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특별전 <향수, 고향을 그리다> 전시 외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해다. 이를 기념하며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다채로운 특별전을 마련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두 발로 세계를 제패히다>를 상설전시관 2층 기증1실에서 12월 28일까지 열린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조국을 가슴에 품고 달렸던 손기정 선수와 그의 발자취를 따라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 제자들의 이야기와 1988년 서울에서 성화를 봉송했던 감동의 순간들을 담았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우승 <청동투구>(보물, 손기정 기증), <금메달>, <월계관> 등 18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태극기 함께해 온 나날들>은 태극기와 함께했던 환희와 슬픔, 고통과 극복, 도전과 재도약의 순간들을 조명하며 11월16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은 <우리들의 광복절>로 광복절 관련 역사자료, 사진자료, 경축식 자료와 함께 문학, 음악, 영화, 등 대중문화 관련자료를 더해서 광복절을 재조명하며 11월9일까지, 경기도박물관은 <여운형-남북 통일의 길>을 10월26일까지 각각 개최한다.
그중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는 <향수, 고향을 그리다>는 11월9일까지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 민족에게 ‘고향’이 어떤 의미였는지 예술을 통해 되짚어보는 뜻깊은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는 '향토', '애향', '실향', '망향' 네 가지 주제를 통해 고향에 대한 감정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준다. 김환기,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들과 함께 그동안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 작가들의 작품 210여 점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근현대 미술의 다양한 층위를 보여준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화가의 해방일지> 전시장 일부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향토(鄕土)-빼앗긴 땅' 섹션은 일제강점기 속 우리 땅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로 채워졌다. 이상범 작가의 <귀로>는 관람객들을 고향으로 이끄는 길잡이가 되고, 변관식의 <춘경>은 일제에 빼앗긴 조국에 대한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이어지는 '애향(愛鄕)-되찾은 땅'에서는 해방 이후 예술가들이 바라본 고향의 모습을 통해 국토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전혁림 작가의 강렬한 코발트블루 색채로 표현된 <통영풍경>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층으로 올라가면 6·25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담은 '실향(失鄕)-폐허의 땅'이 이어진다. 전쟁을 겪으며 근거지를 잃은 작가들의 작품 속에는 '귀로'라는 주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단순한 귀가 길을 넘어 전쟁의 고통을 끝내고 싶은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마지막 '망향(望鄕)-그리움의 땅'은 분단이 고착화되며 희미해진 고향을 그리워하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과 윤중식의 <봄> 등은 고향과 가족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오롯이 담아내 관람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한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이자 화가였던 도상봉, 오세창, 이상정, 최덕휴 4인의 예술혼과 저항 정신을 조명하는 《화가의 해방일지》가 10월10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익명의 일기 텍스트를 따라가며 그 시대 화가들의 고뇌와 의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도록 구성되었다. 신분 노출의 위험을 감수하고 활동해야 했던 그들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익명성을 부여한 것이다. 관람객은 전시 마지막 터치스크린을 통해 일기의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독립운동과 예술 활동을 병행했던 화가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월간 춤 2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