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6. 6 - 6. 11 프랑스 안시
축제의 도시, 안시
매년 여름이면 세계 곳곳의 만화광들이 스위스와 접경하고 있는 프랑스의 도시 안시에 모여든다. 1960년에 시작해서 올해 29회째를 맞았던 안시 페스티벌은 지난 6월 6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간 영화상영, 영화시장, 수상식, 컨퍼런스,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했다. 올해는 63개국에서 출품된 총 1622편의 작품들 가운데 2월과 3월 사이 있었던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32개국을 대표하는 207개의 작품들이 공식적으로 선정됐다. 그 가운데 장편 영화, 단편 영화, TV 영화, 주문 영화, 졸업생 작품 등 모두 5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서 173편이 경쟁작으로 소개됐고 나머지 34편이 파노라마로 상영됐다. ‘작은 베니스’라고 불리는 운하 도시 안시는 알프스 산 아래로 둘레가 14km나 되는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어 기막히게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게다가 중세의 고풍스럽고 아기자기한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에 평소에도 워낙 관광객들로 붐비긴 하지만, 이맘때가 되면 천진스런 동심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열광적인 만화팬들이 일주일 동안 도시 전체를 온통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로 만들고 있다. 영화 상영 내내 관객들이 스크린을 향해 날리는 종이비행기 ‘의식’이나 각 영화와 각 장면마다 환호를 지르거나 야유를 보내는 즉각적인 반응들은 관객들의 참여를 실감토록 하고도 남는다. 문자 그대로 축제란 무엇인가를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페스티벌 기간 내내 안시의 호수를 낀 광장에서 모든 대중에게 공개되는 야외 영화 상영이나 콘서트 역시 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요소이다.

캐나다의 열정
한국은 작년에 초대국으로 참여해서 장편영화 부문에 <오세암>이 크리스탈상을 수상했었다. 올해 행사에서는 캐나다가 초대국으로서 <캐나다 열정>이란 테마 아래 모두 12개의 다양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캐나다는 오랜 역사와 정부의 후원을 바탕으로 창작이나 문화산업 모두에 있어서 성공적인 모델로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캐나다의 ONF 즉 캐나다 국립 영화국과 퀘벡의 시네마테크 그리고 오타와 페스티벌과의 협력으로 이번 행사에서는 예술적이고 실험적인 창작을 망라하는 풍부한 캐나다 애니메이션을 경험할 수 있었다. Norman McLaren, Frederic Back 그리고 Co Hoedeman처럼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감독들과 함께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들이 소개됐고, 아울러 퀘벡의 시네마테크가 소장하고 있는 역사적으로 귀중한 가치를 지닌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페스티벌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프로그램은 만화영화와 관련된 전시회들이다. 그 가운데 안시의 성-박물관(Musee-Chateu)에서 10월 말까지 계속될 예정인 <어린 날의 정원(Les jardins de l'enfance)>은 초대국 캐나다와 공동으로 마련한 12개의 프로그램에 속한다. 이 전시는 77년 <모래성>이란 작품으로 오스카상 그리고 안시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Co Hoedeman의 환상의 세계를 다룬다. <모래성>이란 영화와 함께 2001년에 제작된 <루도빅: 할아버지의 집에서 보낸 바캉스>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크로키, 장식, 소품, 인형, 사진 등을 통해 Co Hoedeman의 꿈과 상상이 어떻게 만화영화를 통해 전달되는 가를 보여준다.

만화영화 시장 MIFA
올해 15회째를 맞은 MIFA, 즉 애니메이션 필름 시장은 제작업자에서 배급업자, 바이어, 출판업자에 이르기까지 만화영화 산업에 관련된 전문가들이나 만화 영화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행사이다. 왜냐하면 바로 이곳을 통해 각 관련자들이 만나서 정보를 교환하고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기도 하며 자신들이 대표하는 작품들을 말 그대로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시청각 분야의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만화영화 시장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는 Aardman, Pixar, Disney와 같은 대형 스튜디오에서 그들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에 대한 고용 창출을 위한 목적으로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시장이 다시금 활력을 되찾은 듯한 분위기를 보여줬다. 한국에서는 작년과는 달리 제작업자들이 직접 MIFA에 참가하지 않고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가 그들을 대표해서 한국 만화를 후원하고 소개하는 형태로 MIFA에 부스를 마련했다.
현재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수많은 만화영화 페스티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추세이고 그런 만큼 안시 축제가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긴 하다, 하지만 필자가 만났던 안시 페스티벌의 아트디렉터 Bromberg씨나 MIFA의 총감독 Loison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안시 페스티벌은 만화영화 축제로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갖고 있으며 그로부터 축적된 노하우와 조직력 그리고 전 세계 만화 관련자들 모두가 만나 예술적이고 경제적인 것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장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만화가 너무 좋아서 은퇴한 이후에도 10년이 넘게 줄곧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George 할아버지부터 페스티벌 조직의 구성원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만화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이름만 국제적인 행사가 아닌 국제 만화 축제를 기획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