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 종로구 구기동 88-2’에서 운영되었던 ‘서울미술관’은 2012년 개관하여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석파정 서울미술관과는 다른 공간이다. 오윤, 오경환과 함께 민중미술의 태동을 알렸던 ‘현실동인’의 창립회원 임세택이 개관한 서울미술관은 20년 동안 60여 회의 전시와 강연회, 공연 등의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며 당대 가장 선진적 미술문화를 이끌었던 공간이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2월 18일에 서울미술관 회고 전시의 일환으로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심광현 발제자
심광현 전 서울미술관 기획실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는 ‘서울미술관을 회고하다: 1985-1993’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사회 변혁과 미술계 확장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서울미술관이 차지한 위상 변화를 벤야민의 현행성(actuality) 관점에서 살폈다. 이를 위해 서울미술관 운영시기를 초기, 중기, 후기로 구분하며 당시 한국 사회의 반제국주의 정서 확산 과정에서 유럽의 비판적 현대미술에 대한 상대적 호감이 미술관 활동의 배경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미술관에서 1985년부터 1986년까지 활동했던 ‘학전’ 김민기의 에고이스트 콘서트, 과학과 철학을 새롭게 매개했던 뒤샹과 코발스키 전시 등이 통섭의 개념을 확산했다고 회고하였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조력자로서 활동했던 알랭 쥬프르와(Alain JOUFFROY, 1928-2015)를 소개했다.
기혜경 홍익대학교 교수는 ‘서울미술관 《문제작가전》과 형상미술’이라는 제목으로 1980년대 초반 한국 뮤지엄의 초보 단계에서 대관전시가 아닌 적립금을 위주로 운영하며 해외 유명작가 개인전과 프랑스 현대미술 소개, 젊은 작가 발굴 및 뉴스레터 발행 등의 활동을 펼친 서울미술관의 선진적 행보에 주목했다. 특별히, 8회에 걸쳐 평론가 책임제도로 진행된 《문제작가전》이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종결 시기에 맞추어 미술관과 비평가의 작가 발굴 및 비평 활동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장으로서 역할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각 회차별 선정된 작가의 명단 및 그에 대한 비평을 확인하며 ‘모더니즘대 형상미술’에서 점차 ‘형상미술 대 민중미술’로 미술사적 흐름이 이행된다고 소개하였다.
김종길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팀장은 ‘서울미술관 전시: 《신구상미술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알랭 쥬프르와에 의해 조직된 1982년 《신구상미술전》이 당시 한국 미술계 상황에서 추상 일변도의 창작 활동에 새로운 방향성을 열어보였다고 소개하였다. “프랑스의 신구상(Nouvelle Figuration) 미술은 1960년대 이래 미국 중심의 추상미술의 독주를 막고, 사회비판적 성격을 띠고 나타난 유럽에서 가장 창의적인 미술사조의 하나”(김윤수) 등의 평가를 인용하며 해당 전시 이후, ‘신구상’이 여러 언론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영향에 주목하였다. 나아가 민중미술 계열에서 이러한‘신구상주의’를 서구적 리얼리즘 전통으로 구분하며 스스로를 이와 구별하려는 현상에 대한 의의를 밝히고자 하였다.
패널 토론에서는 최열 미술사가, 김영호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최태만 국민대학교 교수가 참여하여 《문제작가전》의 바탕이 되었던 당대의 학문적 배경, 《신구상미술전》에 대한 평가가 프랑스와 한국에서 큰 시차 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점, 서울미술관을 배경으로 활동하던 연구자들이 주축이 된‘미술비평연구회’에 대한 회고 등이 거론되었다. 이처럼 뒤샹과 만 레이, 오펜하임 등 역사적 아방가르드의 전시와 사회참여적 미술 운동의 배경이 되어준 서울미술관에 대한 다층적 평가를 재확인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울미술관 회고와 관련된 활동은 이후 《서울미술관, 그 외침과 속삭임》(3.7-5.2,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전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