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아트성수: 로딩중입니다’, 성과와 미래 비전
김영호 중앙대 명예교수, 미술사가
● 축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전국적으로 다양한 미술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저마다의 장르와 전략을 내세우며 전개되는 미술 행사들은 도시 공간을 풍요롭게 변모시킨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청주·전북·광주·목포·대구·부산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술 행사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대부분 사업이 정부 기관이 후원하는 공공적 기능을 지닌 행사임을 알 수 있다. 정신문화를 살찌우는 미술품이 (곡물과 같은) 공공재로 인식되고 있는 작금의 국내외 현실에서 미술 행사에 대한 정부 지원정책은 제대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문화예술진흥법>에서 떨어져 나와 2014년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지역미술진흥법>이 지역 미술 확산에 현실적인 힘을 실어주고 있다.
모든 미술 행사에는 저마다 목표와 소명이 주어진다. 금년 9월에 열린 국내의 대표적 미술 행사들을 보면 상업화랑이 개최하는 ‘아트페어’(키아프&프리즈 서울, 아트시그널 부산 등)와, 동시대 미술을 선도하는 ‘비엔날레’(청주공예비에날레, 세계서예전북비에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등)를 들 수 있다. 비무장지대(DMZ)에서 펼쳐지는 ‘DMZ OPEN 전시’는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축제로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 미술작품의 유통과 현대미술 담론의 확장 그리고 자연과 생태의 이슈를 드러내는 축제형 전시들은 오늘 우리 미술계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과 같은 관례적 미술 행사 외에도 새로운 얼굴의 미술 프로젝트들도 있다.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시대가 요구하는 문화적 소명을 적극 실천하는 사업들이다.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는 행사들이 필요한 이유는 격변의 시기에 아직도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 성장과 민주화 달성이라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정작 청년 세대의 행복 지수는 바닥을 치고 있다.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그룹에 속하는 것이 역설적 현실이다. 변화하는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문화가 필요한 이유다. 청년 세대와 지역공동체 그리고 커뮤니티 등을 사업의 키컨셉으로 설정한 ‘아트성수’는 이러한 현실을 감싸 안으며 등장한 대안적 행사라는 차원에서 주목해 보려 한다.
● 아트성수의 성과
‘아트성수’ 프로젝트는 서울 성수동을 중심으로 지역적 특색을 살려 진행되는 동시대 미술 행사다. 성수동이 MZ세대의 힙플레이스이자 문화예술 자본이 형성되는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생겨난 복합적인 문화사업이다. 올해로 4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국내의 대표적 어린이미술관으로 성장한 헬로우뮤지움이 기획하고, 대학 기관이 함께하는 예비 예술인 발굴이라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사업 대상으로 참여 작가는 청년(신진) 세대를 대상으로 설정하고 성수지역 중심의 시민들을 관객으로 삼아 성수동을 포함한 서울 동북지역을 함께 아우르고 있다.
금년에 열린 ‘2025 아트성수: 로딩중입니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서울 동북권 지역의 대학뿐만 아니라 전남·충남·부산 등 전국 지역의 대학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전시공간도 성수지역의 대안 공간 ‘프레임성수’와 ‘피어 컨템포러리’ 등과 연대해 협력 시스템을 강화하였다. ‘2025 아트성수’ 기획위원이 추진한 프리뷰 전시 ‘아트성수 프리뷰: 헬로! 밀양’는 26인의 서울 청년작가 작품전을 밀양시에서 개최한 행사로 한국박물관협회의 별도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 이 외에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 시각예술가를 위한 특별전이나 차기 년도를 위해 계획 중인 해외 대학교 교류전도 눈여겨 볼만한 사업으로 평가될 수 있다.
아트성수는 성수동이 서울의 도시재생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이래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변모하는 성수동의 모습을 시각화하고 지역 브랜드 생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른바 아트성수는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교류하는 플렛폼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시대가 요구하는 한 단계 높은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사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성수동 지역은 홍대 지역에 이어 청년 문화가 모이는 새로운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성수동 일대에서 벌어지는 아트페어, 특별전, 공연, 아트마켓 등은 이러한 조짐을 대변한다.
이상에서 보듯 '2025 아트성수' 전시회는 젊은 예비 예술인 발굴과 지역 예술 생태계 확장이라는 두 가지 주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2025 아트성수’의 성과를 좀 더 세분화해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아트성수는 예비 예술가 발굴 및 기회 제공하는 청년 세대 협동 프로젝트로 2022년부터 매년 젊은 예비 예술인을 발굴하며 그들에게 창작 기회를 제공해 왔다. 둘째, 아트성수는 그동안 서울 서부권에 집중되어 있던 예술 지형을 성수동을 중심으로 한 동부권으로 확장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셋째, 아트성수는 서울 동북권뿐만 아니라 전남, 충남, 부산 등 전국의 대학과 연합하여 청년 문화의 네트워크 영역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넷째, 아트성수는 미술관과 대학 그리고 지역 산업 공동체와 아트스페이스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문화 재생 도시를 위한 협력 모델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마지막 다섯째, 아트성수는 시장 중심의 전시 행사를 넘어 실험성과 연대 의식 고취하여 새로운 전시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 개선점
아트성수는 성수동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복합적인 문화 프로젝트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대안과 비전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숙고해 볼 것은 지역 정체성 기반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성수동은 과거의 공업지대와 수제화 거리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예술공간의 유입과 상업화로 인해 급격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진행되고 있다. 낙후된 구도심에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되면서 지역 가치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원래 거주하던 저소득층이 밀려나는 현상이다. 높은 임대료는 예술가와 소규모 갤러리가 성수동을 떠나게 만들고, 대형 상업 갤러리나 브랜드 팝업 스토어만이 남게 될 위험성이 있다. 성수동의 역사나 기존 커뮤니티와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성수동의 고유한 터무니를 유지하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두 번째로 지적할 문제점은 문화 행사의 차별성 부족 및 경쟁 심화 현상이다. 성수동이 문화 전진 기지로 부상하면서 ‘더 프리뷰 성수’와 ‘성수아트페어’ 등 유사 행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우선 아트페어라는 이벤트성 행사는 성수동만의 뚜렷한 차별점을 각인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대중성과 트랜드를 표방한 팝아트, 미디어아트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작품의 깊이나 실험적 예술을 외면하는 과도한 상업 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아울러 고려할 부분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율이 공공기관 차원에서 요구되는 부분이다.
세 번째는 지역 예술교육을 포함한 아트성수 사업의 지속성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 일부 청소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아트성수 프리뷰 등)이 진행되고 있으나 일회성에 그치기 쉽다. 아트페어 방문객은 많지만 성동구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예술을 향유하고 참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플렛폼이나 프로그램이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아트성수가 지속가능한 프로젝트가 되기 위해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안정적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미래 비전
아트성수가 일시적인 트랜드를 넘어 대한민국 서울의 주요 문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지역 정체성을 살리고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성수동의 역사적 공간을 활용한 예술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기 위해 지역 유산 보존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성수동의 산업 유산을 배경으로 작품을 전시하는 장소 특정적 전시를 확대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수제화 장인이나 인쇄소 기술자 등 지역장인들의 삶과 기술을 예술적 콘텐츠로 기록하고 이를 현대 예술과 융합하는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성동구청과 대형 갤러리, 건물주 간의 협약을 통해 예술인을 위한 공공 임대 예술공간을 확보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늦추는 상생 모델을 개발하고 법제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차별화된 도시 실험실 플렛폼 구축을 위한 노력이다.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장터를 넘어 새로운 예술이 실험되는 도시의 실험실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수동에서 열리는 모든 연합전시 및 아트페어를 ‘아트성수’라는 하나의 통일된 브랜드 아래 묶고 매년 하나의 선도적 주제를 제시하여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비영리 부문을 강하하고 비평, 연구, 실험에 초점을 맞춘 ‘논-커머셜’ 섹션을 강화하여 젊은 작가들의 장소 특정적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며 아트성수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 시민참여와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이다. 지역주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늘이고 예술을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지역 기반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것이다.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연중 상시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고 지역주민들이 참여하여 성수동의 공공 공간을 함께 디자인 하는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를 의무화 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아트성수의 미래는 상업적인 성공과 지역적 공공성이라는 두 가치를 얼마나 균형 있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다.
202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