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 설치(Ceramic-installation): 상상력 속에서 무한으로 증식하는 장관(壯觀)


하계훈 | 미술평론가

지난해 장상철 작가는 원주의 폐사지 가운데 하나인 거돈사지 일원의 개방된 야외 공간에 도자와 조명이 결합한 대형 도자 설치 작업(ceramic-installation)을 전개함으로써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하늘의 별이 땅에 내려앉은 형상을 가시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이렇게 펼쳐졌던 작가의 커다란 설치 작업을 실내로 끌어들여서 지정된 공간 안에 더 밀도 있게 정제된 작품들을 배치함으로써 작가가 추구하는 주제를 지속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장상철의 작품은 작가의 예술적 재능과 경험을 총괄하듯이 물리적 규모에 있어서 압도적이어서 작품이 주는 에너지가 넘쳐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젊은 시절 오브제로서의 도예 작품으로 작업을 시작한 작가는 이제 작품이 수용되는 공간의 제약을 사실상 없애버린 대형 설치 작품으로 창작의 장을 확산시키고 있다.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가 만물은 공기(Air) · 물(Water) · 불(Fire) · 흙(Earth)이라는 4대 원소로 이루어졌다고 말한 바와 같이 자기 작품에서 작가가 다루는 요소들은 이러한 4가지 요소와 그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조형에 동반하는 빛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장상철의 창작 활동은 확산과 축적을 위한 튼튼한 토대를 확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주사위 형태의 육면체 도자 조형물에 작은 삼각형 모양의 뚫새김(透刻 openwork)을 가하고 그 내부에 광원을 탑재시킨 설치 작업이 전시장에 매달려 있고, 투각된 육면체 속에서 퍼져 나오는 빛이 무한의 공간으로 확산하기도 하고 반대로 그 구멍을 통해 외부의 기운이 안으로 찾아드는 양방향의 소통 이루어지는 상징성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그 바닥에는 연속적으로 이어 붙여 놓은 정사각형 라이트 박스 속에 이러한 조형물의 제작 과정에서 생겨난 파편들과 천장에 매단 것과 같은 육면체들이 작은 전구의 빛들과 어우러져 마치 은하수를 연상시키는 넓은 빛의 들판을 연출하고 있다. 라이트 박스를 가득 채운, 깨진 도자의 틈새로 솟아나는 빛은 마치 용 솟으려는 분화구의 용암의 긴장감이나 흙 속에 잠복해 있던 씨앗의 힘찬 발아처럼 야무진 빛으로 허공을 향해 돋아난다. (원래 작가는 이러한 파편과 빛 위로 강화 유리를 덮어 관람객이 그것을 밟고 다니며 작품을 상상하고 느껴보도록 할 여정이었으나, 시간적, 공간적 제약으로 그 기회를 다음 전시로 미루었다) 세 번째로 여기에 확장된 도자 조형물로서의 사유와 휴식을 상징하는 의자나 테이블 형태의 오브제들이 추가됨으로써 작가의 전시장 공간 연출이 완성되게 된다.

이러한 작품들의 공통점은 도자 흙을 판형으로 만들고 재단하여 형성된 각각의 면에 삼각형의 뚫새김이 적용되는데, 이 삼각형들은 기하학적으로 세 개의 꼭짓점을 연결한 도형이 뾰족한 세 개의 예각을 만들면서 작품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빛과 공기의 흐름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과 동시에 삼각형의 형태를 통해 방향성과 운동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세계의 본질을 밑바탕에 두고 작품과 공간과의 (불)연속적인 관계를 무한하게 추구하면서 우주 공간의 신비와 같은 거대 담론을 제시하는 주제를 별도로 하더라도,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은 물리적으로도 엄청난 노동력이 투입되어 시각적 장대함을 이루며 마치 거대한 빛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작가정신이 구체적 장면으로 시각화된 결과물이 된다. 작가는 시간과 재료 등의 창작 여건이 허락한다면 더욱더 확장된 작품을 전개하고 싶다는 의욕을 드러내기도 한다. 

수년간의 탐구와 노력이 결집하여 전시장에 설치미술 형태로 제시되는 이번 작품에서는 작가의 정신적, 육체적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장상철이 바라보는 하늘의 수많은 별은 마치 공기처럼 우리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지만, 평상시에는 도시의 인공조명에 가려져 우리들의 의식 속에서 잊힌 채 우리 곁을 에워싸고 생성과 소멸, 환희와 좌절, 희망과 그리움 등의 정서를 묵묵하게 지켜온 빛이었다. 이러한 우주류(宇宙流)를 닮은 도자와 빛의 흐름은 작가가 평생을 거쳐 연구해 왔던 도자 형식실험이 고스란히 축적되고 빛과 결합하여 탄생한 작가정신의 소산이며,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메아리처럼 반복되면서 마치 우리의 삶을 닮아서 서로가 서로에게 호응하는, 시각과 상상력 속에서 증식하는 장관(壯觀)의 부피를 머금고 있다.

예술은 문자나 언술의 영역과 달리 시각적 요소, 즉 비언어적 요소가 관람객과 소통하는 주요 수단이다. 시각 예술은 특히 시대와 환경의 산물이면서도 동시에 작가의 예술정신이 시각적으로 재현됨에 있어서 시대를 초월하여 자율적으로 드러남으로써 작가에게 독자적인 영역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 작가의 예술적 상상력의 무한한 매력과 잠재력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장상철의 대형 도자 설치 작업에서 보는 것처럼 평생을 흙과 씨름해 온 작가의 생각과 노력이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비언어적인 교감을 통해 서로 만나고 공감되는 접점을 이루게 된다면 작가는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예술가가 우리 사회에서 짊어져야 하는 창작의 고뇌와 노고에 대해서 높은 값을 치러 줄 수 있는 지표가 되며 작가에게는 긍지와 보람이자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