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정승현




목각 인형이 사람이 되는 피노키오와 그의 제작자인 제페토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이 사람을 사람되게 하는가”에 대한 질문 때문일 것이다. 나무와 실로 이루어진 양정욱의 작품이 주는 위로도 같은 결을 지닌다. 지난 달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미술 부문을 수상한 작가를 만났다.


Q.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본상 수상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A.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작업한다. 작업 사이에 삶이 있는 게 아니라, 삶 사이사이에 작업이 끼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 뭐든지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그렇게 살아왔다.

Q. 프로젝트의 상상, 글쓰기, 제작, 전시 단계에서 개별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면?
A. 나는 언제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고, 그날 마음에 남은 장면을 한두 문장으로 적어 두는 일이 ‘상상’의 단계다. 여기에 왜 이런 풍경이 생겼을까, 이 사람은 무엇을 바라볼까 같은 질문을 붙인다. 글쓰기는 그 장면에 살을 붙여 인물의 습관과 리듬을 정리하는 과정이고, 나중에 움직임과 구조를 설계하는 악보가 된다. 제작에서는 그 악보를 나무, 실, 모터의 구조와 속도로 번역한다. 모든 것을 통제하기보다 약간의 불안정성을 남겨 매번 조금씩 다른 움직임이 나오게 둔다. 전시는 그 이야기가 관객에게 처음 말을 거는 자리다.

Q. 나무, 실, 모터와 같은 로우테크에 대한 애착이 엿보인다.
A. 내가 사용하는 재료는 일상에서 보기 쉬운 것들이다. 이런 재료를 쓰는 이유는 그 안에 사람의 손의 기억과 시간이 남기 때문이다. 나무는 결과 색이 세월에 따라 변하고, 실은 느슨해지기도 끊어지기도 한다. 모터로 시작된 힘이 구조 전체로 어떻게 전달되는지도 눈으로 읽힌다. 원리가 단순하면 관객은 “나도 해 볼 수 있겠다”는 느낌으로 작품에 다가올 수 있고, 기술의 신기함보다 이야기와 리듬에 집중할 수 있다.

Q. ‘구조적 불완전성’, 작품에서 오차를 허용하는 의도가 궁금하다.
A. 나무를 다루다 보면 같은 날 잘라 온 재료도 시간이 지나며 색과 결이 달라진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계산을 바탕으로 선택하지만, 결국 결과는 예측과 어긋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오차나 예상치 못한 흐름에 너무 불안해 하지 않으려 한다. 삶이 흘러가듯 작업도 그 흐름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편이 자연스럽다고 믿는다.

Q. 공장근로자, 경비원이나 주차안내원 같은 구체적 인물의 보편적 이야기가 작품으로 변환되는 과정은 어떻게 구성하나?
A. 가능성을 계산해 미리 포기하기보다, 먼저 해 보고 실패하고 또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작품 속 직업들은 실제 경험에 기반하되 상상으로 다시 구성된다. 인물의 습관, 태도, 삶을 살아온 어떤 과정까지 상상하다 보면 엄청난 세계를 만들게 된다. 한편으로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이기도 하다.

Q.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소재가 있다면?
A. 요즘 둘째 아이를 돌보는 일에서 큰 영감을 받는다. 둘째는 기어다니기 시작했는데 오른쪽, 왼쪽으로 뒤뚱이며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의 삶도 그런 식으로 나아간다. 느리지만 실수와 반복을 통해 어디론가 나아간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요즘은 안정적인 제작구조를 만들고, 작업들을 데이터화하는 작업을 하고있다. 앞으로 나의 일은 그런 것들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직업은 앞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내년부터는 전시장을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준비를 하고 있다.


- 양정욱(1982- ) 경원대 조소과 학사. 갤러리소소(2013), 두산갤러리 뉴욕(2015), 프랑스 케르게넥미술관(2017), 부천아트벙커B39(2020), OCI미술관(2021) 등 국내외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본상(2024), 김세중청년조각상(2020), 중앙미술대전 우수상(2013)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