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이삭
‘사회참여 활동가’를 자임하는 김이삭은 큐레이터와 에듀케이터, 디렉터 정체성을 한 몸에 지닌 독창적인 뮤지움 종사자다. 그는 예술교육의 공공성에 주목하여 교육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교육 중심 경영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사립미술관의 디렉터로서 그는 전시기획에서 공간디자인, 교육프로그램 개발, 도슨팅까지 실무에 직접 참여하며 ‘현장성과 총체적 감각’을 견지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김이삭은 생태적 감수성, 참여 기반 미술교육, 사회참여 큐레이팅을 강조하는 시대정신에 최적화한 액티비스트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현대미술관인, ‘헬로우뮤지움 어린이미술관’을 개관했다(2007). 2015년에 금호동에서 재개관한 헬로우뮤지움은 방향성과 정체성을 재정립하면서, ‘동네마다 동네미술관’을 표방하면서 지역 공동체 기반의 예술생태를 만들고자 했다. 금호동에서의 실험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멈췄지만, 6년간 장기후원이라는 기업 협력모델을 만들고, 성동구청과 협업으로 공공-민간 거버넌스를 실험하는 역동적인 장을 만들었다. ‘아빠 일요일 무료’ 정책으로 성평등 육아와 돌봄을 지향했다. ‘돌봄의 문화적 재구성’이라는 관점에서 미술관에 거리감을 갖는 아빠들을 전시 참여 주체로 초대한 것이다.
헬로우뮤지움은 ‘1)생명과 생태 감수성, 2)현대미술 내 비주류 장르 소개, 3)어린이 놀이권과 놀이성 연구’라는 세 가지 중심가치를 가진다. 김이삭은 생명존중과 생태가치에 초점을 맞춘 전시를 개관 이래 지속하고 있다. 근년에는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 주제로 더욱 밀착하고 있다. 《루씨와 오렌지미술관》(2008), 《미술관 사파리》(2011), 생태 시리즈인 《헬로, 초록씨》(2017, 2019, 2021, 2025) 등의 전시를 이어왔다. 해양생태 주제전 《마이터틀》(2023)은 어린이들이 ‘플라스틱 대신 생태 장난감을 가져가는 캠페인을 동반했고, 유치원들과의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확장했다.
어린이들이 주요 참여자인 헬로우뮤지움은 현대미술의 비주류 장르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한국화, 실험미술, 퍼포먼스 등의 비주류 장르를 담은 《묵지빠》, 《문방사우》(2008, 2010, 헬로우뮤지움 강남) 등은 한국화 체험형 전시다. 《미술관 개구쟁이들》(2019, 성수)은 실험미술을, 《모던패밀리》(2020)는 온라인 기반의 어린이용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전시다. 놀이의 권리를 예술교육과 연계해온 김이삭은 《놀이시작》(2013, 예술의전당)과 《아트 디스커버리》(2015, 충무아트홀) 등에서 ‘놀이의 예술성’과 ‘예술의 놀이성’을 탐구했다. 놀이를 연구하는 국내외 예술가와 연계한 포럼 《포럼 OH》(2012, 2014 예술가의 집)를 개최하기도 했다.
기후위기와 인구감소, 지역소멸, AI 전환기 등의 격변기에 그는 새로운 미술관학을 가다듬고 있다. ‘팬데믹 이후 미술관은 콘텐츠를 전달하는 기관 만이 아니라, ‘사유와 감각, 연대와 배움의 현장’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그는 쉼 없는 자기혁신으로 현재와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 이렇듯 열린 눈과 귀로 세상과 대면하는 김이삭정신의 핵심은 ‘실천하는 활동가’ 정체성에 있다. 큐레이터나 에듀케이터 너머의 액티비스트 지향은 그가 미술을 ‘감상의 대상이기 이전에 삶과 사회를 전환시키는 실천의 언어’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관점 아래 김이삭의 큐레이션은 ‘저출산, 아동 스마트폰 중독, 아동학대와 입양’ 등의 어린이 의제에 천착한다. ‘어린이의 삶’을 중심에 두는 전환을 꿈꾸는 그에게 전시와 교육은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는 일이다.
‘가족 다양성’과 ‘인구 구조의 전환’ 문제를 리서치하면서 그는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인구감소 시대의 미술관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문화적 환대를 실천하는 전시와 교육의 길을 찾는 일이다. 성수동에서 안정적인 체제를 구축해온 김이삭은 새로운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거점을 찾는 일이다. 국공립미술관이 점점 더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갖춰가는 반면, 사립미술관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김이삭의 길은 국가가 하는 일과 다른 길에서 공공성을 찾는 일이다. 헬로우뮤지움은 ‘로컬 예술 생태계 조성’을 기반으로, 예술가, 상인, 시민, 기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상생의 문화 플랫폼이다. 그것은 전시나 교육의 공간일 뿐만이 아니라 어린이와 예술, 지역, 사회가 함께 꾸리는 관계의 그물망이다. ‘도시 속 예술공동체’의 거점. 액티비스트 김이삭의 원대한 꿈이다.
- 김이삭 (1974-)
이화여대 동양화과 학사, 조지워싱턴대 미술관교육학 석사. 이화여대 시각디자인 박사 졸업. 헬로우뮤지움 설립(2007).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겸임교수 역임 후 현재 이화여대 미디어학부 겸임교수.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건립추진기획팀원. 김종영미술관 에듀케이터, 예술의전당 미술과 놀이 초청큐레이터 역임. 공저, ‘세상의 모든 미술수업’(2024, 창비). 2025년 환경부 장관상, 2013년 문체부 장관상 수상. 현재 헬로우뮤지움에서 학교 교사를 위한 “감수성학교”, “한국화학교” 설립 운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