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김달진미술연구소장

플라스틱 패트병 안으로 곡물이 떨어지는 소리, 수십 대의 모니터가 각기 영상을 재생하면서 만들어내는 불규칙한 빛의 반짝임들. 작가의 지난 30년의 작품세계가 응축된 전시장은 작은 생명체 같았다. 여러 경계에서 예술적 질문(Fragen der Kunst)을 던져온 올리버 그림 작가를 만났다.
Q. 최근 개인전에서 〈수면 아래〉를 발표하였다. 어떤 작품인가?
A. 〈수면 아래〉(2025)는 홍제천을 배경으로 하여 물고기의 시점으로 강물을 따라가는 3채널 비디오 작업이다. 내 작업의 큰 두 축 중 하나는 자연과 문명의 관계에 대한 탐구이며, 또 하나의 축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다. 홍제천 위로는 고가도로가 지나가는 한편, 아래로는 자연적 풍경이 펼쳐진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하천 아래로 물고기, 벌레, 식물, 부유물이 떠다닌다. 나는 상대적으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홍제천이 다른 하천에 비해 좋았다. 물고기의 시점을 취한 것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을 탐구하고자 한 것이다.
Q.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은 이번 전시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A.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은 여러 사람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 세계적 이슈가 되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일렉트릭 쉽, 에코 확장〉(2025)은 다양한 AI 모델을 이용해 생성한 영상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지정된 프롬프트를 AI가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오류를 발생시켰는지 살피는 것은 탐색하는 과정이었다. 이외에도 재개발되는 도시, 평양, 미군기지의 풍경을 VR, 3D 프린팅 미니어처로 옮기며 내가 사는 사회의 문제를 조명했다.
Q. 작품이 만들어 내는 소리는 어떤 의미인가?
A. 소리는 관객을 끌어들이고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나는 미술을 전공하기 전에 기타를 연주했었다.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도 소리는 계속 내 작업의 기반에 있었다. 음의 속도를 실험하고, 멈추고 달리는 박자를 작품에 끌어들이는 것, 비주얼과 사운드를 매칭시키는 것 등 말이다. 내 개별 작품들은 독립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비주얼과 사운드라는 맥락에서 보면 통일성이 느껴질 것이다.
Q. 작업에서 3D 프린팅과 비디오는 어떤 관계가 있었는가?
A. 영상은 비물질적이지만, 3D 프린팅, 미니어처는 실체가 있다. 손으로 만져지는 작업을 진행할 때는 영상 작업을 할 때와는 다른 쾌감을 느낀다. 내 작업에서 비물질과 물질은 결합될 수 있으며, 나는 이를 통한 가상과 실존을 넘나드는 표현을 실험한다. 여러 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2022년에는 러시아 작가 다한과 협업하여 ACC에서 국가 폭력과 전쟁에 노출된 이들에 대해 다룬 〈고스트 유토피아〉(2022)를 그 예로 들고 싶다.
Q. 작품 앞에서 관람객이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 어떻게 생각는지?
A. 익숙한 프레임과 시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때로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한다. 내 작품은 자연의 순환과 같은 보편적 본질 탐구와 구체적 사회 문제를 충돌과 조화를 오가며 다루고 있다. 불편함도 그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Q. 지난 작품세계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
A. 한국에 온 지 30년이 지났지만 지난 작업들이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제 작업한 것 같은 생생한 기억으로 계속 남아있다. 대학에서 강의를 겸하고 있어 때로는 작업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앞으로는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일 계획이다.
- 올리버 그림(Oliver Griem) 함부르크 예술대학 순수미술 학사, 쾰른 미디어 아트 아카데미 석사 졸업. 플레이스막(2025), 아트센터나비(2012), 뮤지움살(1997) 등 개인전. 《한국비디오아트 7080 시간이미지장치》(2020, 국립현대미술관), 《Wonder City》(2018, 세화미술관), 《미메시스의 정원》(1999, 일민미술관) 등 단체전. 현재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