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들려온 임흥순 작가의 은사자상 수상 소식은 한국 미술계의 많은 이들에게 가슴 떨리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10년의 세월이 지나 2025년 2월, 삶의 새로운 매듭으로 『임흥순 콤플렉스』(2024, 밤두)가 발간되었다. 이를 기념하고자 그를 만났다. 

Q. 2015 베네치아비엔날레 수상 이후 주요 활동
A. 수상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 개인전 8회, 단체전 70회, 극장 개봉 작품 4점, 영화제 및 스크리닝 70회 등의 활동으로 바쁘게 보냈다. 수상 이전까지는 미술관 전시 이외 공공예술 프로젝트, 영화 분야까지 폭넓게 활동하는 것이 미술계에서 크게 관심을 받지는 못하는 분위기였다. 수상 이후 미술과 영화 등 경계에서 작업하는 의미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고 넓어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Q. 영상 작업에 집중하게 된 계기
A. 나는 나만의 미학, 예술세계보다는 사회 속 미술의 역할을 고민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내 대학 재학 당시 개최된 《민중미술 15년전 1980-1994》(1994, 국립현대미술관)가 인상 깊었고, 활동 초기에 ‘그 너머’를 고민하고는 했다. 그 시기 급속도로 컴퓨터와 인터넷이 우리 일상에 자리 잡는 변화가 일어났고, 그때 “카메라가 붓이 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면서 가족을 처음 촬영했다. 이후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카메라를 활용한 영상 교육과 활동도 진행했는데, 초기에는 “이런 게 어떻게 미술이 될 수 있나”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Q. 여러 국가 서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
A. 시작은 2002년 초부터 인도네시아, 네팔, 미얀마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와 진행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베트남전쟁과 베트남, 제주 4·3과 일본, 노동과 캄보디아, 독립운동과 중국, 광주민주화운동과 아르헨티나 등 이러한 방식으로 연결과 확장이 되었다. 한국으로 들어온 이주민에 관한 관심을 시작으로 한반도 밖으로 나간 한국인의 발자취를 따라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Q. 관심을 두고 바라보는 것
A. 작품은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나는 직접 경험하고 반응하는 신체성과 거기에서 얻는 직감을 중시하고 있다.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비가시적인 것이다. 개인전 《기억 샤워 바다》(2023,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제주 4·3 때 일본으로 건너간 김동일 할머니의 유품 1,500여 벌의 옷을 마주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옷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왔는가?”, 하나하나의 옷이 모두 ‘시’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 그 옷을 소재로 워크숍도 열고, 전시 작품도 구상했다. 말로 남겨지지 않은, 남길 수 없었던 사람들의 목소리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다.

Q.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발행 『임흥순 콤플렉스』(총괄기획 이현인)의 발행 과정
A. 송가현 큐레이터가 ‘Complex’의 집합체라는 뜻과 인간 심리에 영향을 주는 내면 구조나 힘의 이중적 의미가 나와 잘 어울린다고 제목을 정해주었다. 우지현 아키비스트가 그간 내 작업 결과물을 정리해주었다. 기획팀뿐만 아니라 필자, 번역, 편집, 디자인, 출판, 후원 등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아 이번 달에 실물 단행본을 발간하게 되었다.

Q. 앞으로의 계획
A. 이제는 ‘새로움’에 있어서 매체보다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료이자 아내인 김민경 영화제작사 반달 대표는 제주4·3의 유가족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 제주4·3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에 최근 2년간 진행한 아르코공공예술프로젝트 〈메모리얼 샤워〉 결과물로 게임, 출판, 영화를 제작해 선보일 계획이다. 또 아직 미완성인 프로젝트가 남아있어서, 그걸 완성하고 싶다.


- 임흥순(1969- ) 가천대학교(구 경원대학교) 회화과 석사 졸업. MoMA PS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더페이지갤러리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 개인전 개최.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은사자상(2015), 제3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2015),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관객상(2017) 수상. 현 가천대학교 회화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