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인문학(11) 예술 작품의 가치
김영호 중앙대 명예교수, 미술사가
예술 작품이란 무엇인가?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AI의 답은 이렇다. “예술 작품이란 인간의 창조적 행위가 만들어낸, 미적 가치를 지니며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이 정의는 여전히 수정될 여지를 가지고 있지만 예술 작품의 필요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좀 더 보완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예술 작품이란 인간의 창조적 산물이고 감각 영역의 활동이며 감상자와 소통하고 공감대를 이루게 하는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마르셀 뒤샹의 소변기 <샘>이나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 <코미디언>이 논란 속에서도 예술 작품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활동이고, 오감을 통해 감각적 경험을 일으키며, 전시라는 사건을 통해 예술가와 감상자 사이의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술 작품의 가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역시 다양한 요인에 의해 정해진다. 공모전의 작품 심의 과정에서는 일반적으로 ‘예술성’을 심사기준으로 비중있게 내세운다. 그런데 예술성으로 규정된 가치란 주관적이고 정성적인 측면이 강해서 전문가마다 다른 견해를 내놓을 수 있다. 이와 대조되는 정량적 평가 잣대로는 ‘작가’의 경력이나 ‘작품’의 속성, ‘시장’의 역학 관계, 그리고 ‘역사’ 맥락의 평판 등을 들 수 있다. 작가의 경력에 관련된 요인은 작가의 교육 경력과 수상 실적, 작가의 생존 여부가 작품의 희소성을 높여 가치에 영향을 준다. 해당 작가의 독창적 작품 스타일이나 기법이 작품의 가치를 더해주기도 한다. 작품의 속성과 관련해서는 작품의 희소성과 진품 여부, 보존 상태, 크기와 매체 및 기법적 완성도, 제작 시기 등이 가치 측정에 반영되는 요소이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전성기나 전환기에 제작된 작품이 더 가치 있게 평가될 수 있다. 시장의 역학 관계를 보면, 유명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의 전시 이력, 중요한 미술 문헌에 소개되는 경우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가치가 올라간다. 유명 옥션에서의 경매 결과 및 거래 기록도 가치를 추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특정 작품에 대한 수요가 높으면 가격이 상승하고, 미술 시장의 동향 및 유행 현상 역시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끝으로 역사 맥락의 가치란 특정 시대나 사회에 끼친 작품의 영향력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요소는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것들이지만 시대 정신을 표상하는 인문학적 가치라는 점에서 배제할 수 없는 요소이다. 이렇듯 예술 작품의 가치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결정되므로, 주식처럼 동시대 구성원들의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영국 리즈대학의 철학과 교수 매튜 키이란은 그의 저서 『예술과 그 가치(Revealing Art)』(2010)에서 예술의 가치 문제를 차분하게 다루고 있다. 예술의 원본과 독창성, 미적 경험의 본질, 예술과 지식의 관계, 그리고 예술과 도덕의 딜레마 등 그가 제시한 다양한 주제들은 예술 작품의 복합적 가치를 이해하는데 참고할 만 하다. 키이란에 따르면 예술의 독창성이란 단순한 새로움을 넘어선 ‘예술적 성취’를 의미하며 당대의 관습이나 고정관념을 극복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예술적 상상력의 승리’를 나타낸다. 미적 경험과 관련해서 예술의 가치란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 추함이나 기괴함, 혐오스러운 것에서도 발견되는 것임을 강조하는 대목도 적절한 분석이다. 예술과 지식의 관계에 대한 문제도 흥미롭다. 예술은 친숙한 것의 재인식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새롭게 통찰하고 우리 자신의 본성과 이에 반응하는 방식을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끝으로 예술과 도덕의 딜레마란 예술은 도덕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지만 도덕적 교훈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상에서 보듯 예술의 가치에 대한 논의는 단순한 미적 유희를 넘어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이해를 제공하는 인문학적 과정이다. 인성이 갈수록 피폐해져만 가는 오늘의 사회적 현실에서 예술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인들에 대해 숙고해 보는 일은 예술 자체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예술과 사회, 그리고 개인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깊이 통찰하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 1차 출처 김영호 컬럼 No.11, [미술인문학], 『서울아트가이드』, 2025.7월호

마우리치오 카텔란, <코미디언>, 생 바나나, 덕테이프, 가변크기 ⓒ 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사진 김경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