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단순히 규칙과 지침의 집합체가 아닙니다. 기관의 사명과 목표, 가치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사회를 교육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 간의 대화를 위한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박물관 운영자의 책무라는 게 제 소신입니다.” 박물관과 운영자의 역할에 대해 국립부랴티야공화국박물관 보로노에바 타티야나 아나톨리예브나(이하 타티야나) 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국립부랴티야공화국박물관(Национальный музей Республики Бурятии, 이하 부랴티야박물관 Muzeyrb.ru)은 러시아 연방 부랴티야공화국(이하 부랴티야)의 수도 울란우데(Улан-Удэ)에 있는 부랴티야 대표 국립 박물관이다.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인 셈이다. 박물관에는 한때 이 지역에 살았거나 지금도 거주하고 있는 민족들의 역사를 실증하고 있다. 2011년 4개의 주요 지역 박물관 ①M.N.항갈로프역사박물관, ②C.S.삼필로프미술관 ③부랴티야자연박물관, ④노보셀렌긴스크 데카브리스트박물관을 통합해 설립됐다. 150,000점 이상의 독특한 자료로 지역의 역사, 문화, 전통을 보여준다. 특히, 러시아 불교의 역사와 문화 분야에서는 최고·최대 소장품을 자랑한다. 또한, 기원전 3세기 말 훈누(Хунну, 흉노 匈奴)시대 유목민의 유물도 잘 보존하고 있다.



보로노에바 타티야나 아나톨리예브나 관장 ⓒ Muzeyrb.ru


부랴티야는 어쩌면 우리에게는 생소한 지역이다. 그러나 빙하기 이후 우랄산맥 서쪽 바이칼호 근처에 살던 북방 몽골로이드가 기원전 2만 년부터 한반도에 진출했고, 추운 지방에서 생활했던 까닭에 얼굴에 갖게 된 두꺼운 지방층과 검은색 직모, 돌출한 광대뼈에 흑갈색 눈동자, 유아기에 나타나는 몽고반점은 지금도 우리와 일치하고 있어 이곳이 결코 생경한 지역이 아님을 알게 한다. 그런데도 단절된 역사만큼 문화와 종교, 정치 그리고 세계관은 큰 간극을 보여 색다른 지역처럼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이질감은 박물관에 잘 투영돼 이용자들에게 독특한 문화적 감성으로 다양한 인상을 경험케 한다.

부랴티야공화국은 러시아 극동연방 지구에 속해 있다. 면적은 남한의 3.5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1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시베리아 동남부에 위치하며 세계에서 가장 깊은 담수호, 바이칼의 남쪽과 동쪽에 자리하고 바이칼호의 약 60%가 부랴티야에 속해 있다. 다민족 국가인 부랴티야는 아시아와 유럽의 민족이 서로 어우러져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했다. 러시아의 불교 중심지로, 러시아 전통불교 최고 지도자인 판디토 함보 라마(Пандито Хамбо Ламa)의 공식 거주지가 있다.

구소련, 부랴티야 자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울란우데에서 태어난 타티야나는 모스크바국립대 미술사학과를 마치고, 러시아미술아카데미 이론 및 미술사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랴티야 핵심 국책연구기관인 부랴티야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을 시작으로 동시베리아기술대 교수로도 재직했고, 대통령실에 영입되어 정부 주요정책에 참여했다. 2007년에는 C.S.삼필로프미술관 관장을 시작으로 개관 때부터 부랴티야박물관장직을 맡고 있다.



《게세리야다 유산》 전시 오프닝, 2024


박물관은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대규모 전시프로젝트는 러시아미술아카데미(2023)와 예르미타시박물관(2024), 모스크바역사박물관(2024) 등과 협력한 전시가 있다. 지역 예술가 및 장인들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한 예로 2024년에 열린 《게세리야다 유산(Наследие Гэсэриады)》전은 현대 부랴티야 예술가들이 몽골-부랴트 수직 문자(монголо-бурят ское вертикальное письмо)와 『게세르 서사시(Эпос Гэсэр)』 같은 민족 문화 현상들의 부활을 위한 프로젝트로 큰 관심을 불러 모은 바 있다.

또한, 문화유산의 디지털화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박물관 《훈누: 시대에 대한 몰입》, 《부랴티야 민족의 문화유산》, 《부랴티야 역사》 등의 대형 멀티미디어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개관 후 줄곧 박물관을 이끌어온 타티야나 관장의 이 같은 활약은 박물관을 러시아의 주요 박물관 중 하나로 인식하게 했다. 관장이 갖춰야 할 소양에 대해 타티야나 관장은, “박물관의 핵심은 사람이다. 관장은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적인 팀을 구성하여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사람을 신뢰하고, 그들의 말을 경청해 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필자는 ‘2015영월국제박물관포럼’에 초대된 타티야나 관장과 인사를 나눴을 때나 ‘지역발전’을 주제로 한 그녀의 발표를 경청하면서 부랴티야박물관이 자국발전에 어떠한 존재인지? 당시 박물관을 4년여 이끌고 있는 본인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소신에서 축척된 전문성과 자민족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새 국립부랴티야공화국박물관 조감도, 2026 개관 예정.


개관 15주년을 앞두고 타티야나 관장과 부랴티야박물관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박물관에 부랴티야의 미래를 담을 수 있는 현대적인 박물관 신축이 그것이다. 2026년 개관을 목표로 2024년 2월 7일, 러시아 대통령과 부랴티야 정부의 지원으로 새 박물관 건축 기공식이 있었다. 새로운 박물관 건축 디자인은 부랴티야의 민속, 문화, 정신성을 반영했다. ‘바이칼의 문(Bорота на Байкал)’이라는 울란우데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게 될 박물관은 도시의 현대적인 맥락에 맞는 건축물로 울란우데의 중심지에 지어질 예정이다.

타티야나는 50편 이상의 학술 논문과 출판물을 저술했으며, 부랴티야 예술 연구와 대중화에도 이바지해 왔다. 주요 저서로는 『부랴티야 그래픽(Графика Бурятии)』(1997), 『도르지 푸르부에프(Доржи Пурбуев)』(1998), 『알렉산드라 사하로프스카(Александра Сахаровская)』(1997), 『바이칼의 여성(Женщина у Байкала)』(2001) 등이 있으며, 박물관과 관련해서는 『C.S.삼필로프미술관 가이드북』, 『부랴티야 미술앨범』 등이 있다.

관장의 수명이 짧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발전의 일정한 항구성과 연구의 지속성이 확보된 부랴티야의 박물관 환경이 부럽기도 하다.



- 보로노에바 타티야나 아나톨리예브나(Бороноева Татьяна Анатольевна, 1965- ) 울란우데 출생, 모스크바국립대 졸업, 러시아미술아카데미 박사(회원, 명예 학자), 부랴티야공화국 명예 예술가, 러시아미술가연맹 회원, 국제미술평론가협회 회원. 부랴티야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동시베리아기술대학교 교수·C.S.삼필로프미술관장 등 역임. 현 부랴티야공화국국립박물관장(2011- ). 러시아 총대주교상(2014), ‘영성, 전통, 장인정신’ 은메달(2016), 러시아미술아카데미 금메달(2018), 부랴티야공화국 공로 메달(2019), 문화 및 예술 공로 ‘슈발로프’상(2022)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