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 개인전 <Spazio della Guarigione>,

틈과 빛의 공간, 치유의 길 


정영숙 (문화예술학 박사, 갤러리세인 대표)



무한기둥 (Colonna Infinita) 들이 전시장 내외부에 서 있다. 하늘도 뻗어가는, 세상을 향해 확산하고 증식하는 기둥들이 저마다 모양과 크기를 달리하며 우뚝 서 있다. 박은선 작가의 무한기둥시리즈는 20여년전부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의 주요 장소에 설치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대표작 ‘ColonnaInfinita(무한 기둥)’ 확장 시리즈 ‘Colonna Infinita Diffusione(무한 기둥확산)’, 그리고 먹을 활용한 회화 19점의 공개 까지 조각에서 설치, 그리고 회화까지 아우르는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 주제는 <Spazio della Guarigione(치유의공간)>이다.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1층 외부공간에 설치된 3m 높이,5m 높이의 대형 무한기둥 작품에서부터 1,2층 내부공간에는 크고 작은 무한기둥 시리즈가설치되어 있다. 작가의 돌 작업 조형적 특성은 무한하게 뻗어 나가는 기둥의 형태, 그리고 돌 자체에 틈이 있어 안과 밖이 존재하는 것이다.

입체의 기본 특징이 삼차원 공간을 구현한다면, 작가는 틈이라는 개념을개입, 시간의 차, 미학을 담아 내고 있다. 겉과 내부로 이어지는 순간은 시차이고 겉으로는 견고한 돌이지만 틈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공기와 빛이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틈이고, 누군가에게는 틈과 틈 사이에서호흡하며 감상하는 제시하는 힐링의 순간이다. 

2층 전시장 작품들은 무한기둥의 변주가 이어진다. 조형적 변화는 형태의 다변화와 빛의 개입이다. 하늘로 뻗어 나간기둥들이 대지로 뻗어 나가고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무한기둥의 형상으로 설치되어 있다. 기둥들 사이를자유롭게 유영하는 공간, 무한 기둥의 유니트 하나 하나가 불꽃놀이 하듯 반짝 반짝 폭죽을 터뜨린다. 

기존 발표작품이 조각 중심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 회화작품도 수량이 적지 않다.단색화 계열로 작가가 조각에서 강조한 틈이 존재한다. “ 다루는 작업에는축적된 시간 존재합니다. 먹은 시간성을 가장 단순하면서도 깊게 드러내는 재료라고 느꼈습니다. 번의 호흡, 번의 결로 만들어지는 먹의 층위는 조각의 결과 닮아 있어요. 조각과 회화가 서로의 세계를 확장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라고 언급한다.

회화적으로 틈을 바라보니 유년시절 기와집에 창호가 붙여진 안방 문이 떠오른다.문은 밖과 안을 연결하는 매개이다. 나무 창살 문에 화선지로 붙여진 틈으로 빛이 새어 들어오고나간다. 구멍 난 곳에는 밖의 풍경을 안으로 이끄는 차경으로 역할도 한다. 

다시 야외에서 작가를 만나 틈과 빛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틈은호흡입니다. 그리고 치유는 감정적 치유라기보다 시간·기억·존재의 균열을 다시 연결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조각에는 반복·균열·결합이라는 요소가 많은데, 이것이 바로 인간의 삶과 유사한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공간을지나가는 경험 통해 자신만의 회복적 사유를 얻도록 구성했습니다.”, 또한 빛은 팬데믹시기 사람들에게 희망을 건네주고 싶은 마음으로 담았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오프닝에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야외 대형 무한기둥 두 점 사이를 오고 간다. 탑 돌이 풍경이 오버랩 된다. 탑 주변을 돌며 기도하는 사람들의모습에는 수능을 무사히 마치기 바라는 부모님의 기도,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기도가 이어진다. 작가의 무한기둥 시리즈는 처음에는 올려다보지만 작품 주변을 걸으며 보는 감상의 묘미가있다. 다시점으로 감상하고 거닐며 관람자들에게 작품을 통해 자신의 내외부를 들여다보게 한다. 치유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