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부터 우리 민족의 형성과 연결하여 고조선 연구를 뒷받침하는 지표 유물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은 다뉴세문경(잔무늬거울)과 같은 청동거울과 청동방울·비파형 동검·고인돌 등이 있다. 유물이 출토되는 요동 지역과 만주 지방일대 그리고 한반도 전역에 걸쳐 고루 분포되어 있음은 역사학계의 정설로 굳어져 가고 있다. 또한 고조선 시대부터 내려 온 이른바 청동기 문화는 우리 한민족의 뛰어난 예술적 독창성·주조기술·세공기법 등을 웅변으로 말해주는 증거이다. 더구나 사계절을 지닌 지형학적 특징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 창안한 온돌 구조를 비롯하여 한옥·한식·한복과 한지 등은 그 어느 다른 민족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차별적 요소이다. 우리 한민족은 예로부터 태양을 숭배하고 농경과 수렵에 대한 제의(祭儀), 천손민족으로서 홍익인간(弘益人間) 개념을 창달해 왔다.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사상은 국가체제를 갖추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어져 내려 왔다. 이와 더불어 인본주의적 천지인(天地人) 사상 등은 민족적 공동체 의식을 정초시키는 기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50회 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 수상작 ⓒ 사진 장동광
근세에 이르러 일본에 의한 식민강점기를 겪기도 했으나 불굴의 의지로 광복을 맞이하고, 해방의 기쁨도 잠시 이어져 발발한 6.25전쟁의 참화를 극복해 온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우리 역사의 흐름이다. 이러한 불행과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우리 민족은 고유의 흥·멋·맛의 세계를 잃지 않고 지키고자 노력해 왔다. 그것이 최근에 전 세계적인 K-Pop의 열풍과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으로 대표되는 전통문화에 대한 서사적 애니메이션 영화로 인해 한국문화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시기에 우리가 새롭게 바라보아야 할 점은 바로 홍익인간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다른 의미로 치환하자면 ‘공유성’이다. 이 공유성을 예술적 기초로 담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공예 영역이다. 전통공예의 모든 영역들에서 전승과 계승이라는 본질을 사회적 합의처럼 이해해 왔다.
기법과 기술, 기예와 모방 등을 가문의 비법으로 사유화하지 않고 세대를 걸쳐 이어져가야 하는 공동체의 가치로 물려주어야 할 유무형의 유산으로 여겨왔던 것이다. 순수예술에 있어서는 자기고유성, 독자성, 기명성(記名性)과 같은 덕목을 최상의 가치로 여겨왔다. 그러나 공예의 영역에서는 기법과 기술, 형식과 내용 등에 있어서조차도 과거의 것을 모방하거나 계승하는 것에 대해 용인해 왔다.

제20회 2025공예트렌드페어 전시 전경 ⓒ 사진 장동광
그러나 공예전통의 계승과 전승이 공유성의 영토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변주성(變奏性)의 미학’이다. 전통에 깃들어 있는 기예와 장인정신을 바탕에 두되, 동시대의 변화된 미감이나 생활양식에 어울리는 새로운 형식을 창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자가 당대의 미적 표본이 있었던 고려시대를 넘어 분청자기와 백자가 발흥했던 조선시대를 생각해 보자.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에서도 우리 민족의 독창성과 혁신정신은 존경을 넘어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최근 들어 전국 곳곳에 한옥건축이 붐을 이루고, 한복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고, 한식당이 전세계에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예가 담지한 공유성의 정신은 한옥·한복·한식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옥 건축기술, 고유한 옷의 맵시, 조리방식 등이 대대로 이어지며 K-Culture의 원형성의 뿌리가 되고 있다. 이제 이러한 공예의 공유성에 변주성의 미학이 더해진다면 국제적 무대에서도 한때 자포니즘(Japonism)이 유행했던 것처럼 코리아니즘(Koreanism)이 각광받을 날이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