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의 꽃인 컬렉터. 명품족마저 주눅들게 하는 예술품 소유자 혹은 이색 적인 취미를 가진 별종으로 부러움과 시샘의 대상이기도 한 그들. 한국 미술시 장을 쥐락펴락하는 컬렉터는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 이 베일 속에 가려진 수집가의 내면을 들추어 5가지 유형으로 나눠 보았다.
이 관장의 글을 싣는다.

■ 과시형
미술에 대한 사랑보다 허풍을 떨고 겉멋을 부리는 희열을 위해 작품을 산다. 고상한 문화인이라는 세상의 찬사와 박수갈채, 환호가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한 진짜 이유다.
장점은 굶주린 열등감을 맹렬한 구매욕으로 해소한 덕분에 미술시장의 숨통이 트인다.
단점은 예술적 가치보다 아첨하는 작가, 화상이 추천한 작품을 선호한 결과 미 술사의 흐름을 역행하는 작품이 팔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 애호가형
미술품 감상을 통해 생의 활력을 얻는 소박한 목적으로 작품을 구매한다. 미술에서 정서적ㆍ미적 기쁨을 발견하며 자신을 예술을 즐기는 멋진 아마추어 컬렉터로 여기며 만족한다.
장점은 대중에게 미술 사랑을 알리는 전도사이며 미술의 생활화를 실천한다.
단점은 전문성의 결여로 컬렉션 특징이 없고 미술시장에 끼치는 영향력도 미약 하다.


■ 재테크형
미술품을 철저히 환금성의 가치로만 평가한다. 예술은 영혼의 결 정체라는 환상을 버리고 '미술품=돈'이라는 공식에 따라 미래의 박수근, 이중 섭을 점찍어 구매한다.
장점은 미술품도 매력적인 투자 대상임을 일깨우고 조직적인 자본을 유도해 미술시장의 덩치를 키우는 자극제 역할을 한다.
단점은 블루칩 가능성만을 전제로 한 대형 구매시 모험이 따른다. 실패할 경우 막대한 재산상의 손실로, 성공은 미술품 투기열풍을 조장한다.


■ 순교자형
미술은 천재의 산물이라는 낭만적인 예술관을 실현하기 위해 작품을 산다. 가난한 예술가를 후원한 전설적인 컬렉터의 영웅적인 행동을 모방하 려고 애쓰며 미술만이 인간의 타락한 영혼을 구원한다고 맹신한다.
장점은 예술을 통한 사회 개선이 목표이며 헌신적으로 예술가를 뒷바라지한다.
단점은 냉철한 현실 감각의 결여로 분위기, 동정, 감상에 이끌려 충동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 전문가형
미적 취향이 또렷하고 뛰어난 안목을 가졌으며 미술평론가 뺨치는 전문지식을 구사한다. 본업에 종사한 나머지 모든 시간, 에너지, 열정을 미술 에 투여한다.
장점은 미술사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작품의 옥석을 가리며 미술관 작품 기증을 통해 이상적인 컬렉터 상을 제시한다.
단점은 미술시장의 실세를 자처하며 화랑, 경매회사와 결탁해 가격 조작, 특정 작가 띄우기 등 도덕성에 위배되는 일도 저지른다. 바람직한 컬렉터 모델은 (과시형 10%, 애호가형 20%, 재테크형 20%, 순교자형 20%, 전문가형 30%) 조화를 이룰 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10년 세월, 예술 경영에 몸담으며 간절하게 한국형 수집가의 '큰 바위 얼굴'이 될 컬렉터를 기다려왔다. 기다림에 중독이 된 나날, 유예된 희망 그러나 그 기다림이 있어 내일을 꿈꾸는 것이다.




- 매일경제 2004.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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