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와 마찬가지로 국제 미술시장의 위축, 부동산 시장 침체, 인플레이션 압력, 지정학적 불안정성 등 컬렉터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계속 이어졌다. 아트바젤 등 주요 국제 아트페어의 판매 부진과 일부 아트페어의 개최 취소, 그리고 명망있던 뉴욕 갤러리들의 폐업 등 미술시장 전반에 걸쳐 신중론이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으나 올해 키아프(KIAF)와 프리즈(Frieze)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국제 미술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라기보다, 시장 재편 과정에서 소수의 핵심 허브로 컬렉터들의 자본과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정된 예산과 시간 속에서 방문할 행사를 더욱 신중하게 선택하게 된 전세계 컬렉터와 미술계 전문가들이 찾아오고 또 작품구매가 이루어지는 아트페어는 여러 국제 미술 행사 중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의 미술시장 보고서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 바와 같이, 컬렉터 층의 세대 변화와 더불어 작품 선택과 구매에 신중해지고, 판매되는 작품의 규모도 줄어든 현재 미술시장의 상황에서 아트페어는 과연 어떤 내용과 전략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2025 프리즈 서울 전경 ⓒ 제공 KAAAI 임경민

2024년 전세계 미술시장 총 거래액은 아트바젤과 UBS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575억 달러(약 79조 원)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지만, 거래 작품 수량은 3% 증가했다. 근래 국제 미술시장은 이처럼 고가 시장의 위축과 동시에 중저가 시장의 활성화라는 이중적인 거래 패턴이 이어져 오고 있다. 최상위 컬렉터는 미술사적 맥락과 희소성, 작품의 서사에 높은 가치를 중시하며 깊이 있는 컬렉팅을 추구하면서, 검증된 블루칩 작가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와 새로운 거장의 발굴을 기대한다. 지난 6월 아트바젤 바젤 2025 이후엔 중간 가격대 작품 거래의 비중이 확대되었다는 보도가 있었고, 9월 프리즈·키아프서울에서의 판매 구성에서도 재확인되었다. 이렇듯 중저가 시장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가격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며 신진 컬렉터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미술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온라인 뷰잉룸(OVR)과 디지털 전환의 압박 속에서 아트페어의 역할 또한 판매 플랫폼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각을 제시하고 행사의 볼륨과 다양성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동향을 세심히 관찰해야 할 대상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컬렉터의 컬렉팅 경향이다. 고가 작품 시장을 담당하던 전통적인 컬렉터가 주춤하는 사이, 그 자리를 메운 신규 컬렉터의 절반 이상은 밀레니얼 세대였고, 중저가 시장을 주도하는 이들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고자 국제 아트페어들 또한 이들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프리즈와 키아프가 받은 긍정적인 평가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컬렉터의 약진으로 이들은 컬렉터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동시대 작가나 실험적인 미디어 아트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등 폭넓은 컬렉팅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기존의 명성이나 투자 가치보다는 접근성·다양성 그리고 개인적 연결감을 중시하며,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발견하고 아티스트와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취하는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프리즈는 라이브아트 및 퍼포먼스 플랫폼인 프리즈라이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와 함께 특별상영프로그램 프리즈필름을 진행했다. 또, 9월 1일부터 4일까지 저녁 시간대 프로그램인 을지로·한남·청담·삼청 나잇을 펼치며 MZ컬렉터의 관심을 모았고, 키아프도 예술경영지원센터·프리즈서울과 공동 토크 프로그램을 9개의 세션으로 구성하여 개최했다. 이처럼 각 아트페어는 세대별 맞춤 전략 뿐 아니라 질적 성장과 큐레이션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포지셔닝, 환경적 책임, 기술혁신과 국제 네트워킹을 통해 갤러리·작가·컬렉터·기관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위한 미술시장의 주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