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芙蓉)의 미
김성호(미술평론가)
이성근의 작품 〈부용(芙蓉)〉은 한국적 소재와 주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동양 각지에 서식하는 연(蓮)을 가느다란 선재로 형상화한 이 작품은 공즉시색(空即是色)이라는 동양적 세계관을 은은하게 펼쳐 보인다. 동양 전통의 금속 재료인 백동선, 놋쇠, 오동선을 마치 씨줄과 날줄을 교차하듯이 엮어 매어 만든 이 작품은 몸체가 비어 있는 ‘가벼운 투과체의 조각’이라는 특징으로 인해서 커다란 부피의 몸체를 가볍게 만드는 ‘비움’의 미학뿐 아니라 ‘비움 안에 채움’이라는 동양 미학을 실천한다.
이성근, 부용(芙蓉), Mixed Media, 2023.이 작품은 선재들이 교차하는 만남의 지점마다 단청에서 볼 수 있는 적, 청, 황으로 대별되는 한국 전통의 오방색으로 옷칠한 무수한 매듭을 만드는 방식으로 한국성이라는 전통을 재료의 차원에서 현대적으로 계승한다. 아울러 이 작품은 가느다란 선재와 작은 매듭들을 점, 선, 면, 입체로 확장함으로써 무수한 사람과의 인연이 순환되는 불교적 세계관을 은유한다. 작품 속 작은 매듭들은 마치 인간의 사랑이 엮인 결실처럼 보인다.
한편, 가는 선재로 몸체를 비운 가벼운 조각은 빛을 품고 벽면에 긴 그림자를 영롱하게 맺히게 함으로써 몽환적인 풍경과 더불어 풍요로운 여백의 동양 정신을 펼쳐 보인다. 그림자가 만드는 여백은 투과체의 작품이 빛과 맞물려 일으키는 상호 작용의 결과물로 새로운 생명의 형태와 공간을 탄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작품과의 환상적인 상호작용을 체험할 수 있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에 매달린 생명의 형태가 빛과 색채의 미묘한 변주를 지속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작품의 외적 변화와 관람자의 내면을 따로 떼어놓거나 구분할 수 없는 유기적 관계가 발생한다. 생명의 탄생과 교감이 이루어지는 이번 설치 작품은 가히 원초적 순수의 형태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인간, 사랑, 빛의 조형예술이라고 할 만하다.
이 작품은 바쁜 일정 속에 공항의 VIP 룸을 찾는 많은 여행객에게 한국적 미감을 선사하고 편안한 안식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2023)
출전/
김성호, 「부용의 미」, 『이성근-부용』, 작품해설문, 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