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우가 송수련에게 보낸 친필편지>, 1983.9.29, 21×16cm, 5쪽, 송수련 기증



본 자료는 한국의 해방 후 1세대 작가이자 종이의 화가 혹은 백색의 화가로 알려진 권영우(權寧禹, 1926-2013)가 제자 송수련(1945- )에게 보낸 친필 편지이다.

권영우는 경북 안동에 거주하던 부모님이 일제강점기에 이주한 함경남도 이원에서 태어났으며 만주 북간도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어릴 적부터 화가 지망생이었던 작가는 해방 후 서울로 상경하여 1946년 신설된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미술부 제1회화과인 동양화과에 입학하며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전통적인 한국화 수업보다는 서양화과 수업에 더 관심이 많아 몰래 서양화과 데생수업을 청강하고 그린 작품이 〈조소실〉(1954), 〈화실별견〉(1956)이다. 두 점의 작품을 포함하여 대학 시절부터 1950년대 작품들은 먹과 화선지만 사용했을 뿐 그림의 주제와 기법이 모두 서양화적인, 기존의 전통적인 동양화 개념에서 벗어남에도 불구하고 권영우의 작품들은 국전에서 입선과 특선,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하며 전통의 현대화를 이룬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하였다. 1962년 제11회 국전 출품작부터는 붓을 사용하지 않고 한지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선보였다.
한지에 구멍을 내거나 찢기, 긁기, 오리기 등을 통해 화면의 긴장감과 입체적인 공간 구성을 보여주는 개념적이고 모던한 작업을 동양화 분야에서 일찍부터 시작하였다. 그의 이런 실험적인 꾸준한 작업은 한국의 단색화를 해외에 알린 《다섯 개의 흰색, 5인의 작가전》(1975, 일본 동경화랑)에 참여하면서, 한국의 단색화의 기초를 마련한 작가이자 주요 작가로 평가받았다. 1964년부터 1978년까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1975년 국전 추천작가로 1년 동안 프랑스 체류 후 귀국하여, 1978년 중앙대학교 교수를 사임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1989년까지 작업 활동에 전념하였다.

송수련은 중앙대학교 동양화과에서 안상철, 권영우, 변관식에게 사사했다. 전통적인 한국화와 추상 작업을 사사한 송수련은 자연에 대한 어린 시절부터의 인상과 정서를 바탕으로 자전적인 내적 경험을 추상적으로 작업에 녹여내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한국화과 교수를 역임했다. 특별히 스승인 권영우와는 대학 졸업 후 가까이 지내며 작업에 대한 엄격하고도 철저한 태도를 배웠다. 이 편지는 권영우가 프랑스에서 송수련에게 서울에서의 개인적인 일들을 부탁하며 안부를 전하는 편지이다. 친근하며 신뢰가 느껴지는 사제지간의 편지이다.

권영우의 부인 박순일이 송수련에게 보낸 편지도 1점 소장하고 있다.


시간 나는 대로 알아봐 주어요. 이제 학교 출강하던 일도 궤도에 오르고 그 나름대로의 요령도 생겼을 것이고 또 그 가운데
에도 즐거움?을 찾고 있으리라 믿어요. 보름 아빠도 여전히 바쁘지요. 바쁜 때가 좋은 거지요.
나도 9월 초부터는 교외에 화실을 얻어 가지고 파리에서 매일 출퇴근처럼 내왕하고 있어요.
도시락 싸가지고 마치 옛날 학교 다니는 시간처럼 그런데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는군요. 평일 가고 오는 시간만 세 시간은 잡
아야 되니까.
그러나 화실이 넓고, 환경이 좋아서 어쩔수 없는 것이지요. 아주 공원 같은 마을에 있고 화실 근처에는 조그만한 연못들이
있고 낚시도 할 수 있는 곳이지요. 혜숙이한테는 별로 편지 못했으면서 오협엄마는 소식이 없다고 기다리기만 하네요.
좋은 작품 많이 해요.

9월 29일 권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