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큐레이터


김지연의 힘은 단단한 글쓰기에서 나온다. 대학 시절 영자신문사 기자였던 그는『예술가들의 대화』(아트북스, 2010)를 시작으로 7권의 공저를 냈으며, 국민일보, 조선일보, 빅이슈, 헤럴드경제 등의 매체에 미술칼럼을 연재를 해왔다. 특히 경향신문 주말판에 8년간 총 372회 연재한 「김지연의 미술소환」(2016-2023)은 그의 글쓰기가 얼마나 치열한지 알려준다. 이러한 글재주를 바탕으로 전시기획자에서 출판과 공간 운영에 이르기까지 20여 년을 달려온 김지연은 가나아트센터와 학고재갤러리에서 전시기획자로 10년간 일하며 미술계를 익혔다.

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바이칼 노마딕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답사를 다녀온 후, 그 결과보고전으로 《느슨한 아바이》(2012)를 기획하면서 독립큐레이터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해인아트프로젝트: 마음》(2013)은 사찰의 장소성과 정신성에 맞춘 프로젝트로서 예술과 종교가 만났을 때 예술이 어떤 태도로 창의성과 상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외 예술가들의 훌륭한 작품들과 더불어 불교와 해인사 관련 자료들을 수록한 도록을 제작하면서 그는 전시와 출판을 연결하는 기획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어서 《지리산프로젝트》(2014-16)의 큐레이터로서 그는 자연과 우주적 영성이 함께 하는 공동체예술을 이어갔다.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에 큐레이터로 참여한 그는 마산 돗섬과 창동시장 등의 도시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시장의 상점과 골목과 거리, 섬과 해변 그리고 미술관을 두루 엮으며 그는 삶의 현장과 예술을 연결하는 ‘사회적 조각’ 프로젝트를 실행했고, 《2017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으며 신생 비엔날레의 과제인 방향성 설정에 고심했다. 제주의 지역성을 살리면서 지속가능성을 고민한 그는 관광도시 제주에 착안해‘투어리즘’을 주제로 전시장과 현장을 연결하면서 오버투어리즘이나 다크투어리즘과 같은 관광의 역설과 이면을 들춰냈다.

근년에는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까지 역임하고 상하이와 대전, 창원, 광주 등의 비엔날레를 두루 거치며, 그는 ‘권력의 욕망을 대변하며 예술을 선전도구로 사용하는 비엔날레의 욕망’과 ‘권력의 욕망을 역으로 이용하는 예술의 또다른 욕망’을 목도하며 더욱 단단한 독립큐레이터로 거듭났다. 화랑과 비엔날레 등 제도공간에서 활동해오던 김지연은 독립큐레이터로서의 시간을 거쳐 현존하는 대안공간 중에서 가장 탄탄하게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세대에게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서울 낙원상가의 대안공간‘d/p’가 그것이다.

도록 편집부터 다양한 출판 협업을 해오던 그는 직접 책을 기획하는 ‘소환사’ 를 차렸다. 그가 펴낸 책 『고수의 도구』(2019)는 출판협회 주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2022)에 선정되기도 했다. 장지아 에세이집 『기준은 3성급 호텔』(2024)을 비롯해 큐레이터와 공연 예술인과 협업한 『매개자의 동사들』(2024) 등 그는 9종의 책을 출간하고, 10여 종의 책을 진행 중인 출판사 대표이다.

최근엔 무용이나 음악 쪽과의 협업도 펼치고 있다. 어떤 장르가 되던, 아이디어가 창작으로 이어지는 지점을 포착하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몇 년간 그는 안애순 안무의 드라마터그로 참여해 공연 분야에서 문학적 영역을 담당하는 협업을 해왔다. 또, 퍼포먼스에 관심을 두고 ‘서커스 이펙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시각예술가가 서커스의 환경을 만들고, 서커스 아티스트는 기존에서 벗어난 퍼포먼스에 도전하는 ‘전시+퍼포먼스’ 작업이다.

큐레이터 김지연정신의 핵심은 ‘삶과 예술의 총체성’이다. 미술 자체에 대한 호기심보다 예술 전반에 관심을 두며, 장르와 탈장르, 제도와 비제도 사이를 오가는 그의 활동 저변에는 호기심과 두리번거림이 있다. 궁금증이 생기면 문제를 관찰하다가 가장 근접한 방법으로 그 해법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렇듯 전방위 예술영역을 두리번거리며 미술평론가, 출판기획자, 공간 디렉터, 공연협력자로서 움직이는 김지연에게 모든 예술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 김지연(1973- )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 학사, 미술사학과 석사, 국민대 미술이론 박사 수료. 가나아트센터 전시기획자(2003-2008), 학고재갤러리 실장(2009-2012), 광주비엔날레재단 전시부장(2021-2023) 역임. 해인아트프로젝트(2013), 창원조각비엔날레(2014), 지리산프로젝트(2014-2015), 세계문자심포지아(2016), 제주비엔날레(2017) 등 독립큐레이터/예술감독 활동. 전시기획과 출판을 병행하는 ‘소환사’와 전시공간 ‘d/p’ (2018- ) 운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