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
이동국은 긴 세월동안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큐레이터쉽으로 한국 서예의 역사를 갈무리해왔다. 1988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개관 이후 2023년까지 30여 년에 걸쳐 그는 서예에 담긴 전통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발굴하고 확장하는 데 힘써왔다. ‘한국서예사 특별전 시리즈’를 총 35회에 걸쳐 기획하며, 이를 통해 한국 서예의 역사체계를 정립하고, 한국 현대미술이 나아갈 미래의 자산으로서 전통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일을 해왔다. 나아가 일본과 중국 등 동아시아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국제 활동으로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이러한 전시기획 활동은 오랫동안 축적해온 연구의 결과이다. 그는 역사 주제 전시뿐만 아니라 원교 이광사, 위창 오세창, 석봉 한호, 일중 김충현, 퇴계 이황, 표암 강세황, 추사 김정희, 소암 현중화, 안중근, 중광스님, 최치원 등 무수한 거장의 전시를 기획했는데, 이는 역사와 예술을 아우르는 관점에서 나왔다. 서(書) 언어에서 한국미술의 원형적인 유전인자를 발견해온 그의 연구는 통일신라의 김생, 고려의 탄연, 조선의 안평대군·한석봉·추사 김정희 등을 다룬 경향신문 22회 연재 『서예가 열전』을 통하여 대중적 소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예산과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푸념을 넘어, 앉은 자리에서 깊이 샘을 파서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것이 예술행정기관에 몸담은 이동국의 자세이다. ‘서예진흥법’ 제정 과정에서 실무 총책을 맡아 2012년부터 10여 년간 추진한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개관과 리모델링은 예술행정가로서의 큰 업적이다. 서예진흥정책포럼 활동으로 국회와 예술의전당에서 12회에 걸친 서예포럼을 개최하고, 이를 토대로 서예진흥법을 제정하고 120억 규모의 예산을 확보해서 서예박물관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현재 경기도박물관 관장으로 재직 중인 그는 기관 운영과 관리에 초점을 맞춘 박물관 관장 업무를 확장하여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일관된 추진 방향을 견지하는 역할을 통하여 개별 전시를 총괄하여 ‘박물관을 큐레이팅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치고 있다. 박물관이 전문지식인 집단의 아성에 머무는 한계를 넘어서, 문화복지의 교두보로서 역할을 하도록 큐레이팅하는 것이 관장의 역할이라는 것. 예술과 공동체, 관객, 후원자, 정부 등 사회적 구성 요소들을 효율적으로 조율하여 예술과 사회와 정치의 연결고리로서 박물관 역할을 키워내는 것이 그의 비전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합合’을 화두로 ‘전시×영화×학술’ 프로그램 3부작을 연다.《김가진의 길 -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여운형의 중도 - 좌우이데올로기를 넘어》, 《오세창과 함께 - K컬처 미래와 전통》등이 그것이다. 또한 2026년 경기도박물관 30주년을 준비하며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시키기 위해 30년 역사를 되새김질하고, 전시와 영화와 학술을 입혀 입체적인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에 몰두하고 있다. <박물관영화제>와 <명경단청국제학술대회>로 그 효능과 필요성을 이미 입증하고 있으며, 상설관 개편을 필두로 초상화, 복식을 특화한 박물관으로서 《조선미술500년》, 《한중대화》전 등을 준비 중이다.
큐레이터로서 “이동국정신”의 핵심은 “유물 스스로 말하게 하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유물의 가치는 시공을 초월한다. 큐레이터 자신이 유물이 되어, 시간과 공간의 맥락 속에서 유물의 새로운 가치를 발산하게 하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큐레이터의 권한이자 책임이다. 그는 과거와의 대화를 통하여 현재의 사람과 사회와 대화하고 그 힘으로 미래를 여는 박물의 힘을 신뢰한다. ‘주먹돌도끼에서 인공지능시대의 미래를 담아내는 지혜’가 큐레이터의 뜻과 일이라는 점. 큐레이터 이동국이 살아온 삶으로 증명해온 가치이다. 전통문화와 현대예술의 사이에 선 이동국은 연구자, 기획자, 관리자로서 서예의 역사를 갈무리하며 예술적 가치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 이동국(1964- ) 경북대 경영학 학사,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유교경전 연구로 석사, 노자 도덕경, 동서미학 비교연구 등으로 박사 수료. 1989-2023 예술의전당 전문위원, 수석큐레이터 역임. 《조선중기서예》, 《명비고탁》, 《신화, 생명의 노래》, 《한국서예 이천년》, 《조선왕조어필》, 《고승유묵》 등의 100여회 기획전 및 《치바이스 - 목장에서 거장까지》(2017, 예술의전당), 《추사 김정희 괴(怪)의 미학》(2019, 중국미술관) 등 국제전 기획. 《애국지사유묵전》(1995) 국무총리상 수상, 《표암강세황전》(2003) 기획 삼성문화재단 주최 월간미술대상 전시기획 장려상 수상. 경기도박물관장 재직(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