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실험미술의 거장, 이강소 화백의 개인전이 갤러리현대 이후 3년 만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진행 중이다. 회고전 성격의 이번 전시는 이후 대구미술관 등에서 일부 변경되어 연이어 개최될 예정이다. 선술집 형식의 작품 〈소멸〉(1973/2018)에서 그를 만났다.

Q.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에 대한 소회
A. 국립현대미술관 이수연 학예연구사가 작품 선정부터 대부분의 과정을 도맡은 전시였다. 덕분에 이전의 전시들과는 달리 내 작업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고, 전시 디자인과 연출부문에서는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시간도 있어 새로웠다. 앞으로의 활동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다.

Q. 이번 개인전을 통해 선보이고 싶었던 것
A. “어떻게 현대미술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답을 찾아가는, 그 탐구 과정을 봐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전시에서 재제작하여 보이는 〈근대 미술에 대하여 결별을 고함〉(1971/2024)이 어떻게 보면 그 시작일 수도 있겠다.

Q. 이미지와 실재 사이의 관계에 천착하게 된 계기
A. 초창기부터 나는 작가 개인의 감정이나 정서를 표현하는 것을 지양했다. 물론 작업마다 조금씩은 들어갈 수 있겠지만, 강압적이라고도 생각되는 그 근대적 사고로부터 벗어나 그곳에 균열을 내고 싶었다. 관람객들이 내 작품에서 사슴, 나룻배, 오리 등을 연상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작품은 〈무제〉이다. 관람객이 내 작품을 능동적으로 바라보면서, 작품과 자신을 인식하고 자신 안의 무엇인가를 작품에 투영해낼 때 비로소 내 작품은 완성된다.

Q. 작품을 통한 인식의 변화
A. 1920년부터 시작되는 현대물리학의 급격한 발전은 세계를 이해하는 우리의 태도에도 많은 변화를 가지고 왔다. 여기 이 선술집에 앉아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본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이다. 관람객은 함께하는 사람, 시간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다른 세계와 시차에서 작품을 인식한다. 그 변화무쌍한 인식과 관계를 가늠해 보는 것은 우리를 관습적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게 한다.

Q. 작품을 위한 준비 과정
A. 상상만 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작업을 지속해 나가면 거기에서 어떤 문제가 떠오른다. 그러면 그걸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최고의 영감이 떠오른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한다. 또한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기운생동’이 나는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의 선과 성인의 선이 다르고, 추사 김정희의 선에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느끼는 것처럼. 그렇기에 나도 내 생활을 되돌아보며 생활하기에 힘쓰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
A. 해외 갤러리와 논의 중인 것이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30년 간을 야산에서 살고 있는데, 이제는 그곳을 떠나기 싫은 마음도 있다. 앞으로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따뜻한 차라도 더 마시면서 작업하고 싶다.


- 이강소(1943- ) 서울대 회화과 학사 졸업. 뉴욕 P.S.1미술관의 국제교류스튜디오 프로그램(1991-2), 경상국립대학교 교수(1982-93), 뉴욕주립대(알바니) 객원교수 및 객원예술가(1985-87), 대구현대미술제 기획(1974-79) 등 역임. 베니스팔라초카보토미술관(2019), 니스아시아미술관(2006), 생테티엔근현대미술관(1989) 등 주요 미술관 개인전 개최. 테이트갤러리(1992), 브루클린미술관(1981), 상파울루비엔날레(1977), 파리비엔날레(1975) 등 국제전 참여. 이인성미술상 등 수상(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