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반 한국미술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4.19 혁명 등의 굴곡의 역사를 지내며 피폐한 사회 속에서도 많은 작가들이 예술의 혼을 불태우며 성장하였다. 미술의 도입은 일본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1세대, 2세대 작가들을 배출하며 1950년대 중후반부터는 국제무대에 나아가 활동을 넓혀갔다. 1953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무명정치수를 위한 기념비 공모전》에서 김종영이 한국인 최초로 〈나상(裸像)〉으로 입상하였다. 이어 국립박물관이 주관하여 1957-59년까지 미국 순회전으로 《한국국보전》이 개최되었고, 1958년 《5회 국제현대색채석판화비엔날레》에 미국 오하이오 신시내티미술관에서 이항성(수상), 이상욱, 유강열 등이 참여하였다. 국가 대표 성격의 국제전으로 1961년 제2회 파리비엔날레에 김병기(커미셔너), 김창열, 장성순, 정창섭 등이 참여를 시작으로 상파울루비엔날레, 도쿄판화비엔날레, 카뉴국제회화제 등이 이어지며 1950-60년대에는 개인과 국가 차원의 국제전 참여가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한국현대회화전》, 네팔 카트만두 네팔미술협회, 1970.5.23-31, 16×19cm, 중철 16쪽, 표지: 정창섭 〈Mutation 99〉
특히 광복 이후 20년간 수교가 단절된 일본과 1965년 한일수교를 맺으며 국교가 정상화되면서 미술 교류가 본격화되었다. 첫 공식 교류전으로 1968년 도쿄 국립근대미술관에서 개최된 《한국현대회화전》이 주목된다. 일본 국립기관과의 첫 교류전으로 당시 한국의 현대회화를 중점적으로 소개하였다.
전시 선정위원이었던 이경성은 도록서문에서 한국미술은 전체적으로 반자연주의적인 경향을 갖는 추상미술이 주류이며, 그 흐름을 주도하던 20-30대 신진작가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고 설명했다. 곽인식, 권옥연, 김상유, 김영주, 김종학, 김훈, 남관, 박서보, 변종하, 유강열, 유영국, 윤명로, 이성자, 이세득, 이수재, 이우환, 전성우, 정창섭, 최영림, 하종현 20명의 78점이 전시되었다. 이세득의 주도로 교섭이 이루어진 이 전시에는 재일작가 곽인식, 이우환이 추천되어 참여하였으며, 특히 당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우환은 캔버스에 스프레이로 형광빛 형광도료를 뿌려 착시효과를 유도한 대형회화 3점을 출품하였다. 그는 좌담회에서 한국미술의 논리성 결여를 지적하며 반향을 일으켰고, 이 전시는 이우환이 박서보와의 교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1970년 이후 한국미술의 전개에 큰 영향을 끼친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한국현대회화전》, 아프가니스탄 카불 시청, 1972.4, 16×19cm, 중철 14쪽, 표지: 박서보 〈유전질 No.4-68〉
또한 이 전시는 해외에서 한국 현대미술이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남아시아 순회전으로 이어졌다. 일본 전시에 뒤이어 1969년 9월부터 1970년 3월까지 인도 7개 도시를 순회하였고, 이어 네팔·파키스탄·스리랑카·아프가니스탄으로 순회하였다. 작품은 일본전의 출품작들이 대개 출품되었으며, 국가 차원의 외교전시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보도되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자료는 네팔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의 리플릿이다. 네팔전은 1970년 5월 23–31일 카트만두 낙살의 네팔미술협회에서 열렸으며 김영주, 김훈, 박서보, 변종하, 유영국, 이세득, 이수재, 이우환, 전성우, 정창섭, 최영림, 하종현(유화 39점), 김상유, 김종학, 유강열, 윤명로(판화 16점) 총 16명의 작가가 참여하였다. 개막식에는 황태자와 장관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한국의 발전상을 소개하는 영화 상영 등이 함께 진행되어 외교 행사의 성격을 띠었다. 전시 이후 열린 네팔 《국왕탄신기념국제미술전》에는 변종하, 하종현, 이세득, 박서보 등이 작품을 출품했으며, 정창섭의〈변화 99〉, 윤명로의 판화 〈발굴 68C〉가 왕궁에 기증되었다고 보도되었다. 이후 전시는 파키스탄 2개 도시와 스리랑카를 거쳐, 1972년 4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시청에서 개최되었다. 회화 12명 작가의 34점과 판화 4명 작가의 15점이 전시되었으며, 두 리플릿에는 한국 현대미술을 세 시기로 나누어 소개하고, 작가 약력과 출품작 목록이 수록되었다. 1960년대 국가 차원에서 한국 현대미술이 해외에 소개되는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