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CMA '한국의 보물들' 전시가 남긴 씁쓸한 진실



변종필 | 미술평론가


미술품 위조는 미술계에서 재발 우려가 높은 고질적인 문제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이하 LACMA)에서 4개월간 열린 《한국의 보물들(Korean treasures)》 전시가 위작 논란에 휩싸였다. 전시된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들이 위작으로 의심되었으나, 미술관은 이를 무시하고 예정대로 전시를 진행했다. 전시가 시작되자마자 일부 신문(중앙일보)과 미술인(황정수 미술연구소 대표)이 문제 제기했지만, 우리 미술계와 LACMA의 대응은 미약했다. '한국의 보물들'이라는 전시명은 관람객에게 한국 미술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줬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미술을 평가절하한 인상만 남겼다. 도대체 누가 인정한 한국의 보물들이란 말인가, 이번 전시는 컬렉터와 기증자의 안목, LACMA의 미술품 기증절차와 감정평가, 전시기획 등 문제가 다분했다. 연간 백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유명 미술관에서 작품 진위에 관한 철저한 검증 없이 전시를 개최한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 


위작의 함정

높은 안목을 지닌 컬렉터(혹은 기증자)는 미술계의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예술적, 경제적, 문화적 기여가 크다. 하지만 유명 작가의 이름만 믿고 작품을 구입하는 컬렉터는 쉽게 위조범들의 희생자가 된다. 위조범들은 작품의 소장경로를 그럴싸하게 꾸며 진품으로 믿게 한다. 컬렉터는 진품이라고 확신하며, 이 믿음은 후손에게도 진실처럼 전해진다. 어떤 위작은 진위를 판단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다. 165년 역사를 자랑하던 뉴욕의 노들러 갤러리(Knoedler Gallery)가 마크 로스코와 잭슨 폴록 등의 위조 사건으로 세계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위조범들은 가짜를 진품으로 속이기 위해, 미술 전문가나 명성 있는 사람, 공공기관을 협력자로 끌어들인다. 특히 유명 미술관이 위작을 진품으로 둔갑시키는데 협력자가 될 때 그 문제는 시대를 넘어 위조의 역사가 된다. ‘지금도 세계의 유명 미술관에는 정체불명의 위작들이 버젓이 걸려있다’라고 했던 토머스 호빙(前 메트로폴리탄미술관장, 전문미술감정가)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증작품에 대한 미술관 검증 절차는 필수 

우리나라의 경우 미술관이 작품을 기증받고자 하는 경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약칭:박물관미술관법)’ 관련 규정에 따라 수증심의위원회를 두어 기증받을지 여부를 결정한다. 또한 기증자의 기증품은 감정평가를 신청한 후 기증유물감정평가위원회를 통한 감정평가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증작품은 조건 없는 기증이라해도 가격평가위원회를 통한 가격심의, 프로비넌스(소장 이력) 등 면밀한 검증 절차를 거친다. 이러한 절차는 기증작품이 미술관의 소장품이 되기 위한 필수과정이다. 그렇다면, LACMA는 과연 어떤 수증심의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알려진 바를 정리하면, 기증자(체스터 장)의 기증품 소장이력에 기본적으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문제 제기된 작품에 대한 감정서(진위여부, 시가감정), 작품평균거래액 등 기본 자료들이 미비하다. LACMA 관장 마이클 고반은 '우리 미술관에서도 몇몇 모던 회화들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미술관 큐레이터들의 연구 역량을 믿으며, 전시가 끝날 때까지 연구를 지속할 것이다. 앞으로 컬렉션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라며, '진품으로 확인되기 전까지 전시에서 박수근의 작품을 내려달라'는 한국화랑협회가 진품 확인 근거와 소장 이력을 묻는 요청에 대해 해명했다.(한겨레, 5.22.) 이 해명은 LACMA 관장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답변이었을지 모른다.(결국 기증받은 작품이고, 자신이나 미술관의 과오로 기록되는 것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만약 LACMA 관장의 말대로 미술관 큐레이터들의 연구 역량이 믿을만하다면, 위작 의혹이 제기된 작품들의 진위를 가리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의 검증만으로도 위작 여부는 가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작 연대와 양식의 부합, 작품과 관련된 당시 문헌자료(문서는 위조 가능성이 있음), 작품 출판자료, 전시 경력, 컬렉션 정보 등을 통해 진위를 판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보를 공유하느냐에 있다. 


위작 문제는 현재진행형

LACMA 전시는 끝났다. 문제는 향후 우리 미술계의 대응이다. 지난 2022년 당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이번 문제의 대상이 된 이중섭, 박수근 작품을 보고 모두 위작이라는 서면감정서를 써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전시를 강행할 정도의 배짱(?)이라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사전에 전시를 막지 못하고, 전시 기간에도 문제 작품들을 철수시키지 못했지만, 전시 도록으로 발간되고, 주요 미술관에서 문제의 작품들이 다시 전시되거나 소장품이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우리의 대응이 미흡할 때마다 한국 미술의 위상은 추락할 것이다. 위작 문제에 한국미술계가 적극 대응(예: 감정 기구의 역할 강화, 법적 규제 강화 등)하는 것은 곧 한국 미술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우리가 인정하지 못하는 위작과 졸작을 '한국의 보물들'로 칭하게 둘 수는 없다. LACMA의 전시는 끝났지만, 위작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1차 게재 월간미술 2024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