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립미술관의 콘텐츠 특화 전략(3)
김성호(미술평론가, 성신여대 초빙교수)
IV. 에코뮤지엄, 힐링 뮤지엄 – 제천시립미술관의 보편/특화 콘텐츠
제천시 계획하고 있는 제천시립미술관은 어떠한 콘텐츠를 지향해야 할까? 이 장에서는 에코뮤지엄을 제천시립미술관의 보편 콘텐츠이자 가능성 있는 특화 콘텐츠로 제시한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어떻게 특화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먼저 에코뮤지엄의 이론적 근거를 자세히 살펴본다.
에코뮤지엄(Écomusée)이라는 개념은, 프랑스 정부에 환경부가 창설된 1971년, 조르주 앙리 리비에르(Georges Henri Rivière)가 지역의 자연공원 설립 프로젝트를 열린 미술관(musées en plein air)으로 개념화하는 가운데서 처음 제안된 것이다.22) 같은 해 그가 제안한 에코뮤지엄은 국제박물관협회(ICOM) 제9차 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개념으로 정식 채택되었다.
“에코뮤지엄은 학제적, 분산화된 뮤지엄으로, 시간과 공간, 자연 및 문화적 환경 속에서 사람을 보여주고, 본질적으로 장소, 건물, 사물, 그리고 우리 삶을 침범하는 말이나 이미지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는 실제 사물의 현실에 기초한 다양한 표현 수단을 통해 전체 지역민이 스스로 자기 발전에 참여하도록 초대한다.” 23)
그러니까, 그의 에코뮤지엄은 특정 지역 전체를 하나의 미술관으로 간주하는 ‘지역 중심’의 미술관이자 ‘분산형 구조’로서의 확장된 미술관이다. 아울러 말이나 이미지보다 실존하는 지역의 자연환경 및 유물, 유적과 같은 문화유산 그리고 가치관과 같은 무형의 문화유산에 이르는 ‘모든 유산의 통합적 보존’을 의미한다.
미셸 드 바린(Michel de Varine)은 조르주 앙리 리비에의 논의를 계승, 발전시켰다. 그는 리비에르의 영향을 받아 에코뮤지엄을 물리적 건물이 아닌 지역 전체와 그 지역의 유산과 지역 주민을 아우르는 범주로 바라본다. 즉 그는 에코뮤지엄으로의 변모를 다음의 세 가지 차원에서 설명한다. ‘첫째, 뮤지엄 건물은 지역 사회의 영토로 대체된다는 것, 둘째, 소장품은 지역이 지닌 모든 것으로 구성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창조되는 살아있는 유산이라는 것, 셋째, 지역민이란 해당 지역의 거주민을 말하며, 여기에 우연히 2차적으로 지역 사회 외부에서 온 방문객이 추가될 수 있다는 것’24)이 그것이다. 이때 ‘지역 사회 구성원은 지역민, 공공기관, 지도자, 상임 조정자, 외부 협력자, 선출직 공무원 등의 개념을 포괄’25)하는데, 에코뮤지엄의 공동 창작자, 운영자, 계약자인 셈이다.
이처럼, 미셸 드 바린 역시 에코뮤지엄을, 인간 삶의 환경 전체를 다루는 미술관으로 받아들이면서, 지역 공동체 중심의 박물관 개념으로 제안했다. 그는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 자연 그리고 지역 사회가 상호 작용하는 에코뮤지엄의 운영 원칙을 체계화했다. 지역 사회 중심, 자연 및 문화유산의 원생성 보호, 문화적 유산으로서의 자원과 자연환경의 생태적 자원의 통합 보존, 지역의 다양한 서사와 해석의 반영, 지역 사회 중심의 주도적 참여와 소유, 자연과 예술의 융합, 관람객의 체험 강조, 정부, 민간과의 다양한 협력 모델 등이 그것이다.
에코뮤지엄은 이러한 주요 요소를 통해서 “살아있는 미술관, 주민의 미술관, 일상의 미술관”26)이 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에코뮤지엄은 한 지역의 환경 파괴나 전통 소멸과 같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사회 개발을 주도하는 ‘사회적 도구’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지역 사회 개발이란, 그의 언급에 따르면, 단순히 “경제적 의미가 아닌 전 세계적인 의미에서 지속적인 전통과 끊임없는 기술 및 정신적 혁신을 기반으로 한 인간과 사회의 조화로운 성장을 의미한다.”27)
정리하면, 리비에르와 드 바린의 에코뮤지엄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에코뮤지엄이란 담장을 넘어 지역으로 확장되는 미술관, 지역의 유형과 무형의 문화유산 통합, 그리고 지역 주민의 주도적 참여가 어우러진 열린 개념의 미술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천시립미술관은 미술관이 위치하는 제천시의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맥락을 반영하고 미술관 담장을 넘어 지역으로 확장하는 열린 개념의 에코뮤지엄을 보편 콘텐츠로 목표 설정해야 할 뿐만이 아니라, 특화 콘텐츠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에코뮤지엄이 ‘지역 사회 개발’을 목적으로 ‘인간과 사회의 조화로운 성장’을 도모하고, ‘자연 및 문화유산의 원생성 보호, 문화적 유산으로서의 자원과 자연환경의 생태적 자원의 통합 보존’을 도모하는 것처럼, 제천시도 이러한 사항들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제천시립미술관이 지향해야 할 에코뮤지엄의 특화 콘텐츠 중에서도 ‘힐링 뮤지엄(Healing Museum)’을 제안한다. 제천시의 상징인 녹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심볼마크(CI)가, “제천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화합, 단결하는 시민, 21세기 최고의 살기 좋은 도시로 웅비하는 제천의 미래 발전과 비전”28)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제천은 소백산맥, 차령산맥, 월악산, 금수산, 용두산, 의림지, 청풍호와 같은 천혜 자원과 같은 지리적 유산을 통해 힐링의 원천으로 자리한다. 아울러 시청 홈페이지 상단29)에 ‘자연치유도시 제천(HEALING CITY JECHEON)’을 브랜드 슬로건을 걸고 “자연이 주는 맑은 기운으로 심신이 치유되어 날아갈 것 같이 가뿐해진 심리상태를 표현하며 두 팔 벌려 제천의 자연을 만끽하는 모습”30)을 표현함으로써 힐링 도시를 천명하고 있다. 그런 만큼, 힐링 뮤지엄은 에코뮤지엄을 더욱더 구체화하는 특화 콘텐츠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제천시가 2023년부터 본격화한 ‘제천 의림지뜰 자연치유단지 특화사업’은 “지방정원, 솔방죽 도시생태 휴식공간, 목재문화체험장, 의병창의마을 등 6개 테마”를 확정하여 농경문화 체험과 자연치유를 테마로 한 지역 특색을 살리고 관광수요를 반영한 ‘체류형 관광단지’로 현재 조성 중31)이다. 최근 이곳을 제천시립미술관 부지로 확정함으로써 이 글이 제안하는 제천시립미술관의 에코뮤지엄, 힐링 뮤지엄이라고 하는 특화 콘텐츠의 가능성이 더욱더 커졌다고 하겠다.
미주)
22) Dominique Poulot, L'Art d'aimer les objets, Québec: Presses de l’Université Laval, 2016, p. 137.
23) Ibid., p. 137.
24) Joëlle Le Marec, “Philosophie de l'écomusée. Hugues de Varine: L'Initiative communautaire”, in Culture & Musées, n.2, 1992, pp. 175.
25) Ibid., pp. 175.
26) Laurent Gervereau, Vous avez dit musées?: tout savoir sur la crise culturelle, Paris: CNRS, 2006, p. 14.
27) Joëlle Le Marec, op.cit., p. 173.
28) 제천시청 홈페이지 https://www.jecheon.go.kr/www/contents.do?key=320
29) 제천시청 홈페이지 https://www.jecheon.go.kr/www/index.do
30) 위 홈페이지
31) 윤상훈, 「제천 ‘의림지뜰 자연치유특구’ 건립 잰걸음」, 《충청리뷰》, 2023.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