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문석 큐레이터


울산노동역사관1987은 한국 최초의 노동박물관이다. 현대중공업 등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선 울산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계기로 한국을 대표하는 노동운동의 도시로 자리잡았다. 울산노동역사관1987은 이러한 노동자 역사를 중심으로 한 지역밀착형 전시를 연다. 시민참여 콘텐츠와 노동미술 컬렉션, 13만여 점의 문서, 미디어 등의 노동역사 자료를 소장한 이 곳은 ‘작은박물관’의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이 공간의 조사연구와 컬렉션·전시·교육의 업무를 맡아 살림을 챙겨온 큐레이터는 노동운동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 배문석이다.

1990년대 말, 노동운동에 투신하고자 다큐멘터리 감독을 시작한 배문석은 2000년대 초부터 울산민주노총 국장으로 10년간 상근활동을 한 후, 현재 노동역사관 큐레이터로 10년째 일하고 있다. 울산을 중심으로 노동의제를 다루면서 근대시기 노동운동과 독립운동을 연계한 연구와 동시대 노동자의 삶을 다룬 아카이브를 수집해온 이 기관의 영문명칭은 Ulsan Labor History Museum(울산노동역사박물관)이다.역사관이라는 현재 명칭은 역사박물관의 축약이다.

배문석은 개관 이후 상설전의 보완책으로 첫 기획전시인 이윤엽의 목판화 전시를 열었다. 이후 《부산민주공원 민중미술컬렉션 기획전》, 《울산노동미술전》, 《노동미술2024》등의 기획전을 이어왔다. 이러한 기획은 인천의 노동미술굿을 이은 연례전시로 자리잡고, 부산·광주·서울 등지에서 이어가고 있다. 나아가 노동미술의 역사를 정리하여 《정봉진 아카이브전》을 개최하는 등 연구성과를 냈다.

노동자를 예술가로 발굴하고 개인전을 지원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엘리트예술가의 노동미술과 달리 노동자미술은 노동자의 창작을 기획전과 개인전으로 풀어내며 공예와 서각 등에서 사진·회화 등으로 확장했다. 노동역사 자료 수집과 보존·연구는 자연스럽게 일제강점기 노동자 독립운동으로 올라간다. 10년간의 아카이빙은 《항일혁명가 이관술》 아카이브전시(2024)와 같은 성취를 만들고, 올해 서대문형무소기념관 등의 순회전을 앞두고 있다.

노동미술 큐레이터 배문석은 한국현대사로 눈결을 넓혔다. 2017년 6.10민주항쟁과 노동자대투쟁 30주년을 기념한 민중미술 전시를 비롯해, 여성독립운동가, 윤상원열사, 전태일열사 등의 기획전을 열었다. 부산·서울·울산으로 이어지는 부마항쟁 아카이브전 《일·꿈·몸 시대를 그리다》(2023), 동학혁명 130주년 기념전 《비원: 긴 여정의 시작》(2024) 등에 이어 올해 광복 80주년 기념 광주·부산·울산 순회전을 주관한다. 노동운동의 역사를 항일과 민주화 역사로 연계하려는 근현대사 연구 기획으로 배문석은 역사박물관 큐레이터 정체성을 확립해왔다.

시민사회 활동가 배문석은 비디오저널리스트로 출발했다. 울산 노동자 투쟁을 영상으로 기록하면서 문화운동가로 자리잡았다. 탈핵과 기후위기, 교육, 이주노동자, 장애인, 여성 등의 여러 의제로 사회연대활동을 해온 그는 여느 큐레이터와 확연히 차별화하는 사회참여적 연구와 기획을 이어왔다. 나아가 동학혁명, 독립운동, 제주4.3항쟁, 5.18민중항쟁, 6.10민주항쟁, 세월호10주기 등의 연대활동에서 배문석은 시민사회와 연계한 큐레이터로서 더욱 빛났다.

배문석은 최대치와 최소치를 상상한 후 다방면의 네트워크로 집단지성을 이끌어내는 소통의 큐레이터다. 이렇듯 낮고 넓은 마음으로 배우고 일하는 배문석정신은 ‘사랑과 혁명을 꿈꾸는 낭만주의’로 귀결한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현실 너머를 상상하며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나아간다. 항일혁명가 이관술 생애사 출판 및 전시, 스웨덴, 핀란드, 독일 등의 노동미술 외국 전시 등의 단기 현안과 노동의제 저술활동, 역사주제 방송활동 등의 중장기 계획을 품은 배문석은 세상물정을 꿰뚫고 ‘박물(博物)’하는 큐레이터로 분주히 달린다.


- 배문석(1972- ) 동국대 철학과 졸업. 노동다큐 감독(1998-2004). 울산청소년영화제 PD 및 심사위원(1999-2004).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문화정책국장(2004-2014) 역임. 울산노동역사관 사무국장(2014- ) 재직. 《노동미술2024》 등 50여 회 전시 기획. 「울산저널」 기획연재 집필. 〈다시 싸움을〉, 〈절망의 공장〉 등 다큐멘터리 감독. 『울산노동운동사』, 『울산민주화운동사』 등 단행본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