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미술기사, 미술기자의 한단면
서울에서 발행되는 주요 신문의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의 미술 기사를 보면, 김환기–고틀립 2인전 기사가 가장 비중 있게 다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일보 10.30 김환기 뉴욕으로 이끈 고틀립… 두 추상화 大家 그림 ‘한자리에’ | 김민정 기자
중앙일보 10.30 미국 추상화가에 놀랐다… 바닥부터 시작한 김환기 | 권근영 기자
매일경제 10.29 김환기·고틀립… 동서양 현대미술 거장의 만남 | 정유정 기자
서울경제 10.31 동서양 거장, 추상의 언어로 통했다 | 김경미 기자
서울신문 11.3 ‘응축’된 추상 언어… ‘폭발’된 인간의 내면 | 윤수경 기자
한국일보 11.4 김환기의 ‘점화’에 영향을 준 고틀리브…‘닮은 듯 ‘다른’ 두 추상 거장’ | 인현우 기자
세계일보 11.4 韓·美 추상미술 거장… 반세기 만에 한자리에 | 권이선 기자
한국경제 11.5 서로를 비춘 두 추상의 우주… 사후 51년 만에 다시 만나다 | 성수영 기자
경향신문 11.10 뉴욕서 공감했던 두 작가 사후 51년만에 서울서 ‘추상의 대화’ | 윤승민 기자
이 전시는 김환기가 1963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미국의 아돌프 고틀립(1903-1974)의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고, 본격적으로 추상으로 전향하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인연 이후 두 작가의 작업이 사후에 한 공간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로, 전시는 서울 페이스갤러리에서 2026년 1월 10일까지 열린다는 내용이다. 이 전시를 보도한 신문은 모두 9종이다. 그 가운데 중앙일보, 서울경제, 세계일보, 한국경제는 문화면 톱 기사로 이 전시를 다루었다. 기사들은 보통 한 컷에서 세 컷 정도의 사진을 함께 싣는데, 두 작가의 대표작이나 전시장 전경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미술기사 / 김환기 고틀립 전시 기사 2025.10.30 - 11.10 신문 9종
신문 문화유산 미술기사
신문에 문화면은 미술, 문화유산, 학술, 공연예술, 영화, 문학, 출판, 종교로 크게 구분된다. 그 중 미술기사는 통상 주간 단위로 정해진 요일에 배치되거나, 전시 개막 일정과 맞물려 집중적으로 보도된다. 기사 내용의 상당수는 전시회, 미술시장, 경매, 아트페어 소식이 차지하며, 문화유산 관련 기사는 발굴, 보존 복원, 도난 및 반환, 예비 문화유산 지정 등이다.
전시를 열 때 언론 보도는 매우 중요하다. 서울에 주요 매체 소속 미술기자단(현재 간사는 뉴시스 박현주 18명)이 있어 기자간담회를 정하기 전에 조율도 있다. 예를 들어 베네치아비엔날레 경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특정 신문지원은 시비가 있어서 추첨에 의해 몇개사를 선정하고 있다. 주요 신문 문화부에 소속된 미술기자들은 초대장과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기사거리를 선별하고, 전시의 성격에 따라 취재 여부와 지면 배치를 결정한다. 전시 개막 전에는 기자간담회가 열려, 담당 큐레이터나 갤러리 관계자가 전시 의도와 출품작에 대해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다. 이후 전시장 투어가 이어지며, 이 과정에서 기사에 사용될 사진과 기사 각도의 윤곽이 잡힌다.
블록버스터급 전시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대형 상업 갤러리에서 기획하는 대규모 전시는 사전 취재, 인터뷰 기사, 통신사 기사까지 포함해 한 전시에 십 여 건의 기사가 쏟아지기도 한다. 반면 김환기–고틀립 2인전처럼 하나의 전시에 여러 매체가 동시에 주목하여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번 사례는 한국 언론의 미술 보도 관행과 미술기자의 역할, 기사 제목을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단면이 된다.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은 신문과 온라인 기사제목이 다르다.

기자간담회 / 가나아트센터 박은선 2025.11.11. ⓒ 사진 김달진
문화부 미술담당 기자는 부장이나 데스크의 선임 아래 각 신문사에 한 두명씩 배치된다. 현재 경향신문 윤승민, 국민일보 손영옥, 동아일보 김민, 매일경제 이향휘·정유정, 문화일보 박동미, 서울경제 김경미, 서울신문 윤수경, 세계일보 권이선, 이데일리 오현주, 조선일보 허윤희·김민정, 중앙일보 이은주·권근영, 중앙선데이 문소영(최근 논설위원), 한겨레 노형석, 한국경제 성수영·유승목, 한국일보 인현우, 헤럴드경제 이정아, 통신사는 연합뉴스 박의래, 뉴시스 박현주, 뉴스1 김정한 등이 미술 담당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박현주, 손영옥은 미술전문기자, 이은주는 문화선임기자, 오현주는 문화전문기자,이향휘는 선임기자라는 직함을 각각 쓰고 있다.
중앙일보 권근영, 한국일보 인현우, 매일경제 이향휘 기자는 과거 미술을 담당하고 다른 부서로 갔다가 되돌아 왔다. 한겨레 노형석은 <작품의 운명>, <시사문화재>, 국민일보 손영옥은 <컬처아이> 코너로 전문성을 확보했으며 최근 <미술시장 사람들>은 미술판 현장취재 8회 시리즈기사였다. 노기자는 혜곡최순우상을 수상했고 손기자는 신춘문예 미술평론에 당선된 전문기자 들이다. 문화유산 담당은 미술 담당이 겸하며 중앙일보 강혜란, 동아일보 이지윤 등이 있다.
필자는 이처럼 담당 기자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누가 미술기자인지 알려주기 위해서 미술연감과 가나아트 1997년 재창간호, 2002년 『서울아트가이드』 등을 통해 명단을 알려주었고 기록으로 남겼다. 한때 김달진미술연구소에서는 주소록 스티커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는데, 전시 초대장이나 홍보 우편물을 보낼 때 유용하게 쓰였다.
신문에 대한 기억, 기록
필자에게 신문에 대한 기억과 기록은 각별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자료실 근무 시절에는 각 신문에 실린 미술기사를 먼저 챙겨 관장실에 전달하거나, 전시 홍보 자료로 쓰기 위해 오려 붙여 스크랩북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에는 스크랩북 대신, 기사가 실린 지면을 접어 클립으로 집어 두었다가 전시 결과보고서를 정리할 때 함께 묶어 두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전시 관련 기사는 그 전시의 평가 기록을 남기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였다. 국립기관이라는 이유로 전국 소식을 두루 파악해야 했기에, 중앙 일간지 외에도 부산일보· 대구 매일신문·광주일보·대전일보 등 지역 대표 신문 몇 종을 추가로 구독했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전시소식을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후 가나아트센터 근무 시절에도 갤러리와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빠짐없이 챙겨 두었다.
1982년에는 미술기자단에 의해 <미술기자상>이 제정되어 1회 신학철, 2회 이왈종, 3회 김태호, 4회 이청운, 5회 강희덕, 6회 고영훈, 7회 정경연, 8회 김병종, 9회 석철주, 10회 육근병이 수상했다. 미술평론가 이일은 미술기자상이 '명분과 셩격을 잘못 짚은 것이라고 지적하고 매스컴밸류를 다지는 인기상 정도의 명분이며 족하다. 국내 유수의 화랑에서 기념전을 꾸려준다는 것은 수상자 본인을 위해서나 시상주체를 위해서나 결코 바람직 못하다'라고 비퍈했다(월간 마당 1985년 8월호)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내일 아침신문이 전날 저녁 7시경에는 1판 인쇄가 가판으로 나와 광화문 부근에서 팔렸다. 기업이나 기관, 메이저 화랑 홍보 담당자들이 자사와 관련된 기사를 미리 체크하던 시대이기도 했다. 서울 중앙지가 1984년 방송사와 영자신문를 포함하여 14종이 서울올림픽, 언론 자유화를 거치며 늘어나서 2002년에는 신문만해도 21종이다.(도표 참조)
현재 김달진미술연구소는 15종의 신문을 구독 중이며 구독료는 각 20,000 ~ 25,000 원이다. 신문의 판형도 중앙일보, 국민일보, 서울신문은 작아졌고 토요일자도 일부 중단하여 현재는 8종(10월25일 기준) 국민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조선일보, 중앙선데이, 한국경제, 한국일보가 배달되었다. 아카이브의 원본 보존을 위하여 신문기사를 A4 출력을 하지않고 구독하며 작가의 D폴더작가 파일속에 모여지고 있다.
신문 미술기사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은 1984년부터 1989년까지 6년간 『열화당 미술연감』에 일간지 주요 미술기사를 기록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는 『가나아트』 잡지에 ‘국내 일간지 보기’ 코너를 맡아, 한 달 동안 나온 주요 이슈 기사를 요약해 소개했다. 2005년 가을부터 2019년 4월호까지는 『서울아트가이드』의 ‘다른 매체 보기’에서 주요 기사를 발췌 요약하거나 기사 제목을 정리해 남겼다.
지금도 『서울아트가이드』의 ‘달진뉴스’ 속 ‘다른 매체 보기’에 한 달 동안 눈에 띈 주요 기사 7건을 선정해 싣고 있다. 지면이 한정되어 있어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당대 미술계 이슈를 돌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달진닷컴 뉴스에는 많은 중앙지, 지방지, 통신사 기사를 링크로 걸어 두고 있다. 김달진유튜브에서 미술기사를 읽어주던 '미술계소식'은 2023년 9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저작권 위반이란 통지를 받아 중단했다.
기획, 시리즈 기사
전시회 기사가 아닌 주기적인 시리즈 기사를 살펴보았다. 중앙선데이에는 2018년부터 미술평론가 황인의 연재 「예술가의 한 끼」가 실렸다. 이 연재는 예술가의 삶과 작업 이야기에, 그들이 즐겨 찾던 음식과 식당의 일화를 곁들여 예술가를 보다 입체적으로 소개하는 코너였다. 2023년 10월부터는 같은 필자가 제목을 「예술가와 친구들」로 바꾸어, 예술가와 그 주변인들의 우정과 에피소드를 통해 미술가의 삶을 한층 감칠맛 나게 풀어내고 있다.
이건희컬렉션 전시이후 미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선일보 주말판에는 ‘지상 미술관’을 표방한 지면 연재가 시작되었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살롱 드 경성」 ,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 「컬렉터&컬렉션」,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아트&멘토」 시리즈가 작가, 작품을 소개하며 독자들이 지면을 통해 미술관을 찾고 미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을 들여다본 이데일리 정하윤 미술평론가의 「국현 열화」는 11월 7일 자 32회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30여 점을 선정해 시리즈로 이어가고 있다. 중앙일보에 이사빈 학예연구관의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 안팎훑기」 두 시리즈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오롯이 세월을 견뎌 온 작품들을 세상에 새롭게 알린 연재다.
동아일보 양정무 한예종 교수의 「미술과 경제」, 매주 목요일자 김민 기자의 「영감 한 스푼」도 인기리 연재 중이다. 경향신문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는 우리 문화유산을 심도있게 파고 있다. 헤럴드경제 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은 서양미술사를 주제로, 참고 문헌과 역사서를 바탕으로 한 사실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서울신문의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의 「예술가의 명언」, 세계일보 신리자 학고재 기획실장의 「사랑으로 묻는 미술」에는 젊은 작가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박스 기사 시리즈로는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조선일보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가 있다. 2011년부터 시작하여 11월 11일 자 606회에서는 물방울로 쓴 시,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을 소개했다. 우정아는 포스텍 교수로, 서양미술사를 중심으로 간혹 한국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동아일보 이은화의 「미술 시간」은 2018년부터 시작하여 10월30일자가 394회로 서양미술, 세계일보 박일호의 「미술 여행」이 2019년부터 이어지며 새로 시작한 조선일보 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은 10월 30일 자가 39회, , 서울경제 심상용 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의 「미술 다시 보기」가 연재되고 있다. 이데일리 「e갤러리」와 헤럴드경제 「지상갤러리」는 오피니언면에 전시 중인 작품이 작가 유명도와 상관없이 선택되어지는 귀한 지면이다.
미술 기자의 어제와 오늘
미술계 현장에서 미술 자료를 수집하고 정보를 다루다 보니 많은 미술기자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동안 미술기자의 면모를 살펴보면, 담당하다가 끝나는 경우와 미술평론가, 저술가, 대학교 교수, 국가기관의 관련 인사 등으로 진로가 다양하다. 또는 학업을 병행하여 박사 학위도 받고 몇권의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기자명단 / 1984년 열화당미술연감

기자 명단 / 서울아트가이드 2002년 1월호
작고한 미술평론가 이구열은 민국일보·경향신문·서울신문 기자 출신으로, 한국근대미술연구소를 운영하며 연구와 저서를 통해 우리 근대미술의 큰 발자취를 남겼다. 이규일은 중앙일보 출신으로 『월간미술』 편집주간, 「아트인컬처」 발행인 등을 지냈고 여러 권의 저서가 있다. 이용우는 동아일보 기자로 미술계에 입문하여 홍익대학교 대학원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교수와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도 역임했다. 정중헌은 1970-80년대 조선일보 기자로 이름을 높였으며 서울예술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이광표는 동아일보 문화재 기자 출신으로 서원대 교수로 재직하며 『손안의 박물관』, 『국보이야기』 등을 집필했다. 손수호는 국민일보 출신으로 인덕대 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교수신문』 편집위원이다.
미술입문학 강의로 유명해진 이주헌은 한겨레 기자 출신으로, 가나아트 편집장, 학고재아트스페이스 서울 관장, 석파정 서울미술관 관장을 지냈으며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 『내 마음 속의 그림』, 『리더의 명화 수업』 등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썼다. 손철주는 국민일보 출신으로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의 저자이며 도서출판 학고재 주간을 지낸 바 있다.
국가기관으로 진출한 사례로는 최영창을 들 수 있다. 그는 문화일보 문화재 담당 기자 출신으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국립진주박물관장,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 국가유산진흥원 원장까지 요직을 거쳤다. 정재숙은 서울경제·한겨레·중앙일보 미술기자를 거쳐 문화재청장을 역임했다. 김태익은 90년대 조선일보 미술담당기자로 현재 인천광역시립박물관장이다.
윤철규는 중앙경제신문을 거쳐 중앙일보에서 ‘미술전문 기자’라는 호칭을 처음 사용했으며, 일본 유학 중 서울옥션 대표를 역임했다. 2010년부터는 한국미술정보개발원을 운영하며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에는 조선일보 출신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가 전시 기획과 홍보 대행을 맡고 있으며, 서울신문 출신 함혜리는 컬처 램프를, 스포츠조선 출신 이화순은 더프레스1 인터넷 매체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경제 출신 조상인은 ‘미미상인’ 유튜버로 잘 알려져 있다.
미술 기사 문제점과 개선 방향
한국 신문 미술 분야 기사는 미술계와 대중을 잇는 중요한 매개이지만, 여러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문화부 안에서 미술 담당 기자는 순환보직으로 자주 교체되는 경우가 많아, 개별 기자가 특정 분야에 오랫동안 천착하며 비평적 시각을 축적하기 어렵다. 그 결과 보도자료를 정리한 수준의 기사 비중이 높아지고, 작가의 미학적 맥락이나 작품이 놓인 사회·역사적 배경, 국내외 미술 동향을 입체적으로 다루는 기사는 상대적으로 적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D폴더작가 파일 / 작가 개인별 신문, 잡지 기사 모음
보도의 범위 또한 편중되어 있다. 대형 미술관과 유명 작가, 상업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가 기사 대부분을 차지하고, 지방 미술관이나 지역 작가, 대안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적 시도는 지면에서 쉽게 밀려난다. 이는 이미 견고한 수도권 중심의 문화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고, 미술계 내부의 다양성과 주변부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데 한계를 가져온다.
또한 광고·홍보와 비평의 경계가 흐려지는 문제도 두드러진다. 전시 소개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보도자료를 약간 손질한 수준에 머무는 기사, 특정 기관이나 전시를 우호적으로 조명하는 데 그치는 기사가 적지 않다. 이처럼 신문 미술 기사가 비평의 기능보다는 홍보의 통로로 작동할 때, 언론이 공론장으로서 수행해야 할 역할은 자연스럽게 약화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향이 필요하다. 첫째, 미술 전공자 출신 기자나 장기 담당 기자를 육성해, 미술계에 대한 지속적인 취재와 분석이 가능하도록 담당 체계를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작가와 작품, 제도와 시장을 두루 이해하는 전문 기자가 기획 기사, 탐사 기사, 비평적 해설을 꾸준히 생산할 수 있을 때, 미술 기사의 깊이도 함께 확보될 수 있다.
둘째, 보도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대형 기관과 스타 작가 중심의 보도에서 벗어나, 지역 미술관과 소규모 갤러리, 신진·중견 작가, 대안·실험적 프로젝트를 꾸준히 소개하는 지면이 필요하다. 이는 단지 ‘골고루 나눠 다룬다’는 의미를 넘어, 한국 미술 생태계의 층위와 구조를 보다 정확하게 보여 주는 작업이기도 하다.
셋째, 비평의 복원이 중요하다. 전시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의 형식과 내용, 시대적 맥락, 제도적 조건 등을 함께 짚어 주는 해설이 지면에 실릴 때, 독자는 미술을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사유의 대상으로 접하게 된다. 미술기사는 시장 동향을 전하는 정보지의 역할을 넘어서, 예술 담론을 형성하고 사회적 감수성을 넓히는 글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환경에 걸맞은 보도 방식의 모색이 요구된다. 신문 지면의 제약을 넘어 온라인 기사, 연재 코너, 인터뷰, 영상과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 다양한 형식을 활용하여, 미술을 설명하고 보여 주는 방식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신문 미술 기사는 인쇄 매체를 넘어, 여러 플랫폼을 가로지르며 독자와 만나는 공론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가 이루어질 때, 한국 신문 미술 기사는 전시 소식을 전하는 안내문을 넘어, 미술계와 사회를 잇는 비평적 통로이자 기록의 장으로서 제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게 될 것이다.
(김달진) 관련기사
-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언론기관 미술사업, 어제와 오늘 / 가나아트 1995년5.6월호
- 저널리즘, 미술 전문기자시대는 요원한가 / 월간미술 1999년 1월호
- 미술기자의 어제와 오늘 / 서울아트가이드 2023년 6월호
이 원고는 내용이 줄여져 - 월간미술 2025년 12월호 수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