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하반기 미술시장은 비록 고르지 못한 양상이었지만 반가운 회복 신호를 보였다. 그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컬렉터의 신중한 선택과 조정 국면은 시장 생태계 전반의 심리적 기준을 바꾸어 놓았다. 이에 따라 2026년 미술시장에 대해서는 개인의 경험을 중시하는 구매여정, 디지털 채널의 지속, 소액·중가대 구매의 확대, 개인 거래의 증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동 미술시장의 부상을 핵심 변수로 전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동이 올해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예측은 세계 양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과 프리즈가 2026년 걸프 지역에서 동시에 개최된다는 사실과 맞물려 설득력을 얻는다. 2월 초 도하에서 열리는 첫 Art Basel Qatar(아트바젤 카타르)는 아트 바젤의 다섯 번째 글로벌 거점으로, MENASA(중동·북아프리카·남아시아) 네트워크를 전면에 두면서도 국제 블루칩 갤러리와의 교차점을 만들려는 성격이 뚜렷하다. 11월 개최가 예고된 Frieze Abu Dhabi(프리즈 아부다비)는 아부다비 문화관광부와의 협력 아래 지역의 예술 생태계를 글로벌 무대로 확장하겠다는 의도를 명시하며, 기존의 로컬 기반 위에 ‘프리즈’라는 운영·관계 인프라가 이식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동 지역의 문화예술 인프라 투자는 단순한 문화 정책을 넘어 국가 브랜딩 전략의 핵심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비전 2030(Vision 2030)’ 프로젝트와 알울라(AlUla) 문화 단지 개발, 카타르의 국립박물관청의 초고가 미술품 컬렉션 구축, UAE의 루브르 아부다비(2017년 개관), 구겐하임 아부다비(2026년 개관 예정) 등은 오일머니에서 문화머니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이러한 투자는 중동 내 갤러리 인프라의 급속한 확충으로 이어지고, 주요 글로벌 경매사들이 중동 시장을 재평가하고 있는 상황과 이어진다. 더하여 지정학적인 상황 즉, 이란-이스라엘 간의 긴장 고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UAE가 외국 자본과 기업 활동을 유치하기 위해 규제·제도를 적극 개방하는 ‘비즈니스 친화형(개방형) 국가 운영 전략’을 통해 금융·산업 허브로 자리매김해 왔다는 점도 중동미술시장의 확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슈들은 마치 중동미술시장이 최근 급부상한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사실 중동 시장은 투기 자본이 아닌 국가 주도의 장기 프로젝트에 기반해서 성장해 왔다. 따라서 이를 단기적인 트렌드로 볼 것이 아니라, 한국 미술시장에 중동 미술시장의 부상이 어떤 기회이자 위기인지,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올해 개최되는 프리즈 아부다비와 아트바젤 카타르의 출범은 한국 미술계에도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국제아트페어·VIP 동선과 마케팅 비용이 재편되며, 서울에 집중되던 관심과 자원이 분산될 가능성은 위기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루브르 아부다비나 구겐하임 아부다비 등 거대 기관들이 아시아 현대미술 소장을 늘리면서 젊은 컬렉터들이 기관의 안목을 따라 한국 작가들을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는 현황은 큰 기회다. 또한 2026년 UAE 내 ‘K-City’ 조성 계획과 대규모 K-Pop 페스티벌(Hyperound K-Fest) 개최는 새롭게 형성되는 컬렉터 풀과 기관 수요에 한국 작가·갤러리가 접속할 통로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미술시장은 문화 이벤트와 미술 구매를 단정적으로 연결하기보다는 확인 가능한 파트너십과 전시·소장·거래의 지표를 통해 단계적으로 성과를 쌓는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대응의 핵심은 ‘판매’ 이전의 준비, 즉 한국-아부다비 갤러리 협업, 제도적 지원, 큐레이터 교류 등에도 집중해서 제도적·문화적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해야 하겠다.