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런던 전 Monet's London

2005. 5.27-9.4 브루클린 미술관
2005. 10.2-12.31 볼티모어 미술관


현재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모네의 런던>전은 실상 그 표제보다는 <1859-1914년 동안 미술가들의 템즈 강 감상>이라는 부제가 더욱 표제로 적절하게 여겨질 정도로, 모네보다는 다른 50여명의 미술가와 사진가가 조망한 런던의 이미지가 대종이 되는 주제전이다.
19세기 후반부와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동안의 런던의 모습, 특히 템즈 강변이 이 이미지들의 공통된 소재이긴 하지만, 유화, 수채, 드로잉, 판화, 사진 등 각 매체를 아우르는 140여점의 작품은 시기와 양식과 지역상 매우 광범위하여 아카데미 화풍이나 사실주의적인 접근으로부터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 야수파 등 모더니즘 회화에 이르기까지 런던을 매개로 한 다양한 시각미술의 궤적을 짚을 수 있게 한다.
런던의 아이콘 가운데 하나인 국회의사당을 일례로 들면, 영국 아카데미 화가 데이비드 로버츠(1861), 미국 풍경화가 윈슬로 호머(1881), 미국 인상주의 화가 차이드 하삼(1898),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1903-5), 프랑스 야수파 화가 앙드레 드랭(1906) 등 각국의 화가들이 상이한 시각과 양식으로 국회의사당을 담은 캔버스를 비교 감상 할 수 있다.
템즈 강이 동서로 관통하는 런던이 당시 신·구 양대륙의 미술가들을 그토록 매료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이 치세하던 19세기 최고의 번영을 누리면서, 수도 런던은 가장 번화한 도시 중의 하나가 되었다. 산업화의 전성기를 맞이한 런던은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였고, 특히 템즈 강 유역에 구축된 공공시설과 기반시설은 진보의 표상이 된다. 또한 무역과 해운의 요충지인 런던은 문화적으로도 국제적인 중심지가 되면서 각국의 화상과 미술가를 대거 유입시켰다.




휘슬러와 모네의 심미주의

그러나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도시화와 산업화에 대한 긍정적 수용 또는 현대성의 상징으로서 템즈 강과 런던의 포용으로부터 출발했다기 보다는 템즈 강이 연출하는 이국적 풍경이나 시각적 장관을 캔버스나 사진의 프레임 내부로 고정시키려는 데서 비롯된 경향이 더 강하다. 런던 스모크라 불리우는 짙은 안개와 산업 공해가 미술가들에게는 오히려 대기의 변화를 관찰, 기록하게 만드는 촉매가 되었으며, 스케일이 큰 신축 구조물에 미치는 대기의 변화하는 효과 자체가 회화의 주제가 된 것이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19세기 후반에 템즈 강을 가장 비중 있게 다룬 미술가 중의 한명인 제임스 멕닐 휘슬러의 판화 및 유화이다. 미국 출생으로 파리에 거주하던 휘슬러는 1859년 런던에 정착한 직후부터 템즈 강변을 소재로 한 에칭 작업에 착수하는데, 1859-61년에 완성된 이 에칭 연작 일명 <탬즈 강 세트>는 템즈 강변의 부두, 배, 다리, 창고, 건물, 사람 등 일상의 이모저모를 순간적인 시각으로 포착한 판화연작이다. 1870년대에는 템즈 강 야경을 소재로 한 그의 유명한 <녹턴>회화 연작이 탄생하는데, 서술성 보다는 템즈 강의 안개와 빛의 효과를 주제로 삼은 휘슬러의 회화주의는 이후 다른 미술가들의 회화 뿐 아니라 사진에까지 큰 영향을 준다.




한편 모네가 처음 런던을 방문한 것은 프러시아 전쟁의 징집을 피해 여행한 1870년이었는데, 첫 런던 여행에서는 지세가 파악될 수 있을 정도의 비교적 구체적인 묘사로 템즈 강변을 화폭에 담았다. 이후 템즈 강변을 그리기 위해 1899년부터 세 차례 런던을 방문한 모네는 <체링 크로스 다리>연작, <워털루 다리>연작, <국회의사당>연작 등을 주된 테마로 삼아 100여점을 완성하였는데 이번 전시에도 이 세 연작 15여점이 전시되었다. 모네의 다른 후기작에서처럼 템즈 강 연작에서도 대상 보다는 대기의 효과와 빛의 작용이 탐구되었다.
세기말 런던의 생동감과 부흥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19세기에 급격히 발전한 사진 매체가 포착한 템즈 강 유역의 건축물과 교각의 이미지도 30여점에 이르러 미술가들이 구현한 런던 이미지의 배경 도큐멘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