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희


‘예술이라는 구체적인 사실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예술학’을 전공한 박남희는 자신의 학문적 토대를 세 영역으로 풀어낸다. 현장 비평가와 큐레이터, 미술관장이라는 그의 사회적 위치는 연구자 정체성 위에서 나타난다. 오늘날의 박남희를 만든 과정의 절반은 연구자로서의 역량 축적에 있다. 「예술의 사회·역사적 해석에서 귀속과 순환의 문제」(2005)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예술학 원론에 관한 논문은 물론이고 디자인과 공예, 현대미술과 미디어아트, 지역성과 역사성 등 전방위 연구 분야에서 논문 투고와 저술 활동으로 빛나는 연구성과를 일궈냈다. 오랜 시간 동안 대학에서 강의와 더불어 미술교육과 미디어아트 등 여러 분야 책임연구원과 초빙교수도 지냈다.

이렇듯 탄탄한 연구자 기반인 박남희 정체성은 미술현장 기획자와 예술기관 운영자 그리고 미술비평가로서의 삶으로 나타난다. 유수의 국공립 기관과 단체의 일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이상과 꿈을 확장해온 지난 10여 년간의 활동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공예와 현대미술 전반, 그리고 미디어아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그러한 이력은 그가 현대사회의 전문화가 가져다준 경계구분의 논리를 따르기보다는 예술이 사회라는 큰 틀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한 광폭시야에서 나왔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고, 그것이 한 시대를 바라보는 세계관의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확인하고자 미술장에 뛰어든 그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통하여 한국 현대사가 남겨놓은 산업시설 유산인 연초제조창을 일상의 순간이 되게 만드는 일에 매진했다. 새것과 옛것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만난 예술을 시공간의 하이브리드로 풀어낸 것이다. 예술의 창작과 소비가 장소특정적인 소통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하여 그는 ‘공예가 예술적 대상으로 보여질 때’의장·단점과 긍·부정을 안고 사회적 연결로서 예술의 지위와 역할을 재확인했다.

ACT페스티벌(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음식과 예술의 만남을 주선하며 음식을 기술과 결합하여 예술적 소통으로 연결했다. 친숙하면서도 심미적인 음식문화에 착안한 이 프로젝트로 그는 일상과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재발견했다. 접점의 예술은 제주도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서 그는 미술이 제주라는 특정지역에서 어떻게 새로운 감성 실험과 해석의 장으로 확장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제주 가치에 주목하여 제주의 장소성과 역사성에 천착하는 과정에서 그는 예술가들의 헌신에 감동했다. ‘예술은 역사를 현실과 미래의 새 지평으로 연결한다’는 점을 확인한 그는 향후에도 지역적 가치 기반의 예술에 확신을 얻었다.

큐레이터는 예술(가)과의 동행을, 관장은 미술관과 시민의 연결을, 비평가는 예술과 관객의 소통을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박남희의 삶은 자신에게 주어진 위치에 따라 이 세 가지 역할을 자신의 뜻과 일로 새기고 살아간다. 예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감성학 영역에서 다뤄왔던 예술을 아래로부터의 미학이라는 기치 아래 사실 기반의 과학적 연구에서 나온 것이기에, 예술학 연구자로서 박남희는 학문과 일의 경계를 좁히며 진일보를 거듭한다. 이론과 실천의 지평 위에 한 걸음 내딛기. 큐레이터 박남희 정신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으로서 그는 2026년 백남준 20주기를 준비하면서 ‘백남준의 이해/참여/소통/연결’이라는 키워드를 널리 알리고 실천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2032년 백남준 탄생 100주년을 준비하는 장기계획 또한 기관 차원의 일과 연구자로서 개인의 계획을 포함한 주요 현안이다. 연구자이자 기획자의 관점에서 미래의 포지션 문제가 아니라 백남준 연구자로서 한 길을 가겠다는 생각. 미술과 대중과 전문가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일. ‘물처럼 유연하고 투명하게’ 살아가는 박남희다운 길이다.


- 박남희(1970- ) 홍익대 예술학과 및 동대학원 석박사 졸업.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큐레이터(2011) 전시감독(2013) 역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T페스티벌 총괄(2018-19), 2019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 《영원한 빛》 예술감독,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원 본부장(2016-20), 2021-2024. 홍익대 영상커뮤니케이션대학원 초빙교수, 3회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역임. 현 백남준아트센터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