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로에베재단공예상》 전시 전경, 서울공예박물관
ⓒ 출처 로에베재단


《이헌정 도예전: 달을 닮은 항아리에게 아름다움을 묻다》, 박여숙화랑, 2024
ⓒ 사진 장동광


공예에 있어서 하나의 딜레마가 있다. 그것은 공예가를 전통적 개념으로 이해하여 장인(匠人, Artisan)의 위상으로 규정할 것이냐, 예술개념의 변천에 근거하여 예술가(藝術家, Artist)의 위치까지 확장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참조 논저로 버질 올드리치(Virgil C. ALDRICH, 1903-1998)의 『예술철학(Philosophy of Art)』(1963)을 들 수 있다. 이 저서에서 그는 장인은 기술로 재료들을 구사해 제작된 도구의 한 형식인 반면, 예술가는 예술적 재료와 매체를 사용해 주제의식(Subject Matter)을 반영한 산물이라고 말한다. 이는 장인이 기예(技藝)라는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예술가는 기예라는 형식 너머의 주제의식이 예술작품에 담보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가 심혈을 들여 만든 바이올린은 장인이 만든 명기로(名器)로서 공예품(工藝品)이지만, 이 바이올린(도구)을 사용하여 연주자가 주제의식을 투사하여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감정이입의 상태를 구현할 때 비로소 예술가의 반열에 오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예술가는 작은 단위의 팀버(Timber, 재목)들 즉 물감과 붓, 캔버스와 같은 재료, 매체를 조율해 복합적 조성(Composite Tonality)을 구현하는, 구성(Composition)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탁월한 작곡가(Master Composer)라고 할 때, 다양한 악기와 음률을 조율하여 자기만의 음악적 주제를 전달하려는 예술가를 의미한다면, 단지 기술적, 도구적 제작자로서 악기 그 자체는 장인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와 연관하여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아우라(Aura) 개념을 제시해 일회적 현상으로서 기술시대 복제품이 발현할 수 없는 예술작품의 원본성과 유일무이성을 언급한 바 있다. 

오늘날 동시대의 공예를 실용적 도구로 국한하는 것은 어떤 경우 공예라는 형식 너머의 주제의식을 담보한 예술적 산물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비평적 인식이다. 예컨대 백자 달항아리의 경우 본연적으로 가진 공예적 성격을 넘어서 심미적 대상성 즉, 인간의 시각적 예술 감흥을 자극하는 것은 바로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가 얘기한 무목적성의 문제를 상기시키는 측면이 있다. 필자는 공예라는 장르만큼 다양한 성격을 내포한 예술의 영역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장인적 산물로서 도구적 목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지만, 예술적 산물로서 주제의식을 담보한 오브제적 표현도 있을 수 있다. 나아가 도구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는 통합적 조형물로서 공예작품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의 공예현상은 다양한 가치 혹은 상징의 영역들과 결합하거나 이전부터 있어 왔던 개념으로 환원하는 경향성도 다분히 존재한다. 필자는 그러한 참고적 사례로 로에베공예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스페인의 대규모 가죽 공방으로 시작한 로에베는 장인 정신과 브랜드 헤리티지가 깃든 유서 깊은 브랜드다. 로에베 재단은 2016년 현대공예 발전을 위해 제정한 연례 국제 행사인 로에베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을 창설하여 장인정신을 넘어선 공예의 예술성에 관한 미래를 내다보게 하는 동시대의 창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로에베공예상을 통해 공예가 실용적 하이엔드 상품을 넘어선 소장가치로서 예술작품으로 승화되는 새로운 공예의 영토 확장을 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