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 효용성은 소비자가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할 때 느끼는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제는 사람들이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해서 효용(만족)을 극대화냐의 투쟁이다.



전곡선사박물관 상설전시장 이한용 관장, 2021


이를 대입할 때 전곡선사박물관은 경제 공식 해법의 끝판왕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돌도끼(Acheulean hand axe) 하나가 세계 고고학계를 뒤흔들었고, 이를 통해 세계적인 고고학 발굴의 현장이 되었으며, 이 한정된 자원으로 설립한 박물관을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구석기 축제에는 매년 수십만 명이 찾아와 100억 원 가량의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창출하는 대표적인 체험형 역사문화축제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박물관 계의 코카콜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이 모든 과정의 지휘자는 고고학자 배기동 박사다. 발굴을 주도했으며 이를 국제사회에 알림은 물론 축제와 박물관 건립의 총괄 지휘자를 거쳐 초대 관장까지 지냈으니 전곡 선사 유적과 지금도 효용성이 커가고 있는 모든 활동의 A부터 Z다. 박물관 계에서 단 한 명의 혁신적인 기획력과 추진력이 이런 파급력을 보이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쉬이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를 묵묵히 따르며 뒷받침하는 이가 있다. 배기동 초대 관장을 이어 전곡선사박물관을 10년째 이끌고 있는 이한용 관장이다.

‘어렸을 때 황학동 다니며 잡동사니를 모았던 것 말고는 정말 뭐가 없네요. 대학은 고고인류학이 뭔지도 모르고 성적에 맞춰 지원했습니다.’ 시시콜콜한 얘기도 좋으니, 노정의 계기를 말해달라는 필자의 말에 이한용 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군 전역 후 복학하면서 배기동 교수를 만나게 된다. 1990년의 일로 전곡 선사 유적을 발굴해 오던 배기동 박사가 이 무렵 한양대 고고인류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다. 1989년부터 발굴조사를 하고 있던 파주 파평면 금파리(金坡里) 구석기 유적을 시작으로 이한용은 발굴현장에 투입되게 된다. 고고학·발굴·인류학 그리고 이를 접하는 태도에 대한 배 교수의 조련은 혹독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배 교수님은 참 까다로운 분이지만, 저는 제 은사님의 그런 모습이 좋았고 잘 맞았습니다. 그 무렵 고고학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존 데스몬드 클라크(John Desmond CLARK, 1916–2002) 교수님이 한국에 오셨는데, 제가 운전해 모셨던 것은 지금 생각해 봐도 황홀한 기억입니다. 막 그 길을 나서려는 저에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더 큰 의미는 그분이 은조(恩組, 은사님의 스승)님, 즉 배 교수님의 미 유학 시절 은사님이셨다는 점입니다. 그런 분을 가까운 거리에서 뵐 수 있었으니까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이 관장에게 자연스럽게 구석기인의 강인한 근력을 갖게 했다.



이란 구석기 조사, 2008, 좌측부터 첫번째 이한용 관장, 세번째 장인경 ICOM부회장, 다섯번째 배기동 박사


이한용은 1991년부터 전곡리 유적발굴에 본격적으로 참여해 2008년까지 실무책임자로 일하게 된다. 일본·프랑스학자와의 공동연구 학술발굴책임자로서의 활동, 배기동 관장이 인류의 진화 이동 경로를 찾겠다고 단행한 12차례의 이란 동굴조사 참여 등은 이 관장에게 국제 고고학의 안목을 넓히게 되는 계기가 된다.

한편, 전곡선사박물관은 2005년부터 건립을 준비해 2008년에 경기문화재단 내에 추진단이 마련되었다. 이한용은 선사 학예팀장을 맡아 기획, 설계, 운영계획 수립 등 박물관 학예 파트 밑그림을 그리는 실무책임자로 활약하게 된다. 그렇게 2011년 개관한 박물관에서 초대 배기동 관장을 보좌하는 학예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초기 기반을 다져오다, 2015년부터 만 10년째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모나코국왕 알베르2세(좌측 3번째) 전곡방문(좌측 두번째 배기동 관장, 맨 오른쪽 이한용 학예팀장), 2012


배 관장이 틀을 만들어놓은 터에 어쩌면 선사라고 하는 재미없는 유적과 유물에 각양각색의 컬러를 칠하고 예쁘게 꾸며, 오늘날의 위상을 갖게 하는데 진력해 오고 있다. ‘전곡돌잔치’, ‘선사차력쇼’, 기획전 《고기》와 연계한 ‘드라이에이징 돼지고기 해체쇼’, 기획전 《전곡 석물점》, 《돌과 나무의 시대》, 《구석기 비너스가 부르는 노래》 등 다양한 기획전과 체험학습·캠프·주먹도끼와 관련한 체험전시 등은 큰 호응을 얻으며, 경기도 내 전체 문화기반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만족도 조사에서 늘 최상위 그룹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전체 만족도 1위와 올해의 박물관으로도 선정되었다.

특히, 선사체험 종합선물 세트로 불리며, 박물관 전시장에서 캠핑하며 진행되는 ‘선사의 법칙, 1박 2일 구석기 가족 캠프’는 참가 경쟁률이 1000대 1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아울러 전곡선사박물관은 국립박물관을 포함해도 가장 활발한 국제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명실공히 실질적인 활동을 해오고 있다. 대만·스페인·프랑스·독일·일본·칠레·포르투갈 등 15개국과 교류하는데, 1957년에 발견된 대만의 대표 철기 문화를 보여주는 《십삼행박물관(十三行博物館)고고학축제》에 매년 초청받아 부스를 운영하고, 일본 홋카이도 ‘국제흑요석학회’에 참가하여 준비해 간 한탄강 짱돌로 돌도끼를 만드는 시범을 이 관장이 직접 하며 박물관과 전곡 선사 유적지를 알렸다.

박물관의 현장 실험고고학을 내용으로 한 전곡선사박물관 국제 프로그램 ‘세계 선사체험 마을’에는 세계 구석기, 선사 전문가 10여 명씩이 매년 참가해 ‘전곡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2029년 구석기 축제의 세계화를 꿈꾸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석기 엑스포, 전곡리라는 시골 동네가 세계로 나가자는 취지다. 그 중심에 전곡선사박물관이 있음은 물론이다.

‘공립박물관은 세금으로 운영합니다. 따라서 가장 기본적으로 지역사회와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박물관은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박물관이 실체만 있지 지역 주민과 교감하고 함께하려는 구체적인 활동이 부족해 보입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는 친화적 프로그램이 많아야 합니다. 특히, 우리 같이 소장품이 어려울수록 그 노력은 끊기지 않고 지속되어야 합니다.’ 이 관장의 박물관론이다.

골상학(骨相學, phrenology)을 전혀 모르는 필자가 보더라도 배기동 관장의 선 굵은 성품은 선사와 돌도끼랑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한용 관장 역시 그렇게 보이는 것을 부정하긴 어려울 듯싶다. 30여 년 그가 선사 유적과 함께해 온 시간이 가져다준 변화가 아닌가 한다.


- 이한용(李漢龍, 1967– ) 전북 익산 출생, 한양대 문화인류학 전공 박사수료, 전곡선사박물관 학예팀장(2011-15), 전곡선사박물관장(2015-현재), 한국박물관협회 감사, 청주시립박물관 추진위원, 국립여성사박물관 운영위원. 2018 박물관발전 유공 ‘국무총리상’, 2024 ‘올해의 박물관인상’(경기도박물관협회) 수상. 『왜 호모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2020, 채륜서) 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