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점선의 명랑한 삶과 예술 위에 피어날 ‘문화생태플랫폼’으로서의 구리시립미술관
김달진(김달진미술연구소장/자료박물관장)
현재 문화경쟁시대에 많은 도, 시, 군에서 미술관 건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지역에 정체성과 또는 타지역과 차별화를 내세웁니다. 우리 지역의 미술사를 정립하고 어떤 작가가 있는가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앞으로 작품전시, 작품 수집과 직결되는 현안입니다. 우리 김달진미술연구소는 그동안 전남, 울산, 천안, 평택 미술 연구용역을 수행한 바 있습니다. 연구용역을 하며 출향작가를 포함하는데 어떤 경우 그 작가가 우리 지역 출신이라는 걸 몰랐다던지 때로는 좀 꺼끄럽게 여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술관건립 경쟁시대에 대한 글(*주)을 쓰기도 했고 매년 서울아트가이드 1월호에 1년동안 새로 개관하는 전시공간의 변화를 2005년부터 발표해오고 있습니다.
1. 김점선과 구리의 정체성
김성호 미술평론가님의 발제는 김점선의 생애와 예술을 구체적 출처에 근거해 정리함으로써, 한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구리시립미술관의 정체성 형성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기여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김점선은 개성 출신으로 이화여대 교육공학과를 거쳐 홍익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1972년 앙데팡당전에서의 주목(파리 비엔날레 후보 선발) 이후 본격적으로 화단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발표에서 지적되었듯, 모노크롬이 주류였던 당시 미술계의 분위기에 도전하며 대담한 원색의 구상 회화로 독자적 어법을 개척했습니다. 이러한 개척의 삶을 떠받친 구체적 장소가 바로 구리시 아천동 ‘아치울’입니다. 그의 예술가상은 동시대 문인들의 기억 속에서 ‘길들지 않는 자유인’으로 표상되며, 이는 통제 불가능성의 이미지라기보다 진취성과 해방 지향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김점선이 남긴 명랑의 문법은 아치울이라는 전초에서 단단해졌고, 오늘의 구리시립미술관 정체성으로 계승될 수 있습니다.
구리의 대표적 역사 자원인 아차산 보루군과 이를 기반으로 조성·운영되는 고구려 대장간마을은, 김점선이 삶의 터전을 잡았던 아치울 일대의 지리·역사적 맥락을 오늘에 전하는 거점입니다. ‘전초기지’라는 장소 정체성은 동시대의 다양성을 능동적으로 엮어낼 ‘문화생태 플랫폼’의 은유로 치환 가능하며, 이는 구리시립미술관이 지향하는 “미래를 여는 미술관”의 방향성과도 상응합니다. 나아가 구리시에는 동구릉(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을 포함한 조선 왕릉군) 등 다층적 역사 자원이 공존합니다. 이러한 지역의 구체적·역사·지형·기억은 현대미술의 개념적·형식적 요소를 시민의 일상 언어로 번역하는 데 효과적인 해설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
요컨대, 김점선의 생활·작업의 현장(아치울), 구리의 역사지형의 층위(아차산·한강·왕릉군), 미술관의 제도·프로그램이 서로를 비추며 상호 강화될 때, 구리시립미술관은 지역 기억과 현대미술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생성하는 문화생태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2. 결론 및 질의
정리하면, 김성호 평론가의 발제는 김점선을 축으로 한 미술관 정체성 모색의 타당성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제시했습니다. 김점선은 한마디로 한국화단에서 독특한 작품과 삶의 반경이 넓었던 작가입니다. 저는 여기에 구리의 역사·지형 자원과의 연결을 통해 서사를 외연적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보완적으로 제안합니다. 이는 구리시립미술관이 미래형 미술관으로 도약하기 위한 현실적 근거가 될 것입니다. 이에 발표자께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첫 번째 질의(김점선 작품 세계에 대한 해석) :
본 원고에서는 20세기 서구 미술 이론가들의 미학적 견해를 중심으로 김점선의 작품 세계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1945년 해방 이전인 1946년생 이북 출신 여성으로서 김점선이 경험하고 고민했을 ‘예술’(매체 선택, 대중적 소통 전략)과 생업적 의제(생계, 가사)에 대해 한국적 맥락을 고려해 접근을 시도한다면 어떤 논의가 가능할지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두 번째 질의(제도화된 ‘탈제도’) :
제도권 안에서 운영되는 공립미술관의 사회적 정체성을 고려하였을 때, 김점선의 삶과 예술을 미술관의 정체성으로 삼는 것이 타당한지 어떻게 판단하시는지요? 전위적이고 탈장르적인 예술 활동이 때로는 정치적 논란으로 연결되거나 지나치게 난해해질 수 있는 지점에 대한 우려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에 관한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세 번째 질의(제도와 장소성) :
김점선의 삶과 예술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구리의 장소성이 구리시립미술관의 정체성에 어떻게 제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전시·교육·레지던시·아카이브 등 미술관의 활동 방면과의 연결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주)
*국립근대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 – 미술세계 2024.11.
*미술관 건립 유치 경쟁, 솔올미술관은? - 월간춤 2024.3.
*미술관 건립 경쟁시대, 그 실상 - 중도일보 2024.2.15.
*MUSEUM 건립 경쟁시대, 그 실상 – 서울아트가이드 2020.11.
*개인의 이름을 가진 미술관 건립 – 월간춤 2020.11

- 2025. 9.19. 구리시립미술관 건립 정체성 모색을 위한 학술포럼 (구리시 / 구리시 여성행복센터 대회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