2부 시대의 기록으로 구성하였다. 이 전시에서 국전 수상 작품, 쉽게 볼 수 없었던 민족기록화, 새마을 기록화, 표준영정 등을 만났다. 이 또한 국립근대미술관이 설립되면 소장할 작품들이다.
1972년 한국근대미술 연구의 본격적인 시작년
1972년은 우리 미술사에서 근대미술 붐을 일으킨 중요한 연도이다. 동아일보 1972년 4월 1일 기사에 따르면 현대화랑(대표 박명자)이 3월 20일부터 26일까지 열기로 한 이중섭전이 크게 흥행하여 사흘이 연장되었다. 장내 정리비 명목으로 입장료 1백 원을 받았는데 총관람객 5천여 명 중 무료입장 1천 명을 제외해도 입장료 수입만 40만 원, 1천 원이던 화집 초판 1천 부가 매진되어 다시 500부를 재판에 돌리고 예약을 받을 정도였다. 유작전 개최에 90여만 원을 들인 현대화랑측에서는 처음엔 손해를 각오했다지만 결국 적자를 면하고 국립미술관에서 할 일을 대신했다는 노고의 치하를 듣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중섭 사후 16년 만에 열린 이 유작전으로 이중섭을 우리 미술사 반석에 올린 사건이었다.
이어 5월 20일부터 6월 10일까지 서울화랑(대표 김철순)이 개관전으로 마련한 이인성 유작전도 선전 입상을 통해 천재 화가 소리를 듣다가 38세에 요절한 작가의 작품 50여 점을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켰다. 사후 22년 만에 열린 이 유작전으로 이인성은 예리한 감각과 치밀한 분석을 통해 한국미를 정립했다는 재평가를 받았다. 11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유화 작품인 고희동 1910년대 <자화상> 2점이 유족에 의해 제기동 벽장 속에서 발견되어 국립현대미술관이 구입하여 공개했으며 미술관은 그 해 27점을 구입, 본격적인 작품 수집에 나선 해이다. 지금은 말끔히 복원된 <부채를 든 자화상> 1915년이 20만 원, <자화상> 1910년대 작품 10만 원이 구입 가격이었다.
그 후 몇십 년이 흐른 뒤 이중섭은 2002년 제주 서귀포에서 이중섭기념관이 개관했고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이중섭 백년의 신화 1919-1956》을 개최하며 명성을 이어갔다. 이인성은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개최했고, 2024년 12월 이인성기념사업회가 대구 중구청과 MOU를 맺고 아르스기념관을 개관 예정이다. 박수근은 1965년 10월 중앙공보관화랑 유작전, 1975년 10월 문헌화랑(대표 구순자)이 개최한 10주기전 이후 2002년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이 개관했고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박수근-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시를 개최했다. 한국미술 대표 작가는 화랑, 사립미술관에서 몇 번의 전시들이 끝난 뒤 국립현대미술관은 대규모 전시로 뒷북을 치는 형국이다.

한국근대미술 60년전 보도자료와 팸플릿 1972년

한국근대미술 60년전이 열린 국립현대미술관

송현문화공원과 이건희 기증관
한국근대미술60년전의 역사
지금은 사라진 조선총독부미술관으로 사용했던 경복궁 별관에서 1969년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972년에 개최된 《한국근대미술60년전》은 1900-60년대까지 우리나라 근대미술 작품을 발굴하고 정리한 역사적인 전시였다. 동양화 44명 122점, 서양화 78명 192점, 조각 9명 22점, 서예 17명 36점으로 148명의 372점(당시 보도자료)이 한 달간 공개된 우리 미술사에 남는 중요한 전시이다. 그동안 소홀했던 우리 근대미술의 유산들을 찾아내고 한 자리에서 되돌아보는 자리였다. 창덕궁 유물 창고에 소장되었던 조선미술전람회 8회 특선 이영일 <시골소녀>, 11회 특선 이마동 <남자>, 18회 입선 심형구 <포즈> 등이 발견되었다. 청와대, 국회, 한국은행, 간송미술관, 홍익대 기관, 이병철, 설원식, 원형목 개인, 작가 소장품 등이 출품되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7월 18일 화요일 관람한 ‘60년전’ 팸플릿에 작품을 보며 작가의 호, 생몰년, 작품 특성 등 메모가 빼곡하게 남겨두었다. 당시 고등학생의 경복궁 입장료는 70원, 전시 입장료는 50원, 팸플릿은 200원이었는데 그땐 이러한 메모들이 지금에 와서 중요한 아카이브 자료가 될 줄은 전혀 몰랐었다. 우리 근대미술 작품을 도판으로 보아왔던 나는 작품을 실견하고 충격과 환희에 빠졌다. 서양명화 인쇄물을 모으던 나는 이 전시를 통해 부족한 우리나라 작가 자료를 더 열심히 모아야겠다고 방향을 전환했었다.
보도자료는 등사판에 밀어 갱지에 찍은 자료로 그 당시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는 출품 수, 연대별 선정 작품 수, 추진위원 명단, 참고 자료, 작가별 선정 작품 목록 등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전시 작품의 소장자(처)와 주소가 들어있는 중요한 증거물이다. 당시 상황을 증언하는 기사 스크랩을 보면 가장 오래된 작품은 김응원 1902년 <석란>이고 작품가는 당시 이당 김은호 <선녀도>가 850만 원을 호가한다고 보도하였다. 현재의 안타까운 한국화 작품가와 비교하면 상전벽해의 느낌이다.
당시 중요한 내용은 중앙일보(1972.7.1. ~ 12)에 게재된 이종석(1933-1991) 기자의 기획 시리즈 “한국미술60년전 안팎”으로 5회에 걸쳐 소개되었는데 ‘1. 난산 끝의 큰 수확’에서 소개된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의 예산안을 보면 정말 열악하다. 당시 한 해 총예산이 2천5백만 원, 이 중에서 덕수궁으로 청사 이전비 6백만 원과 작품구입비 8백만 원을 제하면 실제 전시예산안은 더욱 적어진다. 전문연구관 한 사람도 없이 전시가 이루어졌고 작품 소장인들은 파손을 염려하여 국립기관 전시에 대여하기를 꺼리기도 했다고 한다. ‘2. 수집가’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9점, 전 인천제철 부사장 원형목 5점, 고려인삼의 이희원, 홍익대 이도영 이사장 등이 출품했다. ‘3. 수작과 기념작’에서 현역으로 한창 활동했던 류경채, 김영창, 변영원, 최덕휴, 이동훈, 박석호, 김창억 등이 전시에 제외된 점을 언급하고 일부 미술가들은 전시 참여에 의의를 두지 않았다. 전시 준비 기간이 짧아 충분한 작품 수급이 빈약했고 작품 엄선을 도외시하여 현역 작가들의 미판매된 근작까지 출품됐다고 보도했다. ‘4. 작고 작가’에서 초기 서양 화단에서 명성을 떨치던 강신호, 이창현, 장석표, 안석주, 김용준, 백남순, 배운성, 이승만, 김복진 등 작품이 있을 법 한데 제외 되었다. ‘5. 추상화’에서 한국근대미술 60년전을 처음엔 1950년 작까지 하한선을 결정했으나 도중에 60년까지 연장되며 50년대 초 어설픈 작품과 모호한 출품 기준으로 인해 마지막 제9실의 전시가 이단적 전시실이 되었다고 평했다.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언제 이루어지나?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은 그 필요성이 아주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한국 미술계의 숙원이다. 대한민국 국립근대미술관(20C 미술관) 건립을 위한 세미나가 한국예술인총연합회, 한국미술협회,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주최로 지난 7월 23일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개최되었는데 장마철인데도 많은 사람이 참석하여 준비된 120석이 거의 만석이었다. 사회는 조은정 고려대 미술사 초빙교수, 인사말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강훈 예총 회장, 이광수 미협 이사장이 맡았다. 기조 발제는 이원복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이 '국립근대미술관 존재 이유 - 한국미술의 총체적 인식의 장'을, 타테하다 아키라 일본전국미술관회의 회장이 '한국의 근대미술사 완성을 위한 제언'을 이나바 후지무라 마이 광운대 조교수 통역으로 발제했다. 김복기 경기대 교수는 '한국 근대, 미완의 프로젝트', 김한결 전남대 교수는 '컬렉션에서 박물관으로, 미술사에의 의지: 유럽 근대미술관의 사례',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 '국립근대미술관 또는 20세기미술관 설립을 위한 실천적 제안'을 발표했다. 특히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발족식 기념 포럼을 2021년 5월 한국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두 번째로 설립 추진을 위한 전국 포럼을 2024년 1월에 예술가의 집에서 가졌는데, 이 모임을 주동하는 정준모는 세미나를 통해 구체적인 비전과 미션, 작품 수집, 소장품 확보, 거버넌스와 네트워크 등을 발표했다. 종합토론은 김허경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도재기 경향신문 기자가 참여했고 좌장은 홍경한 미술평론가, 책임 진행은 서지형 큐레이터가 담당하며 총 세미나 시간은 예정되어 있던 4시간을 넘겼다. 이 모임은 근대미술관 건립에 따른 미술품 기증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2023년초 서양화가 신종섭, 박용인, 인사아트프라자 박복신 대표, 미술평론가 신항섭, 필자 5인이 모임을 가졌고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청원 서명을 받기로 해서 구본호가 주동이 되어 800여 명이 참여했다.
7월 세미나 때 정부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유인촌 장관은 자신이 과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을 도모했던 장관이었으며 근대미술관 건립을 위한 미술계의 요구사항 또한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문체부는 이건희기증관(가칭)이 송현부지에 기본 설계 공모를 현재 진행 중이며 10월 24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2021년 7월 이건희기증관 건립 발표 후, 건립 졸속 추진 반대 시민단체 모임에서 공청회 한 번조차 열리지 않았던 점과 8가지 반대 이유를 발표했지만 결국 11월에 송현동이 부지로 결정했었다. 그렇지만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립미술관에서 개별적으로 등록되어 관리되고 있는 이건희 컬렉션을 다시 송현부지 이건희기증관으로 모으는 것은 모순이다. 송현동 부지 또한 2/3 서울시, 1/3 문체부 관할로서 기본 설계지침 내용을 보면 총 25,690m2 안에 전시영역, 수장영역, 교육영역, 사무영역, 편의 및 공유영역, 주차장을 모두 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 설계 결과가 발표되면 변경이 어려울 것이다.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주최하는 국립20C(근대)미술관 건립 주장, 국립현대미술관 대전관 진행, 대구에 근대미술관 건립하겠다던 대통령 공약 사업 등 기존 사업과의 중복과 낭비를 피하기 위하여 현재의 복잡한 사안에 대한 통일안을 정부는 밝혀야 한다. 거시적인 정부의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더 늦어지기 전에 온전한 미술사 복원을 위한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이 시작될 수 있다. 국립근대미술관(또는 20세기미술관)을 건립하고 필요하다면 이건희실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지금도 평가되지 못하고 묻혀진 근대 작가를 발굴하고 연구하며 한국미술사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 현재 경복궁 안에 위치한 국립민속박물관 세종시 이전을 지난 5월에 취임한 장상훈 관장이 2031년까지 이전 개관한다고 확정 발표했다. 그 빈자리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설까? 몇 년 후 새로 조성된 광화문광장, 세종로공원을 지나 송현부지 국립근대미술관에서 우리 근대미술작품의 상설 전시를 언제나 볼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현재 우리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60년전’ 자료는 총 8종
한국근대미술60년전 팸플릿 l 23×23 l 34쪽 l 국립현대미술관 l 1972.6.27-7.26
한국근대미술·한국근대미술60년전 도록 l 32×25 l 164쪽 l 국립현대미술관 l 1973
한국근대미술60년전 보도자료 l 27×19 l 68쪽 l 문화공보부 l 1972.6.22
한국근대미술60년전 감사패 : 김종하 l 20×14 l 문화공보부 l 1972
한국근대미술60년전 입장권 l 7×9 l 국립현대미술관 l 1972
경복궁 입장권 l 8×12 l 경복궁 l 1972
한국근대미술60년전 스크랩북 - 기사 36종 l 김달진 l 27×20 l 1972
한국근대미술60년전 동영상 l 대한뉴스 제886호-KTV 아카이브 l 46초 l 1972

한국근대미술 60년전 스크랩북 1972년

나혜석 선죽교 1933년
미술세계 202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