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과 구원을 사유한 조각가 
최종태(崔鍾泰  1932- )



최종태는 1932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친 세대로서, 그는 인간의 고통과 삶의 무게를 일찍이 체감하며 성장하였다. 대전사범학교를 졸업한 그는 이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며 본격적인 조각가의 길로 들어섰다. 김종영, 장욱진의 가르침을 받았으며 1960년 국전 문교부장관상, 1970년 국전 추천작가상, 1989년 서울시문화상, 2006년 예술원상, 2008년 문화훈장 은관을 수훈했다

여인의 기도


최종태의 작품세계는 무엇보다 인간 형상에 대한 근원적 성찰로 특징지어진다. 그의 조각 속 인물들은 화려한 동작이나 극적인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인체는 단순화되고 응축된 덩어리로 표현되며, 자세는 고요하고 정적이다. 눈을 감거나 고개를 숙인 인물들은 외부 세계를 향한 시선을 거두고, 내면으로 침잠한 존재로 나타난다. 이러한 형상은 말 없는 사유와 기도의 상태를 연상시키며, 조각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고자 한 작가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서있는 사람 1983


그의 주제는 인간 일반에서 나아가 모성, 가족, 종교적 인물로 확장된다. 특히 성모 마리아나 성인을 형상화한 작품들에서는 깊은 신앙심이 드러나지만, 교리적 설명이나 장식성은 철저히 배제된다. 대신 침묵과 숭고, 인간적 고요가 강조되며, 이는 특정 종교를 넘어 인간 보편의 존엄과 구원을 사유하게 한다.

얼굴 1984


최종태는 한국 현대조각을 대표하는 원로 조각가로 서울대 명예교수, 예술원회원, 김종영미술관 명예관장이다. 그는 전후 한국 조각이 형식 실험과 추상으로 급격히 이동하던 흐름 속에서 일관되게 인간 존재의 본질과 정신성을 탐구해온 작가이다. 

앉아있는 사람


유행이나 이념에 휩쓸리기보다 인간 형상의 내면적 침묵과 숭고함을 조형적으로 구현하며, 한국 조각사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보기 드문 일관성과 성찰의 깊이를 지녀왔다. 그의 조각은 크지 않은 규모와 절제된 형식 속에 깊은 울림을 간직하고 있으며, 빠른 속도와 과잉 이미지가 지배하는 시대에 멈춤과 사유의 가치를 일깨운다. 이러한 점에서 최종태의 작품세계는 한국 조각의 정신적 축을 이루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적인 의미를 지닌다.


2011 최종태 ⓒ 변순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