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시작되면서, 각종 SNS와 뉴스레터를 통해 올해 한국에서 개최될 전시에 대한 소식이 줄을 이었다. 규모면에서도 기대할 만한 전시가 많지만, 그 게시물과 소식지를 보면서 ‘아, 좋다~’라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다채로움이다. 한국의 거장과 주목할만한 신인, 새로운 시도를 열린 공간에서 보여주는 전시뿐만 아니라, 국내에 지점을 연 외국 갤러리와 미술관이 외국 작가를 국내에, 우리 작가를 외국에 소개하는 전시가 계획되어 있다는 사실은 국내 현실에 비추어보면 판타지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다. 
이와 조금 다르게 환상적인 소식은, 직접 가보기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꼭 소개하고 싶은 한국 작가들의 외국 개인전이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작가의 전시가 열린다는 아주 포괄적이고도 단출한 문장에서 느끼는 자랑스러움으로 그치기에는 이미 여러 작가가 외국에서 크고 작은 전시를 통해 작품과 예술세계를 소개해 왔다. 그러나 기업의 커미션이나 한국에서 마련한 전시를 외국에서 개최하는 것이 아니라 명망 높은 미술관이 주최하는 한국작가의 개인전이 한 해에 이 정도로 많이 계획되어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좌) 김아영 전 ⓒ smb.museum  (우) 아니카 이 전 ⓒ ucca.org.cn


먼저 곧 개최될 김아영(Ayoung KIM, 1979- ) 작가의 전시 《Many Worlds Over》(2.28-7.20)는 베를린의 국립미술관 함부르크 반호프에서 열리며, 함부르크 반호프의 디렉터와 큐레이터가 기획했다. 독일에서 열리는 김아영의 첫 개인전으로, 이주, 외국인 혐오, 퀴어, 생명정치적, 지정학적 질문과 데이터, 사람, 지구 간의 공생을 작가의 지난 5년간의 작업을 통해 살펴본다. 지난 연말에 리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마친 아니카 이(Anicka YI, 1971- )의 전시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3.22-6.15)이 같은 제목으로 UCCA베이징에서 개최된다. 두 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이 전시는 역동적이고 경계가 없는 실험실이라는 콘셉트로, 인간과 비인간적 존재의 공존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가의 작업경향에 따라 생물학과 감각적 경험이 과학과 기술을 만나 재창조된 현장이 될 것이다. 위의 두 작가는 큰 테두리에서 삶과 존재, 공생, 지각되는 현실 너머의 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주제는 국가나 지역을 초월하는 관념의 측면에서 큰 공감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좌) 서도호 전 ⓒ tate.org.uk  (우) 크리스틴 선 킴 전 ⓒ whitney.org
 

외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작품을 다수 선보이는 작가 서도호(1962- )는 테이트 모던에서 《THE GENESIS EXHIBITION: DO HO SUH: WALK THE HOUSE》(5.1-10.19)를 통해 개인의 기억과 감정이 이동과 주거로 연결되는 지점을 담아낸다. 실물 크기로 복제된 한옥은 해외의 미술관에서 분명히 타인의 정체성이 되겠으나, 그 안에서 활동하는 존재가 되어본다는 경험은 많은 질문과 작품의 이해를 위한 시도를 발생시킬 것이다. 더하여, TED강연에서 수어 통역사와 함께 강연을 하면서 소리를 본 듯 느끼게 해 주었던 한국계 미국인 작가 크리스틴 선 킴(Christine Sun KIM, 1980- )이 휘트니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전시 《All Day All Night》(2.8-7.31) 역시 무척 궁금한 전시이다.

미술관, 비평가, 비엔날레 등 비영리적인 시각예술 분야에서의 인정과 미술시장에서의 인정이 점차 공고한 순환관계를 형성하면서 ‘골든 서클’이라고 불리는 지금, 작가들이 외국의 시각예술분야 전문가들과 직접 교류할 기회를 넓혀간다는 것은 이후의 한국미술 전반과 작가 개개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1953년 이후의 한국미술: 균열, 혁신, 교류(Korean Art from 1953)』의 편집자인 미셸 로베치니(Michele ROBECCHI)는 2023년 매일경제 인터뷰를 통해 한국미술이 국제적으로 입지를 다지는 데 작가연구, 외국예술가와 큐레이터간 교류가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마치 여러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꾸러미를 들고 있는 것처럼 이미 든든한 마음으로 2025년 전시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