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현대미술관 아젠다-제주미술 브랜딩
‘기억하고, 이어가고, 교류하는 미술관’ 


변종필 | 미술평론가

① 현안-변화의 길에 선 제주미술
제주 섬은 고립처럼 보이지만,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당당히 솟아있는 그 자체로 모든 것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지켜나간다. 섬의 힘이다. 제주미술이 그렇다. 제주는 세계라는 바다에 우뚝 솟은 천해 자연의 섬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지향하는 수많은 예술가에게 창조적 영감을 주는 섬이다. 제주미술은 ‘변화의 길에 서 있다. 젊어지고, 신선해지고, 새로워지는 중’이다.

지난 2월 12일 제주도립미술관주관으로 개최된 3회 제주비엔날레가 지역 특성을 잘 살린 성공적 안착이라는 평가 속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우여곡절 끝에 5년 만에 다시 개최된 비엔날레는 전담조직 구성이라는 꼭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남겼지만, 향후 제주미술 변화의 가장 큰 기폭제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화예술관광산업을 주도하는 제주도에서 제주미술은 중요한 콘텐츠 중 하나이다. ‘제주니까 가능한, 제주에서 필요한’ 제주형 전시기획과 미술관 관련 다양한 프로젝트 개발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이런 맥락에서 예술창작자인 지역 작가들이 꾸준히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지원정책은 언제나 절실하다. 올해 도차원에서 추진 중인 예술창작 지원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제주도의 많은 미술인의 바람처럼 제주미술사 정립, 원로작가 재조명, 신진작가 발굴, 온라인 뮤지엄 운영 확대는 미술관의 연중무휴의 지속사업이며, 공공수장고 증축사업을 통한 관람객 체험중심의 개방형 수장고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일도 제주미술의 현안사업이다. 제주도립미술관 기구 확대와 서귀포공립미술관의 조직개편에 따른 시너지 효과 창출 모색도 필요하다. 언급한 현안들과 함께 제주미술은 제주도립미술관을 중심으로 동시대 미술의 다각적 전시기획과 프로젝트를 통한 국내외 교류로 국제적 경쟁력을 키우고, 제주미술의 현재와 미래가치를 지속해서 프로모션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② 역할-제주미술 발굴, 지원, 조명을 통한 문화예술향유
제주현대미술관은 지난 15년 동안 ‘지역미술이 외부와 교류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수행’했다. 다양하고 포용적 콘텐츠를 반영한 동시대 미술에 주목하고, 지역 신진작가 발굴 및 지역 네트워크 교류를 통한 창의적 소통에 주력했다. 또한 제주만의 독특한 미술문화를 소개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을 충족시키는 차별화된 전시로 ‘지역문화예술의 대중적 접근기회제공과 질 높은 문화예술 향유기회’를 제공하고 관람객(관람객 중 70-80%%가 도외 관광객임)과 소통하는 정서적 힐링 장소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 소장품 활용을 위한 전시연계 몰입형 실감콘텐츠 영상제작 및 관람객 유치를 위한 미디어아트 영상관운영도 제주현대미술관의 주요 역할로 떠올랐다. 미디어아트는 미술관의 사회적 유용성을 키우는 역할과 함께 현대미술관 브랜딩에도 큰 효과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술관의 역할은 인간과 자연, 역사와 시대정신을 함의한 동시대 미술을 발굴, 지원, 조명하는 전시기획과 미술사적 예술적 가치가 높은 소장품 수집을 통해 제주미술만의 본질적 가치의 힘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제주의 자연과 연계한 창작활동을 지속하는 작가 전시를 기획하고, 제주미술의 지역성을 브랜딩하는 것은 제주현대미술관의 첫 번째 역할이다. 제주현대미술관은 두 개의 기획전에 주력한다. 미술의 본질적 가치를 탐구하며,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작품 활동을 하는 신진작가들을 발굴, 육성하기 위한 <뉴라이징 아티스트>전과 동시대에 활동하는 전 세계 작가들 중 개인적 사유의 깊이와 다양성이 곧 우리 시대를 구성하는 미적 담론이자 경향임을 지향하는 <지역네트워크교류전>이다. 소장품 수집을 통해 작가들의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격려하고, 예술문화유산가치를 넓혀가는 것도 미술관 의 기본 역할이다. 제주현대미술관이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 수집으로 미술관 정체성을 확립하고, 동시에 현대미술의 경계를 넓혀가는 도내외 작가들의 작품 수집을 확장해가는 역할을 중시하는 이유이다. 

③ 미션과 비전-지역문화예술 협력과 친환경 생태 중심미술관으로
제주현대미술관은 기본적으로 동시대 미술의 흐름에 주목한다. 그러나 제주미술의 역사를 유의미하게 기록하고 함께 공유하는 기획 전시 역시 공립미술관의 중요한 미션이다. 예컨대 제주 4·3미술이 그렇다. 4·3은 제주인의 마음에 깊은 상흔으로 남아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채 소환되는 우리의 역사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4·3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늘어나는 흐름에서 미술로 시공간을 초월해 제주의 역사를 재해석하며 역사적 진실을 소환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이다. 이에 제주현대미술관은 제주도립미술관(2014~2017년)에 이어 올해는 제주를 찾는 관람객에게 제주 4·3의 아픈 역사를 알려 기억하고 함께 나누자는 의미로 4·3미술 30년을 돌아보는 <기억의 파수>를 준비했다. 4·3미술제 조직위원회와 공동 주관하는 <기억의 파수>는 새로운 평화와 미래를 향한 예술 연대를 4·3정신을 기반으로 확장하고, 평화예술 활동의 국제적 활성화를 위해 30년 이어온 제주미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제주현대미술관의 또 다른 중점 미션은 ‘21세기형 친환경 생태 중심미술관’이란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일과 지역 문화예술과의 협력이다.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지구의 경고는 자연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는 안전경계가 없음을 일깨운다. 이에 코로나 19로 멈췄던 자연생태와 예술을 융합,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하여 생태미술 중점 미술관으로 도약을 재개한다. 올해 제주 환경단체와 함께 진행하는 ‘미술관과 함께하는 환경교육’이란 프로그램은 그 시작이다. 지역미술관은 공동체의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반영하는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진행하기 위해 지역 문화예술가와 긴밀한 협력을 중시한다. 제주현대미술관은 올해 조성 20년을 맞는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라는 커뮤니티 기반이 튼튼한 지역에 위치한 지리적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여 지역예술인의 협력과 참여를 통한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적, 자연적 유산을 방문객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궁극에 제주현대미술관의 미션은 언급한 제주미술의 현안, 미술관의 역할을 충실하게 실행하는 것이며, 비전은 그 역할의 수행 성과가 따라 그릴 수 있는 미래상이다. 제주현대미술관은 ‘함께 기억하고, 이어가고, 교류하는 미술관’을 지향해 나갈 것이다.


1차 게재 아트인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