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간 독일 뮌헨의 뮤지엄 16곳을 둘러봤다. 무심하게 즐기기 위한 탐방이었으나, 우리나라 뮤지엄 정책과 비교되는 뮌헨의 특성을 살피게 되니, 직업상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무제움브란트호어스트 ⓒ museum-brandhorst.de


독일 연방주 바이에른의 주도(州都)인 뮌헨에는 다양한 종류의 전문뮤지엄이 모여 있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모든 시대를 아울러 대형박물관 부럽지 않은 문화 향연을 펼친다.
미술관의 경우 14-18세기 작품을 모아놓은 ①알테 피나코텍(Alte Pinakothek), 18-19세기 유럽회화를 전시하는 ②노이에 피나코텍(Neue Pinakothek), 19-20세기 건축·디자인·미술을 망라한 ③근대미술피나코텍(Pinakothek der Moderne), 20-21세기 동시대 미술을 모아놓은 ④무제움브란트호어스트(Museum Brandhorst)가 르네상스에서 근대를 거쳐 현대까지 유럽의 미술사를 꿰고 있다. 덧붙여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회화를 소개하는 ⑤잠믈룽샤크(Sammlung Schack), 뮌헨 거주 작가의 회화를 선보이는 ⑥렌바흐하우스(Lenbachhaus)도 볼만하다. 고대로 시간을 거슬러 오르면 유럽에 문명의 씨를 뿌린 고대 파라오의 유물을 모아놓은 ⑦이집트박물관(Staatliches Museum Ägyptischer Kunst),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을 소개하는 ⑧국립고미술박물관(Staatliche Antikensammlungen)을 빼놓을 수 없다. ⑨고고학박물관(Archäologische Staatssammlung)과 뮌헨 서부의 님펜부르크 궁전에 자리잡은 ⑩자연사박물관(Museum Mensch und Natur)도 인기가 많다. 독일 명차의 전당 ⑪베엠베무제움(BMW Museum)과 더불어 과학기술 강국의 면모를 보여주는 ⑫국립독일박물관(Deutches Museum)은 가장 독일다운 박물관이다. ⑬바이에른국립박물관(Bayerishes Nationalmuseum)은 공예와 장식미술 분야에서 유럽의 톱으로 꼽히며 ⑭오대륙박물관(Museum Fünf Kontinente)에서는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유물을 소개하고 있으나 한국 유물이 없는 것은 아쉽다.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는 ⑮다하우강제수용소기념관(KZ-Gedenkstatte Dachau)은 반인륜적 폭력을 후손에게 공개하는 교육장으로 이번 탐방 중 학생 그룹으로 가장 붐비던 역사교육 공간이었다. 옛 바이에른 왕국의 수도였던 뮌헨의 궁전에 자리잡은 왕실박물관 ⑯레지덴츠무제움(Residenz Museum)은 규모나 화려함에서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에 버금간다.

독일의 뮤지엄 정책은 탈중앙화된 시스템으로 각 주정부의 책임하에 지역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데 유리하게 되어 있다. 유럽의 역사와 문화 전반을 담아내면서도 독일 시민의 정체성을 내세우는 교육장으로서 큐레이션과 전시 관련 워크숍, 강연, 토론 등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은 독일 뮤지엄 정책의 근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국립·공립·대학·사립 등으로 설립의 주체가 다양하다. 자국의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역사와 기억의 재구성, 문화 다양성 존중과 포용, 교육과 성찰의 공간, 예술과 미학적 경험 제공, 공동체 의식 함양 등 다양한 인문학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점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지원정책으로 획일화되어가는 문제를 안고 있다. 국제교류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전시 방식을 개선하는 현대화 노력도 요원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 뮤지엄 정책은 양적 성장을 이루었으나 질적인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전문기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①정책의 명확한 목표 설정의 부재와 부처별 분산된 관리로 인한 집행의 비효율성 ②뮤지엄 운영에 필요한 재정지원이 부족하고 사립미술관에 대한 지원 미흡에 따른 운영난 심화 ③뮤지엄 운영 인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 양성 체계가 취약해 질적 성장 저해 ④뮤지엄의 특화된 콘텐츠와 프로그램 개발이 미흡하여 뮤지엄 활용도가 낮고 ⑤뮤지엄이 사회적 역할 및 지역 사회와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지적 등이 있다. 이번 독일 여행은 우리가 개선해야 할 과제를 위한 타산지석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