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Archive] 1
소장과 아카이빙으로서의 화집 : 역사와 현황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미술가는 결국 작품과 화집으로 남는다. 한국의 문화와 예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아트 시대에 작가를 알리는 다양한 판형의 화집들이 발간된다. 아카이빙에도 취사선택의 고민이 따르는데 가령 작가의 도록에 들어간 서명은 소장의 가치를 높이며 수요도 일으킨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 소장된 도서 중 연구와 소장의 가치를 갖는 많은 카탈로그 레조네와 개인 화집 중 역사적으로 주목할만한 내용과 형태를 이 기회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많은 미술 신간도서, 미술잡지, 화집, 팸플릿 등이 입수되는데 최근 김수자스튜디오에서 화집 5권을 기증했다.독일 리히텐슈타인미술관에서 2018년 크리스티안 마이어 스톨이 편집한 『WORKS』는 작품과 전시를 담았고 『INTERVIEWS는 1994-2017』은 여러 편의 인터뷰를 모았다. 『Sowing into Painting』 2023년 스웨덴, 『THREADE ROOTS』 2024년 네덜란드 , 『To Breathe – Constellation』2024년 프랑스에서 각 발행한 연계 도록이다.
2025년, 이봉상화집이 다시 발간되었다. 『REE BONG SANG -이봉상의 선물』은 야수파 · 신상파 · 초현실주의구상화가라는 부제 아래 발간사, 추천사, 작품 순으로 구성돼있다. 작품은 연대별로 4부로 나누어 수록하고 자연인, 교육자, 미술운동가, 화가로서 이봉상의 면모와 함께 에필로그, 참고문헌, 도움주신 분으로 구성된 314쪽의 화집이다. 작품은 제목, 연도, 재료, 크기, 소장처에 그 작품이 출품된 전시이력, 표지화 및 제목 미상과 흑백도판을 총 망라해 실렸다. 특히 연보는 이봉상의 연려실기술이라고 밝히며 그에 대한 사실(정사)과 견해(야사)를 모두 포함한다고 표기했다. 실린 작품수는 170점, 정가는 25만 원이다. 유족 대표 배득종은 1차 화집은 발행에 실패하여 폐기하였고, 2차 제작비는 1,000부에 3000만원으로(인건비 불포함) 앞으로 10년간 10권을 발행하려는 계획을 이야기해 주었다.

김수자스튜디오 기증도서
개인 화집의 역사
개인 화집을 연대별로 보니 1920년경 발행됐을 것으로 추측되는 『심전화보』가 있다. 발행 연도가 표기되지 않았는데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한 화보라는 견해와 1919년 안중식 유묵전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으며, 흑백 이미지 24점이 실렸는데 널리 알려진 대표작은 아쉽게도 수록되어 있지 않다. 『오지호 김주경 2인 화집』은 1938년 발행된 최초의 컬러 화집으로 1930년대 인상주의 화풍의 정착을 보여준다.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하고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에 걸친 두 작가의 주요 작품이 각 10점씩 수록되어 있다. 주목할 것은 작품에 대한 작가 노트와 오지호의 「순수회화론」과 김주경의 「미와 예술」이 수록되어 두 작가의 작품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출판허가를 받기 위해 국문판 외 일문판도 의무적으로 출간해야 했기에 『오지호 김주경 2인 화집』도 두 가지 버전으로 출간됐다.
『박영선 체불작품집』은 1960년에 발간되었는데 1955~1958년 파리 체류기간의 작품을 컬러도판 4점과 흑백으로 수록했다. 작품 외에도 스케치, 파리 수상(隨想), 활동사진이 수록되었고 가격은 8500환이었다.(주1 『김흥수유화집』은 1962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발행했는데 18점 컬러 도판이 별도 인쇄되어 화집에 붙어있으며 이경성이 작품을 해설했다. 화집은 삼화인쇄주식회사가 영리를 벗어나 문화 소산으로 이루어졌다고 표기했고, 가격은 2만환이었다. 『이봉상 유화집』은 1972년에 나온 대형화집으로 지금 보아도 지질과 컬러인쇄 상태가 양호하다.
같은 해에 현대화랑이 이중섭 전시와 함께 출판한 『이중섭 작품집』은 400부 한정판으로 현재는 희귀본이다. 한국미술출판사가 부설 서울화랑에서 이인성 회고전을 갖고 『이인성작품집』을 1000원에 펴냈다. 1972년은 우리 미술사에서 중요한 《한국근대미술 60년》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었던 해로 근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많은 화집이 줄을 지어 발행되었다. 동아일보사에서는 1972년 이상범 유작전을 열며 『청전화집』을, 1973년 청암미술관은 『청전이상범화집』을 펴냈다.

『박영선체불작품집』동신문화사,30x24cm, 1960

『김흥수유화집』 유네스코한국위원회 39×30cm 1962

『심전화보』 26×18cm 1920년경 제공 :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전집, 시리즈
한국근대미술가를 본격적으로 전집 형태로 묶어낸 첫 시도는 1975~1979년 사진작가 문선호가 기획해 금성출판사에서 발행한 『한국현대미술대표작가 100인 선집』이다. 이 화집은 세로 32cm, 가로 24㎝로 작가의 인물사진을 전면에 내세우며 스케치 몇 점과 연대별 대표작 15점과 도판해설을 수록했다. 미술평론가의 작가론은 영문 번역까지 게재되는 등 작은 개인 화집이지만 형태와 내용에 충실했다. 한국현대미술 대표작가 100인이라는 제목의 한계로 그 시리즈에 포함되지 못한 작가들이 아쉬워해 특집으로 20인을 추가 선정해 발행하기도 하였다. 1975년 박영선을 시작으로(판매가는 1500원) 순차적으로 10명씩을 발간했다. 1982년 특집 1권의 경우 유영국 화집으로 판매가는 3000원이었다. 이 120인의 화집에는 부문별로 한국화가 25명, 서양화가 75명, 조각가 20명이 수록됐다.
2024년에 발간된 『그들도 있었다-한국근현대미술을 만든 여성들』에서는 이 선집에 게재된 여성작가가 120명 가운데 5명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2
1978년 한국일보사에서 나온 『한국근현대미술전집』은 주제별로 작가를 묶었는데 1권이 ‘전통의 계승과 근대의 자각’, 20권이 ‘조형과 반조형’이었다. 1990년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한국근대회화선집』은 한국화 13권, 서양화 13권에 별책 『북으로 간 화가들』까지 모두 27권이었다. 한 권에 한 작가 또는 두 작가를 충실하게 묶었다. 별책은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면서 1988년 납 · 월북 예술인 작품 해금 이후 작품 공개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김용준, 김주경, 길진섭, 배운성, 이쾌대, 임군홍, 정종여, 최재덕 등이 우리 미술사에 복권되어 연구가 시작된 계기가 되었다.
1992~1996년 시공사에서 펴낸 『아르비방(Art Vivant)』 시리즈는 55권으로 책의 크기는 30.5×22.5cm, 각권 1만5000원이었다. 『아르비방』은 한국현대미술의 다양한 모습을 30 ~40대 작가에서 선정해 생동하는 미술 총서를 표방했다. 작가별로 초기부터 현재까지 변천 과정을 보여주며 세계 미술무대에 소개하는 취지로 영문 표기를 병행했고 이일, 오광수, 김영나, 서성록, 한정욱 5명의 선정위원이 회화, 조각, 설치, 공예, 사진 부문을 포함했다.
대한민국예술원에서 주관한 『한국예술총집: 미술』은 1986~2003년까지 4권을 펴냈으며 한국화, 서양화,조각, 공예, 서예, 건축 6부문에 선정 작가당 2점씩 작품을 수록하고 전문필자가 작가 및 작품 해설을 했다. 1978년부터 예경산업사에서 펴낸 『한국의 회화시리즈』는 대형화집으로 김은호, 노수현, 박승무, 변관식, 안중식, 이상범, 조석진, 허백련으로 이어졌다. 이때는 한국화의 인기가 높았던 시대였다. 이 밖에도 1988년부터 미술공론사에서 펴냈던 『한국현대미술가』 시리즈 10여 권과 1997년 발간을 시작한 삼성문화재단의 『한국의 미술가』시리즈가 있다.
『한국의 미술가』는 삼성문화재단 출판으로 높은 관심 속에서 출발했지만 권진규, 박래현, 이상범, 김환기, 변관식, 이인성으로 시리즈가 마감되었다.

『한국현대미술대표작가100인선집(1)_박영선』 금성출판사 24x32cm 1975

박승규 『Art Vivant_Contemporary Korean Artists( 42 )』 시공사 30.5×22.5cm 1995

『운보 김기창 전작도록 1~5』 에이피인터내셔날 31×31cm 1994
카탈로그 레조네, 전작도록
2005년 이중섭 위작 파문 이후 미술자료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한국미술품감정발전위원회는 「한국미술품감정
중장기진흥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미술품 감정의 기초가 되는 카탈로그 레조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카탈로그 레조네는 작가의 전작을 모아놓은 도록이다. 단순히 작품만을 모아놓은 화집이 아니라 작품제목, 제작연도, 재료, 크기, 소장 및 전시이력, 참고자료, 작가의 개인사를 망라한 책이다.(주3
우리나라에서 카탈로그 레조네는 1994년에 발행된 『운보 김기창전작도록』 5권이 처음이다. 1992년 전작도록위원회가 구성되어 작품 연대별로 1 ~4권을 엮고 5권은 스케치, 삽화 및 문헌자료로 엮었다. 특기사항으로는 신문 및 잡지에 게재된 운보 관련 기사도 수록하였다는 점이다. 그동안 발행된 개인화집으로는 최대 규모로 5권 전작이 120만원이었다.
2001년 서울대 정영목 교수가 지은 『장욱진카탈로그레조네-유화』는 도서출판 학고재에서 6만원에 출판했다. 유화 작품만을 8부로 나누어 작품 경향, 연보, 작품 순서로 실었다. 작품에는 도판일련번호, 제목(영문표기 병행), 제작년, 재료, 크기, 소장처, 전시이력, 참고문헌을 명기했으며 작품설명을 추가했다. 총 작품 721점을 수록했다.
2010년 『오윤 전집』은 오윤전집간행위원회가 현실문화에서 펴냈다. 1권 ‘세상사람’은 글 모음으로 가격은 2만 원, 2권은 『칼을 쥔 도깨비』로 판화, 유화, 조소, 표지화를 모았고 가격은 2만4000원이었다. 3권 『3115 날것 그대로의 오윤』은 드로잉 모음집이였으며 가격은 3만 원, 판형은 14.5 ×19.5cm 이었다. 제작비 일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을 받았다.
2021~2024년 임무상은 작품집 4권을 비매품으로 제작해 작가의 작품을 총 망라했고, 『그림산책』 2권은 글과 그림을 모았다.

『오지호 · 김주경 2인화집』 한성도서주식회사 35.5×28cm 1938

『장욱진 카탈로그 레조네 유화』 학고재 30×23cm 2001

『KIMSOOJA- Thread Roots』 Museum De Lakenhal 26×19cm 2024
작품집 발간 지원
미술가들은 본인의 화집을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만들어도 판매되는 숫자는 실상 많지 않다. 자비출판이긴 하지만 이런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발간지원사업이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예술기반지원사업으로 2010년경부터 시각예술분야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중견작가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심의를 거쳐 매년 4 ~5명을 지원해왔고, 100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 2025년 경우 접수된 117건 가운데 최종 5건을 선정했다(선정률 4.3%). 선정자는 최성민, 임영길, 김주연, 이혜인, 나현으로 지원금액은 각 1000만 원이다. 서울문화재단은 내년부터 현시대적 흐름을 고려하여 작품집뿐만 아니라 시각예술계의 아카이브 다변화를 위해 사업개선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작가조사-연구-비평’ 사업으로 2022~2023년 2년간 28개 작가 팀에게 20억 원을 지원했다.
이 사업은 중견 이상 작가의 작업세계를 조망하는 내용을 국.영문으로 출판 지원하여 작가 활동 증진 및 비평계 활성을 도모하고자 기획되었다. 2년간 긴 호흡으로 연구에 집중하고, 수월성이 확보된 책은 추후에 출판사를 통해 인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선정된 28개 팀은 강홍구, 고영훈, 김범, 김병종, 다발킴, 리슨투더시티, 임홍순, 정정엽, 홍지윤 등이며 개인별로 자비를 추가하거나 텀블벅으로 모금을 시도해 그중 23명이 후원을 받았다. 또다른 사례로 시각예술창작산실 지원 중 아카이브 프로젝트 김수자의 ‘Bibliography & Biography’는 외국 유명미술관에서 발행된 도록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새로 생산하는 콘텐츠까지 모두 추가하여 집대성을 목표로 두고 전폭적으로 큰 예산을 지원하여 진행 중이다.
- 월간미술 2025년 8월호
주1 환( 圜)은 1953년 2월 15일부터 1962년 6월 9일까지 사용되던 대한민국의 통화 단위로 1962년에 실시된 화폐 개혁에 따라 원으로 대체되었다. 1960년 5월 발행한 『한국통계월보』에 따르면 서울시 평균 노동자 월 임금은 2470환으로 당시 작가의 화집은 고가의 도서였다. 편집자주
자료출처 : 한국은행 홈페이지 화폐연대표 & 우리나라 화폐단위 변경 『한국통계월보』 1960.5 p.62
주2 확인해 본 결과 이 수치는 오류로 실제 여성작가는 6명이었다. 필자는 이 오류를 현대미술포럼에 알렸다
주3 김달진 「‘카탈로그 레조네’의 주문을 외우자」 『조선일보』 2007.2.6 기고

1차 게재 월간미술 2025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