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4년, 프랑스 정부 장학금을 받았던 청년 작가는 40여 년 후 프랑스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를 수상했다. 지난 7월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이루어진 서훈식에서 김수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의 개인전 아티스트 토크를 앞둔 작가를 만났다.
Q.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기사장, 2017)에 이은, 이번 오피시에(장교장, 2025) 수상 소감은?
A. 개인의 명예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간 내 작업을 지켜보며 서포트해 주신 많은 미술 관계자와 관객, 동료들, 그리고 거쳐온 많은 장소와 기관·공동체에 확장되는 수상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가 가진 예술과 문화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실감했고, 수십 년간 같이 작업해온 프랑스 여러 기획자들의 지속적인 후원과 서포트를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
Q.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소재나 현상은?
A. 검정색을 많이 다루고 있다. 그 안에 내재된 시간성과 존재성, 모든 색을 품고 집적한 어떤 완성된 빛의 밀도이자 동시에 오방색의 하나이기도 하다.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마음의 기하학》 전시에서 연역적 오브제로써 안료를 다시 쓰게 되었는데 보따리 작업과 연계하여 어떻게 페인트를 다시 끌어와 개념화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시작하게 된 작업이다. 검정을 파고 들어가면 존재론적이나 코즈믹 릴레이션십으로 몸과 관련된 문제를 다시 고심하게 된다. 그간 외부로 뻗어나갔던 관심을 내 자신의 세계로 돌려 더 침잠하여 탐구해 보고자 한다.
Q. 국가별로 작품 속의 ‘한국성’과 ‘여성성’에 대한 독해와 오해에 대한 인상 깊은 기억이 있다면?
A. 한국성과 여성성을 드러내고자 의식한 적은 없지만 내 유니버셜한 정체성 가운데 빠질 수 없는 일부이기도 하다. 유럽에서는 이를 여러 맥락 중 하나로서 오리엔탈리즘과 연계하여 아시아적으로 보았고, 미국에선 더 페미니즘의 시선에서 여성성을 비춰보는데, 한국에선 내가 탐구한 한국성이 국수주의 프레임으로 좁혀진다는 차이를 느꼈었다. 사실 보따리를 시작할 때도 미술적인 언어를 형식주의적인 입장에서 시작했다. 내 세계에 대한 독해가 프레임화되는 것은 그간 추구해 온 총체성과 다원성에 위배되는 시각이라고 생각해 왔으나 최근에는 그런 프레임 또한 전체가 아닌 하나의 일부분으로서 이야기될 수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Q.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몸’은 하나의 매체이자 장소로 보인다. 이 ‘몸’에 대한 생각은?
A. 몸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근본적인 매체이자 세계를 지각하는 장소이다. 언어 이전의 감각이나 고통 또는 치유의 문제와 사회적인 이슈를 담아내는 유기적인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다. 몸을 통과하고 충돌하는 교차점을 나름대로 작업에 담았고, 무위와 정지, 천과의 결합을 통해 몸을 어떠한 수단의 근간으로 삼아왔다.
Q. 아르코 ‘시각예술창작산실’ 지원사업으로 이루어지는 아카이브에 대하여
A. 그간 한글로 된 책이나 번역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로 세세하게 정리하는 과정에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아카이브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아카이브를 하나의 기록물이 아니라 아카이브대로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하나의 예술 행위의 장르로 주목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도시 건립 750주년 기념 전시로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구 교회(Oude Kerk)에서 개인전 《To Breathe-Mokum》이 11월 9일까지 열린다. 유럽에서 가장 다채로운 출신의 이민자가 모인 암스테르담의 여러 커뮤니티에서 수집된 옷·이불보 등으로 완성한 보따리와 빛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2026년 캐나다 토론토 MOCA 개인전 등 앞으로도 세계 여러 곳에서 장소 특정적 작업을 선보이게 될 것 같다.
- 김수자(1957- ) 홍익대 회화과 석사,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석판화 수학, 국립현대미술관,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 부르스 드 코메르스, 퐁피두 메츠센터, MoMA P.S.1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 개인전 개최. 프랑스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2025)’·‘슈발리에(2017)’, 한국옥관문화훈장(2021), 호암-예술상(2015), 석남미술상(1992) 등 수상.

김수자

김수자, 김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