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립미술관의 콘텐츠 특화 전략(4)
김성호(미술평론가, 성신여대 초빙교수)
V. 힐링이라는 상호작용 - 제천시립미술관의 특화 콘텐츠
힐링(healing)은 ‘아픈 사람의 치료(治療)’와 마음의 치유(治癒)’를 모두 아우르지만, 대개 치유에 가까운 의미로 사용되는 까닭에, 이 글에서 사용한 힐링 뮤지엄은 ‘치유의 미술관’으로 해설된다.
실상 ‘힐링 뮤지엄’은 미술관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라고 하기보다는, 예술을 통한 치유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미술관들을 두루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 바 있다. 특히 전 세계적 혼란을 가져온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이민자와 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미술 치료 프로그램인 ‘작은 창문(La Ventanita)’을 운영했던 뉴욕 퀸즈미술관(The Queens Museum), 가상 법당에서 스님들과 명상할 수 있는 온라인 프로그램인 ‘돌봄 패키지(care package)’를 운영했던 뉴욕 루빈미술관(The Rubin Museum of Art),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사람들을 위한 지역 사회 미술 참여 프로그램인 ‘연결(Connections)’을 운영했던 탬파 미술관(The Tampa Museum of Art)은 대표적이다. 32)
국내에서도 국공립미술관 및 여러 사립미술관에서는 이러한 온라인 전시 및 명상 및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2021년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여 전시와 함께 진행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다양한 유형의 명상 프로그램’,33) 지역 주민을 위주로 미술 작품 감상과 함께 미술 치료와 힐링을 도모했던 대구미술관의 ‘디지털 가상공간 몰입’이라는 실감 콘텐츠 프로그램, 34) 부산시립미술관이 전시, 《나는 미술관에 ○○하러 간다》와 연계하여 진행했던 명상, 요가 등 100여 개의 체험 프로그램35) 등 많은 힐링 프로그램이 온, 오프 공간에서 열린 바 있다. 이러한 힐링 프로그램은 공립미술관이 지역민에게 “정서적 위안과 힐링을 제공하고, 사회 실천적 문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36)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다만, 이 글에서 언급하는 ‘힐링 뮤지엄’은 치유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미술관을 지칭하는 것이기보다 21세기 시대, 공립미술관 설립에 있어 특화 전략으로 요청되는 에코뮤지엄의 속성과 공유하면서도 ‘힐링’를 더욱더 강조하는 특화 전략으로서의 미술관 모델을 의미한다. 미술관이 예술을 통해 관객에게 주는 ‘힐링’이란, 인간의 사고와 인지가 단순히 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된다는 ‘체화 인지(embodied cognition) 이론’을 전시, 소장품, 연구, 교육 프로그램에 다양하게 응용하는 가운데서 펼쳐진다.37) 이 ‘체화 인지 이론’은 인지과학과 불교 철학, 현상학을 통합하여 설명하면서, 인간의 경험과 의식을 이해하기 위해 신체와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38) 아울러 이 이론에는 세 범주가 주요한데, 인간의 개념이 신체의 구조와 능력에 의해 제한되거나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는 개념화(Conceptualization), 인지과학의 계산 과정을 신체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한 동적 시스템과 생태 심리학으로 전환하는 대체(Replacement), 그리고 인지 과정이 뇌뿐만 아니라 신체와 환경으로 조직된다는 구성(Constitution)이 그것이다.39) 이러한 논의는 이 글의 힐링 뮤지엄 관점에서 수용자(또는 관람자)의 신체와 미술관이라는 환경적 맥락 그리고 양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매우 주요해진다.
최근 제천시로부터 용역 연구를 맡은 한 기관은 착수 보고서에서 연구의 과업 배경을 “사람·자연·예술의 미래를 생성해 나가는 문화예술 발전 플랫폼”과 “지역 문화자산을 연계하여 지역 경쟁력을 제고하고 문화관광거점도시 제천의 브랜드 및 이미지 증진” 그리고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매개공간이자 문화예술 생태계의 중심 역할 공간, 어린이·청소년, 시민을 위한 문화 향유와 교육의 장소 필요” 등으로 언급한다.40) 이러한 과업은 이 글이 언급한 바 있는 ‘에코뮤지엄’에 대한 해설이자. ‘관람자(의 신체)-미술관(의 맥락) 사이의 상호작용’을 도모하는 ‘힐링 뮤지엄’에 대한 해설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아울러 이 용역 연구에서는 제천시립미술관이 지향할 주제를 ‘자연과 치유’로 제안한다. 구체적인 주제 설명에서 제시한, “제천의 자연을 배경으로 예술문화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미술관, 지역적 특성을 살린 예술문화 확산 방식으로, 관람객의 체험적 실험적 예술문화 공간,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시민을 육성하는 시민들이 만드는 시민을 위한 미술관”41) 또한 ‘자연치유도시 제천’을 브랜드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제천시의 시정과 맥을 같이 하는 셈이다. 여기서 유념할 것은, ‘힐링’에 있어서, 미술관(혹은 미술관 운영 주체)을 지역민 또는 관람자에게 드리는 혜택의 기여자로 설정하기보다는 지역민 또는 관람자와 지속해서 상호 작용하는 대화자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주)
32) Jackson Davidow, “The Healing Museum”, in Art in America, September 22, 2021.
33)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34) 대구미술관 홈페이지 https://daeguartmuseum.or.kr/index.do?menu_id=00000746
35) 김민, 「지금 다시 미술관의 역할을 묻다,」 한국국제교류재단 홈페이지, 2022,
36) 구보경,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 전시를 통한 예술적 실천」, 『예술교육연구』 제19권, 제4호, 2021, p. 178.
37) Xinran Huang, “Research on the Design of Art Healing – Apllications in Museums Under the Theory of Embodied Cognition”, Ed., Constantine Stephanidis et.al., in HCI International 2024 Posters, Berlin, Cham: Springer, pp. 195-198.
38) Francisco J. Varela, et.al., The Embodied Mind: Cognitive Science and Human Experience, Cambridge, Massachusetts, London: the MIT Press, 1992. pp. 286-291.
39) Lawrence Shapiro, The Routledge Handbook of Embodied Cognition, London, NY: Routledge, 2014, p. 59.
40) 숙명여자대학교산학협력단, 『제천시립미술관 건립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 2024, p. 4.
41) 위의 연구보고서, p.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