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돌문화공원의 미래를 위한 제언 – 에코 뮤지엄
 

김영호 / 중앙대 명예교수, 한국박물관학회 명예회장


1. 서언 

  제주 돌문화공원은 제주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예술을 함께 아우르는 복합문화 시설이다. 제주의 자연 생태를 보존하기 위한 목적에 제주 문화를 상징하는 돌과 신화를 집대성한 박물관과 갤러리를 갖추고 있어 자연공원이자 문화공원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돌문화공원이 일반 공원 시설의 범주를 넘어, 제주의 정체성을 확산하는 에코 뮤지엄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진화하는 예술의 플렛폼으로 기능하기 위해 마무리 작업이 여전히 필요한 시점이다.(‘미완의 제주 돌문화공원, 화룡점정 찍을 때’, 한라일보, 2022.5.23일자) 이 글은 제주 돌문화공원 조성 사업이 완성되어가는 시점에서 그간의 추진 과정을 돌아보고 예술적 자원으로서 공원의 비전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운영 조직의 측면에서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공공 프로젝트는 법적 근거 속에서 준비되고 추진된다. 제주 돌문화공원 건립 사업은 「제주돌문화공원 조성 및 관리 운영조례」라는 자치 법규 속에서 전개되어 왔다. 상위 법규인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과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그리고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등과도 연계되어 있다. 이 조례는 제주 돌문화공원이 자연공원 동시에 문화공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주 돌문화공원이 단순한 관광 자원의 차원을 넘어 제주도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교육하는 에코 뮤지엄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제주 돌문화공원 건립 사업에 대해 도내 언론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보도해 온 것은 제주의 미래를 위해 더없이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2. 조성 과정과 언론의 시선

  제주 돌문화공원은 제주도의 돌 문화를 집대성하고 제주 탄생 신화인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을 주제로 한 대규모 생태 박물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1999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해 현재까지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 26년이라는 세월을 거친 장기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제주의 곶자왈 지대의 약 130만평 규모로 조성되었으며, 돌박물관, 설문대할망 전시관, 오백장군갤러리, 전통 초가마을, 야외 전시장 등의 주요시설을 포함하고 있다. 조성 배경을 보면 민관 협력을 통한 사업 추진이 특징이다. ’탐라목석원‘의 설립자이자 돌과 민속 유물 수집가인 백운철 선생이 40여 년간 모은 2만여 점의 돌 유물을 제주도에 기증하면서 시작되었다. 행정적으로 공원 조성 사업은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설정하였으나, 주요 건축물인 ’설문대할망 전시관‘ 개관이 미루어지면서 도내외 언론의 날 선 지적을 받게 되었다.   

  제주 돌문화공원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보도는 주로 정체성 훼손과 행정 편의주의라는 두 가지 화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정체성 훼손의 문제는 설문대할망 전시관 유물이 특화되지 않고 방만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시 컨텐츠와 기법이 조악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지적은 개관을 몇 차례 미루는 원인이 되었다. 또한 시설물의 설치와 연관된 문제들로는 전기 셔틀카 운행과 이를 위한 도로포장 그리고 조형물 등이 자연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하여 제주도의회는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한편, 행정 편의주의 문제는 공원 건립 사업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영권이 관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공원의 설립 취지와 가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조직의 개편이나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공원 관리 책임자가 자주 바뀌면서 일관성 있는 비전 수립과 전문성이 결여된 채 화룡점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전시관인 ’설문대할망 전시관‘ 개관의 연이은 지연은 공원 조성 사업의 전반을 돌아보는 단초가 되었다.
  
  사반세기라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제주 돌문화공원은 제주도의 명소로 제 모습을 갖추어 왔다. 도민과 언론의 관심 그리고 민관 협력 합동 추진단 여러분들의 노력 결과다. 하지만 제주를 상징하는 최고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기 위해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사이의 중론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 돌문화공원의 비전을 에코 뮤지엄의 차원에서 다시 한번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3. 제주 돌문화공원의 비전  

  제주 돌문화공원은 자연과 역사 그리고 문화라는 세 줄기가 긴밀하게 엮인 거대한 복합문화공원이다. 그만큼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관이라는 말이다. 돌문화공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란 다양하다. 제주 돌문화공원의 역할과 기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능동적이고 개방적인 '열린 문화예술 플랫폼' 역할이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실험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공원 자체를 살아있는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외 예술가들이 돌문화공원에 머물면서 제주의 자연과 돌을 주제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은 하나의 사례다.

  둘째. '글로벌 문화 허브 프로그램 추진체’ 역할이다. 돌문화공원은 제주의 독특한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해외 유수의 박물관 및 미술관과의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국제적인 돌 조각 심포지엄이나 포럼을 개최하여 제주의 돌 문화를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한다.   

  셋째, 공원 주변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커뮤니티 아트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이다. 주민들이 직접 돌을 다루고 예술 작품을 만드는 워크숍을 열거나,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벽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공원이 지역사회와 예술을 통해 소통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원이 지역과 분리된 섬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넷째, 돌문화공원의 자연 경관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공연 등을 포함한 ‘융복합 예술 프로젝트의 실험실‘ 역할이다 오름의 곡선을 따라 빛과 소리를 활용한 야간 미디어쇼를 선보이거나, 돌 조형물 사이에서 무용 공연을 펼치는 등 돌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통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4. 돌문화공원의 미래를 위한 제언 ; 제주 돌문화공원 재단 

  제주 돌문화공원은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미래를 향한 비전을 품고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곳이다. 제주 돌문화공원의 비전을 실천하기 위한 근본적 대안으로 '제주돌문화공원 재단' 설립안이 제기되고 있다. 공원 운영의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의 기반을 확보하고, 공원 설립 초기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제안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필자는 이와 관련한 글을 도내 언론에 게재한 바 있다. (‘제주 돌문화공원 재단 설립의 타당성’, 한라일보 월요논단 2025.8.11.일자) 이 글에서 필자는 제주돌문화공원 재단이 설립될 경우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첫째, 전문성 및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재단은 행정 조직의 틀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므로, 공원의 핵심 가치인 '돌'과 '제주 문화'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채용하고, 장기적인 비전 아래 운영할 수 있다. 잦은 행정 조직 개편과 담당자 변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운영의 일관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전문가의 주도 아래 공원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다.
 
  둘째, 운영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 재단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출연금, 보조금 등을 지원받는 동시에, 자체 수익사업을 통해 재정을 확보할 수 있어 운영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공공의 자금뿐만 아니라 민간의 후원, 기부금 등을 유치하여 재정을 다각화하고,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셋째, 민간 참여 및 협력을 활성화 할 수 있다. 재단은 공공성과 민간의 유연성을 결합한 조직 형태로, 기증자, 지역 예술가, 문화계 인사 등 다양한 민간 주체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공원의 운영 방향, 프로그램 기획 등에 민간의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함으로써 도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

  넷째, 공공성 확보 및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 재단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관리·감독을 받으므로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사회 등을 통해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운영의 주체가 명확해지므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행정 편의주의적 운영을 막을 수 있다. 

  제주돌문화공원 재단 설립은 기존 행정 주도의 운영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공원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재정 자립 방안 확보, 전문 인력 채용, 투명한 설립 절차 등의 선행 과제들을 함께 검토하며 추진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1차 게재: 2025.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