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 오광수가 조각가 김청정에게 보낸 편지를 연이어 소개한다. 이번호에는 1960-70년대에 중요 전시나 활동 기록들이 있는 몇 점의 편지 일부를 원문 그대로 수록하였다. 당시의 행적들과 편지에 담겨진 정서를 고스란히 느끼고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다.




오광수가 김청정에게 보낸 편지, 1968.4.9,
21×14(편지), 23×10(봉투), 편지 2장, 봉투 1장


김형
편지 반가웠습니다. 김형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부산이란 좁은 지역에서….
지난번에 상경했을 때는 섭섭하게 대접도 못해서 마음이 언짢았습니다. 서울 친지들도 모두 무고할 줄 알고, 화단의 움직임도 잠시 휴식에 들어간 듯 잠잠하군요.
어쨌든 이후동인들의 제작 활동이 서울 친구들에게 밑지지 않게 활발했으면… 성원을 보냅니다. …

1968년 4월 9일
광수




오광수가 김청정에게 보낸 편지, 1970.4.23,
27×20(편지), 22×10(봉투), 편지 2장, 봉투 1장


김형
편지 잘 받았습니다. 며칠을 두고 쓴다고만 벼르다 이제 겨우 몇 자 적습니다. 지방에서 작품 하는 김형의 고충을 잘 아는 나로서 시원한 대답을 주기가 어쩐지 망설여집니다. … 저가 나가서 김형 주소(학교)를 아르켜 주었으나 어쩐지 전람회 성격이 벌써부터 시원치가 않군요.
… 많은 돈을 드려 무모한 에너지 소비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여기 공기를 보면 수상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눈치들이 띄입니다. 또 무언가 한자리 얻겠다고 바둥되는 것이, 결국은 별것이 아닌데 야단들이니 한심할 지경입니다.
김형에게 저가 권하고 싶은 것은 지방에 있는 작가가 이런 사소한데 관심없이 떳떳이 참여한다는 것을 한번 보여주고, 그것이 이곳 속물들에게 좋은 교훈으로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 이곳보다는 그곳이 한결 조용하고 인정이 있고 또 제작하기에 좋은 것을 이번에 느꼈습니다. 서울 오시면 저의 집으로 연락 주십시오. 집은 이사 했습니다. 전화가 있으니 언제고 오시면 연락해주시고, 이용길씨나 이시우 선생님께도 안부 전해 주십시오.

우리집 전화번호(33) 3803 북가좌동 종점
(1970.4)




오광수가 김청정에게 보낸 편지, 1970.8.1,
15×9, 엽서 1장


김형
소식이 늦었습니다. … 지난번 전시한 작품을 저가 보관하기로 하고 아직 그쪽에서 가져오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일보에 내었든 작품은 홍대에서 일괄 전시하겠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져갔습니다. 아마 보관은 제일 잘할 것 같습니다.
부산은 가보려고 했으나 아직도 정신이 없고, 특히 손이 모자라 뜨지를 못하겠습니다. 이용길씨 작품 저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곧 부쳐드릴 작정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안부 전해주시길. 이만 총총

1970.8.1.
오광수




오광수가 김청정에게 보낸 편지, 1971.12.23,
18×11(카드), 19×12(봉투), 카드 1장, 봉투 1장


김형
AG전은 마지막 날에 가보았지요. … 편리한 세상에 어렵게 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돗을 연상케 하는 작품은 좀 더 많은 수가 나와서(내 생각으로 하면 10~20개 정도) 일대 공간의 파노라마를 이루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물론 시간, 운반의 어려움, 제작비 같은 것이 해결되면 말입니다. 작품 하나를 놓고 볼 때 퍽 센시불하게 인상되었어요. 널판을 지지하고 있는 받침대의 변화에도 좋은 여지가 있는 것 같애요. 또 한 작품은 우선 덩어리 자체에 있어 손해를 보고 있는 것 같애요. 정성이 든 작품치고는, 이런 전시장엔 좀 이질하게 느꼈고 -. AG 전체 인상은 흐린 편이요. 외국 작품 그대로 옮겨놓은 것도 눈에 띠더군요. 너무 장황했오. 새해 좋은 작품 많이 하시고, 결혼 꿈이나 꾸시오.

광수
1971.12.23.




오광수가 김청정에게 보낸 편지, 1973.8.19,
26×18(편지), 19×9(봉투), 편지 3장, 봉투 1장


김형
무더위 속에 어떻게 지냅니까. 해수욕차 한번 갈까 망설이다가 이 해의 여름도 그럭저럭 넘기는가 봅니다. 어제(18일)는 구상전 오픈 하는 날이라 오랜만에 정선생도 만나고 ‥ 여럿이서 고궁에서 한잔 했지요. 8월부터 책하나 만드느라고 요즘은 좀 바빠졌습니다. 현대화랑에서 「화랑」이란 미술계간지를 낼 준비를 하고 있지요. 이달 말이나 내달 초순에는 내놓을 예정입니다. … 방학 중에 한번 서울 다녀 가십시오. 서울 술로 한잔 하는 것도 괜찮겠지요.
다름 아니고 김형한테 수고를 끼쳐드릴 일이 있어서 …
부산 소식 주십시오. 그리고 김대륜선생, 양철모씨에게도 안부 전해주십시오. 이만 씁니다.

8월 19일 서울서
오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