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 유료화 정책을 위한 선결과제


김영호 / 한국박물관학회 명예회장, 미술사가 objetkim@cau.ac.kr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수가 600만을 돌파했다. 1945년 개관 이래 80년 역사를 통틀어 역대 최대 관람객 수치다. 루브르, 바티칸, 영국박물관에 이어 세계 4위권 수준으로 국립박물관 무료화 정책이 빚은 결실이라며 축제 분위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시점을 국립박물관 도약의 터닝포인트로 삼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른바 유료화 정책의 필요성을 들고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 국립박물관의 상설전시 무료화 정책은 지난 2008년 시작된 후, 문화 향유 기회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지난 17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료 관람 정책이 야기한 구조적인 한계와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지난 12월 9일 한국박물관협회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 아래 <2025년 박물관·미술관 정책세미나>를 열고 ‘유료화의 필요성과 서비스 개선방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의견을 내놓았다.  
국립박물관의 상설전시 유료화 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은 대부분 ‘박물관의 공공성과 접근성 저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설인데 입장료까지 국민이 이중으로 부담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유료화는 취약 계층의 박물관 이용을 제한하여 관람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다. 한편, 상설전시 유료화 정책을 지지하는 주된 이유는 ‘박물관 운영의 질 향상 및 지속 가능성 확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관람객 급증에 따른 전시품 관리와 시설 개선뿐만 아니라 박물관 본연의 기능인 소장품 수집, 연구, 보존, 전시, 교육 등의 발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재원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료화 논의는 박물관 이용자와 박물관 경영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정책적 합의의 과정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립박물관 상설전시 유료화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먼저 검토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 째는 국립박물관 재정의 법률적 구조다. 국립박물관의 운영은 대부분 국가 예산, 즉 국민 세금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국립박물관이 특별전시 등으로 입장료 수입이 발생하면 국유재산법이나 국가회계법에 따라 국고로 환수된다. 공공성과 안정적인 운영이 강조되는 기관으로 엄격한 국가 직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정부는 국립박물관의 재정 개선을 위해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을 설립해 수익사업을 전담토록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최종적으로는 국가회계법 시스템 내에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물관은 인체와 다르지 않은 생물이다. 발전적인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 소장품과 시설 그리고 조직을 관리하고 개선하지 않으면 병들게 마련이다. 연간 수백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유물 구입비, 보존과학 인프라 확충, 노후 시설 개선 등에 투입되는 국가 예산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입장료 수입이 이러한 박물관 본연의 기능 강화를 위한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는 핵심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현행 법제를 검토해야 한다. 
둘째는 합리적이고 유연한 요금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다. 이는 국립박물관의 공공성 유지를 위한 대안이기도 하다. 미성년자·노인·취약계층 등에게는 무료 또는 대폭 할인 혜택을 유지하고, 관람 시간대나 국적 등에 따라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등 공공성을 놓치지 않는 정책 설계가 그것이다.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 뮤지엄의 사례에서 대안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아 이 과제는 부차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국립박물관 유료화는 문화민주화를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속가능한 문화민주화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로 접근해야 한다. 돈을 지불하고 관람하는 행위는 문화유산에 대한 '가치 부여'와 '존중'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국민 스스로가 문화유산 보존과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존감을 세우는 일이며 법제적 검토를 통해 실현 가능한 일이다. 

- 1차 게재 서울아트가이드 2026.1월호 미술인문학(14) 



국립중앙박물관 2025년 600만 번째 관객과 유홍준 관장. 제공 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