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립미술관의 콘텐츠 특화 전략
김성호(미술평론가, 성신여대 초빙교수)
Ⅰ. 들어가는 글
이 발제문 이 글의 III장, IV장 일부는 기발표한 다음 글을 일부 포함했으나, 대폭 수정하고, 전체 글은 새로 쓴 것임을 밝힌다.1) 이 글은 제천시가 국내에서 시립미술관 설립을 준비하고 구체화해나가는 후발 주자이지만, 국내의 여타 공립미술관과의 비교 차원에서 차별화되고 나아가 우위에 자리할 수 있는 콘텐츠 특화 전략을 마련하는 길을 모색한다.
공립미술관 설립에 있어서 필수적인 미술관 콘텐츠 설정 및 특화 전략은 중장기적 계획에 따라 마련되어야 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상호 융합하는 가운데 양자가 큰 뼈대를 이룬 상황 속에서 세부적인 계획인 점층적으로 개선, 발전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계획을 수립해야만 한다. 이 발제문은 ‘제천시립미술관 콘텐츠 특화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21세기 공립미술관이 보편적으로 갖추어야 할 콘텐츠 전략 수립뿐만 아니라 제천시립미술관이 지향해야 할 특화 콘텐츠 전략이 무엇이고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 것인지를 검토한다.
II. 통합적, 종합적 미술관 - ‘2021 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 이후 콘텐츠 전략
제천시립미술관은 2021년 11월, 문화체육부가 실시한 ‘공립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에서 ‘부적정’을 판정받으며 탈락했다. 문화체육부는 그 이유로, “제천시 시민과의 갈등, 리모델링해 사용하겠다는 미술관 건물의 적합성, 관장 자격 문제, 그리고 소장품 확보 문제 (중략), 주민 25%가 시립미술관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천시가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것” 2) 등을 사전평가 탈락 사유로 통보했다.
주지하듯이, 2017년부터 시행된 ‘공립박물관 공립미술관의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 3)는 지방자치단체가 공립미술관을 신설하고자 할 경우, 문체부로부터 ‘건립의 타당성·필요성, 운영 계획의 적절성, 전문인력 확보, 소장품 현황 및 수집 방향, 향후 지속 발전 가능성’을 사전에 평가받고, ‘통과’을 전제로 설립을 가능하게 한 제도다. 공공미술관의 무분별한 신설을 방지하고, 공공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마련한 취지이지만, 사실상 ‘사전평가’라는 이름의 ‘심의허가제’인 셈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은 관련하여 서류4)를 갖추어 문화체육부에 신청해야 하는데, 2021년 당시 제천시립미술관은 ‘구 노인종합복지관을 리모델링해서 재독 예술가인 김영희의 닥종이 인형 작품을 테마로 한 미술관 설립 사업’5)을 심의에 제출했다. “제천시 시민과의 갈등,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것”이라는 구체적 이유는 제천 출신의 재독 작가 김영희의 닥종이 인형 작품 중심의 개인미술관을 특화 콘텐츠로 내세운 까닭에 지역 예술인이 “무늬만 시립미술관이지 내용은 개인미술관이며 시민의 혈세로 특정 작가에게 특혜를 주는 행정”6)이라고 반대를 해왔던 까닭이었다. 필자가 당시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위원’이자, 제천시립미술관 사업에서 2인의 ‘현장 평가위원’ 중 한 명이었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당시 심각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 현장 평가 당시 지역의 많은 예술가가 현장에 나와 피켓 시위를 하면서 개인미술관 취지의 설립을 적극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알린 바 있다.
제천시립미술관은 2029년 개관을 목표로 2025년 7월 중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신청할 계획인데, 조금이나마 다행인 점은, 문화체육부에서 주관하던 이 사전평가 사업이 지자체로 관할이 이양되는 것으로 입법 예고7)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제천시는 시립미술관 설립 타당성을 충청북도에서 사전평가를 받게 되겠지만, 여전히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평가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마냥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콘텐츠 특화 전략 차원에서의 ‘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에서의 실패의 교훈은 무엇인가? 사전평가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받았지만, 그중에서도 주요한 부분은 표면상으로는 예술인을 포함한 지역민의 절대적인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자, 구체적인 것은 시민의 혈세로 운영하는 공공미술관을 개인미술관 성격으로 추진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개인 작가를 조명하는 공공미술관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술관의 설립일자를 보면, 이천시립월전미술관(1991~),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2002~ ),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2003~ ), 백남준아트센터(2008~ ),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2014~ ),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2015~ ),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2016~ ) 등 많은 경우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가 실시되기 이전인 2017년 이전에 설립된 것들이었다. 2017년 이후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거쳐 설립한 개인 작가 이름의 공공미술관은 예천군립 박서보미술관(2021~ ), 이중섭미술관(시설 확충, 2022~ ), 성북구립서세옥미술관(2024~ ),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2024~ ) 등 소수일 뿐이다. 이글에서 구체적 이름을 언급할 수는 없으나, 많은 수의 개인미술관 성격의 공립미술관이 사전평가를 신청했으나, 여전히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미술관 성격의 공립미술관의 추진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 이전에 지역 예술인들로부터 반발을 사는 경우가 많다. 솔거미술관(2015~ )은 애초에 경주시가 작가의 이름을 딴 박대성미술관으로 설립을 추진하였으나, 공공 예산을 개인 이름으로 지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지역 미술인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신라시대 화가 솔거의 이름을 따라 솔거미술관으로 이름을 대체하였고,8) 안동시가 2015년부터 시립미술관으로 추진해 온 하종현미술관은 같은 이유로 지역 미술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9) 현재까지 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에서 적정 평가를 받은 작가 이름의 공공미술관은, 대개 현대미술의 장에서 작가적 역량과 예술성, 그리고 미술사적 가치를 높게 인정받은 작가의 경우로 국한된다. 제천미술관이 2021년에 재독 작가 김영희의 닥종이 인형 작업을 중심으로 신청한 메인 콘텐츠는 그런 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나 전문가들에게 있어서, 대세적 의견이었으며, 작품 기증을 전제로 한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엇나간 지점이 없지 않다
제천시립미술관이 ‘2021 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 이후 지향해야 할 콘텐츠 전략은, ‘공공성, 공적 책임, 공적 서비스를 담보하는 시민과 공중을 위한 미술관의 정체성’10)이라는 공공미술관의 보편적 목표를 명확히 한 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미술관이 공공성을 확보하고 시민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미술관을 지향할 필요성’11)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하여 ‘제천시립미술관 건립 제3차 자문위원회’ 12)에서 미술관의 정체성 부문에서 제기된 바 있는, “지역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제천시의 아이덴티티가 필요하고”, “제천의 역사성, 장소성 시간성을 종합해서 살펴봐야 한다”는 자문을 필두로, “미술관이 어느 한쪽 방향을 가지고 가면 안된다”는 자문이나 “특정 주제 중심으로 테마를 맞추면 다양성을 담기 힘들다”는 자문 의견은 이러한 ‘공공성을 전제하는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미술관에 관한 인식’을 반영한다.
미주
1) 김성호, 「충주시립미술관의 에코뮤지엄 전략 – 생태·환경미술을 중심으로」, 『지역 공립미술관의 지금 그리고 미래 – 충주시립미술관의 역할과 운영 방향성 제안』, 충주시립미술관 건립 관련 전문가 세미나 자료집, 충주시, 2024, pp. 68-75.
2) 이정민, 「제천시립미술관, 재도전 성공할까?」, 《단비뉴스》, 2022. 2. 21. (수정 2025. 2. 2.)
3)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3장 박물관과 공립미술관 제2조의 2 (개정, 2017. 11. 28) &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시행령」, 제7조의2 (본조신설 2016. 11. 29, 제목 개정 2018. 5. 28.)
4) ①설립의 목적 및 필요성, ②박물관 또는 미술관의 설립 추진계획 및 운영계획, ③운영 조직 및 인력구성계획, ④부지 및 시설명, ⑤박물관 또는 미술관 자료의 목록 및 수집계획 -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시행령, 제7조의2에서 인용.
5) 이준희, 「제천시립미술관 건립 전면 수정」, 《충청타임스》, 2022. 8. 31.
6) 이준희, 위의 글.
7)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 문화예육관광부공고제2024-0119호, 2024. 4. 3,
8) 김남일, 「경주 솔거미술관이 맺어준 인연」, 《매일신문》, 2024. 6. 30.
9) 구대선, 「안동시립 하종현 미술관 갈등」, 《한겨레신문》, 2015. 7. 6. (수정 2019. 10. 19)
10) Tim Ambrose et al., Museum Basics, London, NY: Routledge, 2012. pp. 27-28.
11) Mark Walhimer, Museums 101, Lanham: Rowman & Littlefield, 2015, pp, 30-31.
12) 「제천시립미술관 건립 제3차 자문위원회 개최 결과」 제천시 자료, 2025.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