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주연은 1990년대 후반 아트선재센터 큐레이터로 출발했다. 새로운 미술관 문화를 통해 미술계를 학습하던 그는 삼성문화재단으로 옮겨 에듀케이터로 오랜 시간 활동하면서 미술관 문화 전반의 정책과 전략을 고민하는 뮤지엄 종사자로 진화해왔다. 그는 미술관 교육의 1세대 에듀케이터로 2000년부터 20여 년간 삼성문화재단의 호암갤러리·호암미술관·리움미술관의 교육프로그램 전반을 기획하고 운영해왔다. 리움미술관 어린이 프로그램 ‘리움 키즈’를 기획해 16년간 진행했고, 삼성예술아카데미를 비롯한 미술관 강좌 및 학교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나아가 그는 우리나라 미술계에 자원봉사 전시해설 프로그램이 시작된 시점부터 도슨트 교육을 진행했다. 전국 미술관과 문화예술 관련 기관의 도슨트 양성과 활동에 대한 자문과 강의를 통해 지역사회의 미술관 교육과 실천, 자원봉사 및 전시 해설의 발전에 헌신해왔다. 도슨트 분야에서 유명인이 등장해 미술문화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는 요즘 흐름을 보건대, 한주연이 수십 년 전에 시작한 일이 우리 사회 문화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은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도슨트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헌신해온 그는 이제 교육과 해설을 넘어 뮤지엄 정책과 해석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의 여러 사업과 TF 활동을 거치고, 스미소니언 펠로십이나 뮤지엄 관련 연대 모임에 참여하면서 그는 미술관뿐 아니라 박물관 문화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뮤지엄 리더십에 관한 한주연의 각별한 관심은 공공에 기반을 둔 미션 및 가치 지향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뮤지엄 철학으로 이어졌다. “비전도 중요하지만 미션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말은 수십 년간 일해온 현장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상호 협력과 공동 목표를 향한 가치 지향 등 뮤지엄 리더의 덕목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그는 주목하고 있다.
뮤지엄 종사자로서 한주연 정신의 핵심은 배움과 나눔의 공공성이다. 오늘날 많은 미술관이 좋은 작가, 좋은 전시 콘텐츠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그 저변의 공공성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전문가와 시민 모두가 “서로 배우고 나눈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감각과 해석을 시대정신으로 헤아려 재해석하는 상호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예술을 통해 배움과 나눔의 정신을 키우는 것, 이것이 한주연의 삶과 그의 일을 관통하는 큰 틀이다.
그가 중점을 두는 또 하나의 일은 연구다. 국립중앙박물관 우수연 학예연구사와 함께 번역한 책 『박물관의 가치』 출간을 앞두고 있다. 또 다른 번역서는 『슬로우 루킹』인데, 독서를 할 때 다독이 아니라 정독이 중요하듯, 작품 하나를 깊이 있게 “천천히 보기”를 강조하는 미술 감상 교육 관련 책이다. 최근에는 미술관교육연구회를 만들었다. 미술관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국공립 및 사립 미술관의 동료들과 함께 연구하는 모임으로, 미술관 교육의 전문성과 위상을 세우기 위한 학문 공동체다.
한주연은 오랜 시간 다양한 실무 경험을 거치면서 운영·수집·연구·전시·교육·홍보 등을 통합하는 박물관학 연구 기능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이 지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뮤지엄의 각 직능이 제 역할을 해야만 균형과 조화를 이룬 뮤지엄 문화가 꽃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폭넓은 관점을 가진 한주연은 미술관교육연구회를 통해 교육 전문가와 소통하면서 학문과 실천의 연대를 이루고자 새로운 꿈을 꾸며, 나아가 뮤지엄 해석 정책(museum interpretation policy) 수립에 기여하기 위해 연구와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단일 사업이나 사안에 매몰되지 않고 기관의 성취를 사회적 공론장으로 확장하는 일이다. 배움과 나눔의 뮤지엄을 향한 한주연의 길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 한주연(1972- )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서울대 협동과정 미술교육 전공 박사. 아트선재센터 큐레이터(1998-2000), 호암미술관·리움미술관 에듀케이터 및 교육실장(2000-2020), 스미소니언 박물관학연구소 펠로우,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2021-2024), 국공립 미술관 및 박물관 운영심의위원 및 평가위원. 『미술관교육』(2020, 다빈치), 『미술관 에듀케이터』(2024, 퍼블리터) 공저 출간, 『박물관의 가치』 공동 번역 출간 예정. 현 미술관교육연구회 회장, 삼성문화재단 커뮤니케이션팀 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