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달리자 K-ART, 2026 말의 해 갤러리세인 특별기획
정영숙(문화예술학 박사, 갤러리세인 대표)
2026년은 병오년(丙午년)이다. 붉은 말띠 해는 불의 기운이 강하고 창의성과 열정이 두드러진 해다. 갤러리세인 지난 4년 동안 용의 해, 토끼 해 등 그 해 기본이 되는 띠를 다양하게 담아내는 예술가를 초대한 전시를 꾸준히 진행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말을 청동기시대부터 본격 사육하였다. 이번 전시는 말과 동물 그림을 주로 담아낸 작가들과 기존에 띠에 맞는 주제 작업했던 작가들, 그리고 공모를 통해 당선된 작가들로 구성한다.
경북 영천에는 역마의 길이 있다. 조선시대의 공식 관로였지만 그 후 사라졌다. 그 사라진 영천의 역사적 관로를 되짚는 여정이다. 그 일환으로 영천경마공원을 개장하여 역사적 배경과 관광스토리가 결합된 ‘말길탐방 콘텐츠’로 지역활성화의 중요한 축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제주도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마(濟州馬)가 있다. 제주도 말의 역사와 체험이 가능한 곳은 ‘의귀리마을 옷귀마테마타운’으로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다. 조선시대 전국에서 가장 번창했던 산마장의 중심 마을이었으며 근대 이후 마을기업이 운영하는 승마장은 전국 최대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렇듯 인간 역사와 함께한 고귀한 생명, 말(馬)은 인류 문명과 함께 달려온 동반자였다. 말은 감성지능이 높이 동물이다. 말은 인간이 웃거나 화난 표정을 보여줄 때 이를 인지하고 반응을 달리하는 지능을 가진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인간의 역사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 하는 동반 동물이다.또한 말은 단순한 동물을 넘어 문화와 예술의 상징으로도 자리 잡았다. 그리스 신화 속 페가수스, 중국의 적토마, 한국의 천리마처럼 말은 용맹과 자유, 충성심의 상징으로 묘사되어 왔다. 오늘날에는 경마, 승마, 마상무예 등의 스포츠 분야로, 치유 승마(힐링승마) 같은 심리적 재활 분야로, 농촌체험과 관광 승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말을 예술로 표현한 역사는 선사시대 동굴 벽화에서 시작해, 시, 음악, 서사 등 다양한 예술 장르로 발전해왔다. 구석기 시대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에는 말, 사슴 등 동물과 인간의 모습이 그림으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고구려 고분벽화 쌍영총의 [기마인물도]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말 그림에 탁월했던 문인화가 윤두서는 말의 다채로운 동적인 형태를 활기차게 표현하였다.
서양에서는 19세기 에드가 드가(Edgar Degas)가 말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익힐 알려진 발레리나, 목욕하는 여성도 즐겨 그렸지만 경주마와 기수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그린 그림도 많다. 현대 예술에서는 말이 동물이 아닌 인간 내면과 사회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매체로 활용되고 있다. 이를 시, 소설, 회화,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말은 창작자의 의도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19세기 후반 사진가 에드워드 머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는 말의 움직임을 연속된 사진들로 나누어 촬영한 최초의 인물이다. 직접 인화방식의 '크로노포토그라피(Chronophotography)' 사진술로 움직이는 동물, 사람으로 이어진 걸작을 남겼다. 후에 미래주의자들과 20세기의 아방가르드 대표기수 마르셀 뒤샹을 비롯해 영화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필자는 20여년 전 유럽 배낭여행 중에 피렌체에서 마주친 마리노 마리니의 말 조각 ‘The Angel of the City 작품을 잊을 수 없다. 마리노 마리니 미술관 입구에 세워진 기마상으로 기억된다. 말의 표정과 말 등에 탄 소년의 표정, 그리고 간결한 형태와 무채색은 조각의 매스감을 콘테 드로잉처럼 느껴졌었다. 간결하지만 묵직한 힘이 느껴져 오랫동안 떠오르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14명 초대 작가들의 말에 대한 연구와 조형화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 뛰어난 작품들로 구성된다. 작가가 표출하고자 하는 작품 의도에 따라 은유적이거나 대자연 속에서 질주하는 말, 붉은 말의 기운을 담은 개념적인 말, 말의 역사와 문화에 중점을 말, 그리고 작가가 경험하고 체험한 말 등 다채로운 방식이다. 장르는 평면과 입체, 그리고 사진이다.
강지미 작가는 'The horse' 시리즈는 몽골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작업이다. 말의 삶을 관찰하며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힘과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는 강인함 그리고 생명력을 담아내는데 주력했다.
나형민 작가는 한글을 조형 언어로 확장하며 ‘한글 문자도’를 독자적인 현대 미술 장르로 구축해왔다. 출품 작품은 한글 ‘말’ 자를 중심으로 적색의 말과 그에 연관된 풍경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문자와 이미지가 공존하는 상징적 서사를 형성한 작업이다.
박예지 작가는 말과 가깝게 지냈던 경험이 응축되어 실감 있는 조각으로 구현한다. 다만 사실적 방식보다는 실존성을 탐구한 자코메티 방식을 이어 작가만의 섬세한 감성으로 말의 움직임을 담아낸다.
서경희 작가는 기호와 낙서의 흔적이 혼용된 회화 작품이 주축을 이룬다. 이번 말의 형상이 내재된 작품들은 활기찬 에너지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다양한 색채까지 활용해 경쾌한 이미지가 분출하고 있다.
박정연 작가는 특별하게 얼룩말 무늬 옷을 착용한 여성의 몸 그림이다. 몸짓 중에 기마자세도 있다. 작가들의 다채로운 시각과 신선한 표현 방식을 발견하는 작품이다.
송서영 작가는 디지털 드로잉을 기반으로 초현실적인 디지털회화 작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말을 연구하며 구축한 말의 움직임에서 용기, 희망 그리고 시작의 에너지를 담아 내는데 주력한 내용이다.
신상철 작가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불규칙한 집합체가 작업의 시작이다. 평면과 조각, 디지털 방식 등 다양한 장르로 활동 중이다. 이번 출품 작품은 말 형상 조각이다. 금빛으로 채색된 하늘을 향한 동작은 힘찬 에너지가 뿜어 나온 듯하다.
안소영 작가는 서정적 풍경에 내러티브가 내재된 초현실적 경향이 돋보인다. 이번 작품에는 르네 마그리트의 백지 위임장(Le Blanc-Seing, 1965)을 오마주한다. 경험의 시간과 무한한 공간 속에 감지된 생명의 순간을 말을 통해 상징화한다.
안윤모 작가는 모자이크 회화를 구축한 중견작가다. 이번 말의 형상도 작가의 이국적이고 감성적인 순수한 미감이 돋보인다. 붉은 태양의 적토마의 기운과 화분을 태우는 조랑말은 위트가 가득하다.
우시온 작가는 전통 회화 기법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작품을 구축해가고 있다. 우주의 행성에 산수 풍경을 담고, 지구에 나무 아래 쉬고 있는 말을 표현, 고요함과 평온함을 담고자 하는 작가의 염원이 깃들어 있다.
이라금 작가는 전통 민화와 현대적 표현을 혼용, 특히 동물 표현에 탁월하다. 기존 동물 작업의 특화된 장점을 말 그림에도 잘 담아냈다. 한국화의 채색, 분채, 금묵액을 사용하여 금빛 찬란한 한 쌍의 말의 도약을 포착한 작품이다.
이효선 작가는 한 편의 환타지 소설을 읽듯 문학성도 돋보이는 회화 작품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도 여체와 말이 어울러진 몽환적인 표현, 은유화된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었다.’ 제목으로도 무한 상상을 자극한다.
조현동 작가는 ‘자연-경계’ 시리즈로 밀도 있는 작업세계를 구축한 중견작가다. 이 번 작품에는 뛰어 오르는 적토 말의 기상과 장미, 나비 등 조화롭게 어울려 기운생동의 미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최지현 작가는 ‘있지만 없는 없지만 있는 이야기’ 시리즈를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구축,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이다. 그래서 말 이미지는 크게 보이기도 하고 작아서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지점이 작가가 탐구하는 긴밀한 내면의 이야기다.
이렇듯 14명의 작가들은 2026년 말의 해를 맞아 전시에서는 작가의 미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한국의 K-컬쳐는 세계적으로 비상 중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뻗어 나가고 있다. K-아트도 선두를 바라보고 있다. 아티스트의 열정적인 도약을 기대한다. 붉은 말의 해, 초대 작가들의 독창적이고 기운이 가득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새해 첫 출발을 말처럼 용맹하게 뛰어나가길 바래본다. 더불어 미술애호가들의 컬렉션 작품들이 가정과 사업하는 일에 기운 상승하길 기원한다. 예술가를 후원하는 새해 첫, 아름다운 인연이 되길 기대해 본다. 우리가 K- 컬렉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